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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Sep 09. 2023

에이 하지 마, 하지 마

[동네 여행자]4

하루만 보면 나에게 운동이란 세 가지다. 하나는 9살이 넘은 반려견 타닥이 산책 30분. 둘은 아내와 산책 30분. 셋은 근력 운동 30분. 보통 퇴근을 하고 저녁을 챙겨 먹으면 7시 전후. 이 시각에서 한 시간 반을 이어서 움직이는 것, 그게 주중 나의 운동량이다.  타닥이는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고, 졸고, 베란다 창틀에서 멍하니 밖을 내려다본다. 퇴근하고 오면 흥분한 나머지 오줌을 지리고 엉덩이 댄스를 격하게 추면서 마구마구 운다. 분명히 운다. 잉, 잉 반갑다고 소리를 내는 게 그렇게 들린다. 그래서 얼른 밥을 주고 데려나가려 한다.


그런데 타닥이 산책을 못하는 경우는 비바람이 불 때. 안전불감증인 나에 민감도가 한참 뛰어난 아내 덕분(?)에. 그러면서 합리적인 이유가 생겨 미안함이 덜하다. 나는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같이 나갔다 와도 된다고 하지만 감기 걸린다고 걱정이다 그래서 그 덕에 나도 30분 쉰다. 그러면서 타닥이를 보며 그런다. 우린, 뭐, 분명 나가려고 했어, 알지?. 날씨가 괜찮은 날, 타닥이 산책이 끝나면 아내와 다시 30분을 이어서 걷는다. 그런데 두 달 전 생긴 맨발 황톳길로 가는 길이 참으로 험난하다. 이 자그마한 동네에 언제 그렇게 편안하게 살 안 찔 것 같은 오븐 구이에 맥주를, 골뱅이 소면에 소주를, 안주가 밥이 되는 가게가 있었는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거기에는 사람들이 항상 모여 앉아 있다.


그 옆을, 사이를 지나치는 게 마치 거대한 늪에 발목이 빠질까 까치발로 걷는 기븐마져 들때도 있다. 일부러 저 멀리 하천 옆으로 돌아가면 덜 보이지만. 몸이 기억하는 방향은 항상 그 길로 나와 아내를 먼저 이끌고 있다. 또 편의점에서는 뭐 그리 묶어서 파는 이벤트를 그리도 자주 하노. 아내와의 추가 30분 산책을 방해하는 건 또 있다. ' 하아~ 걸었잖아. 타닥이랑 산책하면서. 내일 일도 많은데, 피곤하지 아나? 어~ 하아~ 되었어. 되었어. 그만해. 쉬어 줘~ 들어가~ 이제~ 하아~ 들어가' 내 귓가에 들리는 영혼의 소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무음의 그 소리를 나보다 아내가 더 잘 듣는 것 같다. 눈을 찡긋하면서 가끔 그런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제 들어갈깟? ㅎㅎ'.  


그 영혼의 소리를 이겨내고, 아내의 유혹을 이겨내고 추가 30분 산책을 마쳤다. 하지만 나에게는 아직 30분이 남았다. 근력운동이다. 나에게 진짜 운동은 이거다. 허릿병을 치료하는 중이니까. 화려한 마운드(?) 복귀를 위해 재활 중이니까. 근력을 강화해야 통증이 줄어드니까. 이게 진짜 숙제다. 그런데 이게 제일 힘이 든다. 타닥이 30분, 아내와 30분이 지나면 보통 8시가 조금 넘어 있다. 황톳길 쪽에서 우리 집으로 향하는 길. 바로 건너면 우리 동, 왼쪽으로 꺾으면 단지 내 헬스장이다. 속에서 한번 더 번뇌가 일어나는 걸 잘 밀어내고 '먼저 올라가'를 내뱉으면 된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 매번, 매일. 아내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 튕기며 '똭'하면 그냥, 무너져 버리기 일쑤다. 술을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지만, 이십 대 때부터 그 분위기는 정말 좋아했다. 못 먹어도 항상 옆에 있어서 인기가 쫌 있었다. 택시 잡아주고, 여관방 잡아주고, 얘기 들어주고 하니까.


십 대 때부터 혼자 살아온 게 오래여서 그랬나 보다. 하여튼, 눈까지 찡긋하는 아내의 유혹을 물리치고 헬스장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갈 때는 내가 쫌 멋져, 멋쪄 혼자 그런다. 하지만 그런 날이 주중에는 하루나 이틀. 일이 몰리고, 특히 요즘처럼 하루 종일 말을 해야 할 때는 배수구로 물 빠져나가듯이 온몸의 기운이 쪼옥 빠져내려 쉽지 않다. 그런데 나 쫌 멋진 걸 하면서 헬스장에 들어서서도 이런저런 핑계를 찾는다. '아, 벤치 프레스 못하겠네. 러닝 머신 자리가 없네. 어깨 운동 쉽지 않네. 턱걸이도 쉽지 않아' 하면서. 그 시간대에 가면 이삼십대젊은 분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 두 분. 서로 모르는 사이인 듯 한데 둘이 경쟁하듯 꽤나 무거운 중량을 드는 분들이다. 그런데 그분 둘의 공통점. 여러 개의 기구를 한꺼번에 혼자 사용하는 방식으로 운동한다. 완전 민폐다.


마치 나란히 있는 러닝 머신 서너 개를 5분씩 뛰면서 옆으로 이동해서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통은 벤치 프레스 5세트를 하면 하이 렛 풀로 이동해서 5세트. 그게 끝나면 허벅이 운동 기구로 이동. 뭐,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데 말이다. 그리고 내가 들지 못하는 무거운 중량의 바벨을 끼워 고정한 뒤, 그대로 내버려 둔다. 어떤 날은 그거 정리하는 게 운동일 때가 있다. 그러면, 속으로 그런다. '에이 하지 마, 하지 마. 오늘 한 시간이나 걸었잖아. 집에서 쉬어야 내일 일하지. 그치? 그렇지? 그려~. 오늘은 쉬고 내일 하면 돼. 우리에게는 내일이 있잖아. 내 일이 있잖아' 그렇게 신나게 운동 음악만 듣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막을 두드리는 가사에 집중한다. 고막 근육은 튼튼해지리라, 위로하면서.



헤이, 모두들, 안녕. 내가 누군 줄 아니

나는 랄랄랜드에서 가장 빗나는 별(랄랄이니? 랄랄이다!)

헤이, 모두들, 안녕. 헤이, 모두들, 안녕. 헤이, 모두들, 안녕. 헤이, 모두들, 안녕.

대환장, 대환장, 대환장, 대환장, 대, 대, 대, 대, 대환장 파티야~



운동! 건강하게 죽을 때까지 매 순간 맞짱 떠야 할 고맙지만, 요물이다.

오늘도 난 그 요물과 싸워야지 싶다.

먹을래 vs 죽을래, 할래 vs 말래,



-----------(한 줄 요약)

이번주 운동하면서 970원 더 벌었다. 다음주는 유혹속에서도 천원 더 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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