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Sep 08. 2023

제주도 vs 대구, 어디가 더 더울까?

[#알쓸#지리]4





6, 7, 8월 여름을 보내고 9월 가을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다. 이 새벽 공간. 9월 1일 새벽에는 몇 시간 전 여름보다는 확연히 선선한 공기가 더 많아졌었다. 그런데 지금 4시가 살짝 넘은 시각. 이 공간을 가득 채운 공기가 후텁하다. 텁텁한 사이 사이에 시원함이 팔둑에 와 닿지만 머리를 둘러싼 공기는 훅한다. 이번주 들어 9월 같지 않은 낮 더위가 계속이다. 다들 고생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듯 최근 들어 더욱 우리나라 여름이 동남아 같다지고 있다. 습도 때문이다. 덥혀진 습기가 공기중에 많이 포함되는 기후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공기가 밤에도 사라지지 않아 9월에도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어 밤잠을 설치게 만든다. 여름을 좋아하고, 땀을 잘 흘리지 않는 나도. 9월에 나타나는 열대야 현상은 서울의 경우 1935년 9월 3일 이후 88년만에 나타나는 현상이란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오랜전 90%를 넘겼다.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시는 항구 도시를 제외하고는 내륙이다. 강원도와 수도권을 이어 흐르는 한강, 경북과 경남을 이어 흐르는 낙동강, 충북과 전북의 경계를 흐르는 금강, 전북 평야를 흐르는 만경강, 동진강, 전남 평야를 흐르는 영산강, 전남과 경남 사이를 흐르는 섬진강.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는 이 하천 주변에 만들어져 있다. 상대적으로 바다와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보통 내륙이라고 부르는 곳에. 내륙은 전라도 의 평야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산줄기로 둘러 싸인 안쪽 지역을 의미한다. 움푹하게 파인 커다란 그릇의 바닥 부분이다. 그 사이를 하천이 구불 구불 흐른다. 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는 이유중 하나가 바로 내륙의 그릇 모양 형태의 지형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딱 중간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북반구 딱 가운데 있다. 0도는 적도에서 90도는 북극 그 사이 33도에서 43도 사이. 그렇게 길게 생겼다. 바다를 향해 길쭉하게 생긴 형태를 Peninsula라고 한다. 한민족이 거주하는 반도, 한반도. 세계적으로는 장화처럼 생겼다고 어릴적 부터 많이 들었던 - 이원복 교수의 영향이 크다 - 이탈리아 반도, 스페인이 아프리카와 맞닿을 이베리아 반도. 미국과 멕시코가 이어진 캘리포니아 반도 등이 크기만 우리나라와 원리(!)가 비슷한 반도들이다.  


요즘의 9월 열대야 현상은 서울의 경우 1935년 9월 4일밤 이후에 무려 88년만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공기중에 덥혀진 습기가 많기 때문. 그 습기는 한반도 남쪽에서 올라왔다. 남쪽이라면? 맞다. 제주도에서 멀리 떨어진 거대한 태평양중 북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그곳에서 얼마전 생겨난 몇개의 태풍들이 지나가고 남긴 후유증이다. 그렇게 한반도 구석구석의 산줄기가 둘러친 크고 작은 내륙의 도시들 상공을 이불처럼 덥고 있는 것. 그러니 도시의 습도가 올라가고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도시는 건조해지고, 구름은 많이 생기고. 또 그 구름이 뚜겅 역할을 해서 열이 빠져나가는 걸 막고. 


태풍의 먹이는 뜨거운 수증기다. 그럼, 결국 바다가 덥혀지면 태풍은 자주 만들어 지고, 더 많이 데워지면 더 쎈 태풍이 생길거다. 그래서 앞으로 88년만의 9월 열대야가 이제는 한반도에 정착(!)할 가능성이 지구기후적으로는 더 커질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이유는 반도의 위치적 특성 때문이다. 보통 반도국들은 한쪽은 육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나머지는 바다와 인접해 있다. 반도국의 반도를 한자로 쓰면 半島. 반은 섬, 반만 섬이라는 뜻이다. 거대한 태평양에서 보면 동해, 남해, 서해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거의 섬나라인 거다. 기후적으로. 


그럼, 여기서 잠깐. 제주도가 더 더울까, 대구가 더 더울까. 결론은 둘 다 덥다. 대구는 낮에, 제주도는 밤에. 그럼, 질문을 바꿔서. 열대야 현상은 어디가 더 자주 나타날까.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대구, 가 아니라 제주도다. 기후는 보통 30년 동안 통계의 평균값이다. 그 30년 평균치를 보면 그렇다. 대구의 기후적 별명이 '대프리카'가 된지는 오래다. 거창, 밀양, 합천 등 한여름 대구의 최고 기온을 경신한 지역들이 속속 등장하고는 최근 30년동안은 꾸준히 가장 덥다. 그런데 대구는 내륙에 갇힌 분지이다. 바다로 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위 질문에 대한 답은 둘다, 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똑같은 양의 물과 흙이 있다. 거기에 같은 양의 빛을 쬐인다. 그러면 온도 변화가 나타난다. 그런데 그 변화 속도가 다르다. 그 빛을 머금고 있다 버리는 속도 역시 다르다. 그게 비열이다. 어떤 물질 1그램의 온도를 1도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바다와 육지는 그게 다르다. 바다는 깊고, 넓고 크기 때문에 온도가 서서히 변한다. 이 말은 서시히 식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낮에 한껏 받은 뜨거운 열기를 밤에도 가지고 있는 거다. 반면, 육지는 빨리 덥혀지고 빨리 식는다. 상대적으로 바다의 그것에 비해. 그래서 낮에는 대구가 더 덥고, 밤에는 제주도가 더 더운 경우가 많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주변에 감기 환자가 많다. 9월에 다시 마스크를 찾아 쓰는 이들도 꽤나 늘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여름은 가을한테 자리를 내줄거다. 이번주, 다음주 사이에. 그만큼 짧아질 가을을 울긋불긋 진하게 잘 즐겨봐야 할 일만 남았다. 나하나 성질도 바꾸지 못하는 데 땅의 성질을, 바다의 그것을 바꿀수는 없는 게 인간의 노릇이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다 같은 상황에서 어른이 어른다워지고, 사람이 인간적이 되는 건 다 나한테 달려 있지 싶다. 후텁한 공기는 아무래도 죄가 없지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 이틀하고 2개 남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