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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검은전구 Nov 22. 2023

한국에서의 나의 자리

바람은 부는 데, 북쪽은 어디죠?

“제 나침반은 돌아가고 있어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멈춰있는 것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에 그런 것이에요. 빨간 펜으로 북쪽으로 향하는 시침을 그려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내 지워지더라고요. 죄송해요. 제가 많이 느려요. 기다려주세요. 자신에게 물음표를 너무 많이 던지고 있으니… 느낌표로 이야기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겨울이 되어 제야의 종소리를 듣던 날을 기억한다. 성인이 되어 주민등록증을 들고 성인이라는 것으로 합법적인 것이 많아지는 나이에, 많은 것을 깨달았다. 성인과 청소년의 무게는 달랐다는 것을. 정말 청소년만 벗어나면 행복할 줄 알았었다. 학교에서의 찾아오는 비교, 이 길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찾아오는 곳. 공부를 못하고 말썽은 안 피우는 독특한 아이였던 난. 공부도 못하기에 한국에서의 대학을 도전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았다. 학교에서 그리 가르쳤기 때문일까. 그 시절 종착점은 대학이다 보니 대학이 아니었던 난. 종착점에 도착도 못하고 멈춰버린 기차 같았다. 어른들은 무엇을 먹고살 것이냐고 물었고, 부모님의 권유로 유학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에서는 실패자, 고졸, 무스펙자, 알바 인생, 계획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사회에서 말하는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 아스팔트 길이 아닌 울창한 숲 속으로 향하기로 했다.


당연히 이런 상황에서도 꽃은 핀다고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었기에 울창한 숲 속에서의 모험을 택하기로 했다. 여기서는 미움을 더 받고,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은 북쪽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가고 있음에도 모든 이들은 북쪽이 어딘지 물었다. 그 물음표에 깔려 숨을 쉬기 힘들 것 같음에 도망이라는 것을 포장하여 유학이라는 울창한 숲 속을 걷기로 했다.


누군가는 이 울창한 숲 속도 아무나 걷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나무 수저였다. 열심히 일하여 나무 수저가 아닌 은수저로 보일 수 있게 은박지로 감싸 티를 안 내려고 하셨다. 그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혹시 누군가가 말하는 울창한 숲에 물과 음식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여유 있는 집도 아니다. 그저 나무수저로 키우고 싶지 않아 은박지로 감싸 빛나게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눈을 가리고 떠났다. 사랑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대학을 잘 나오고, 대학을 진학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북쪽은 어디냐고 묻는 물음표, 대학이라는 역을 지나고 나면 다음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묻는 이 삭막한 사회에서는 나침반이 북쪽을 찾기 위해 돌고 있는 시간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북쪽을 찾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계속 돌아 북쪽을 찾기 힘들어, 일단 걷기 위해 나침반을 버리고 다른 이들의 북쪽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다른 이들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진 것이 없어 자존감만 있어서 그 무엇도 버리지 못하여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여 괴로워하는 이 복선에서 해방감과 사회에서의 인정과 사랑이 필요한 20살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그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사회에서의 기준선에 미달하여, 자신조차도 사랑하지 못하고 미워했다. 모든 잘못은 나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했고 도망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운 사람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보다 합리화를 먼저 배웠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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