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서로간의 약속이지요. 같은 의미로 알고, 이야기를 나눠야 오해없이 전달되지요. 특히, 세대간에는 더더욱. 그런데, 중3 딸아이 밥 먹다가 이럽니다.
"아빠는 고인 물 이에요. 화이팅!"
정성껏 준비했던 면접에서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하자 위로라며 한 말입니다. 뒤에 화이팅을 붙혀서 좋은 말인가 하면서도 당황하는 눈빛을 읽었나 봅니다. 바로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고인 물은 한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실력자라고. 거기다 '접근하기 어려운 장인'이라고 덧붙혀 주었습니다.
아 했습니다. 그동안에는 도통 못 알아듣는, 그 세대만이 통하는 줄임말 투성이더니 이번에는 제대로 통한것 같아 흐뭇하더군요.
역수적부 유수불부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의미입니다. 흐르지 못하고 고여있는 물은 썩이 마련이다 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요.
복지부동을 경계하는 조언이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성장하는 이들은 너무나 많으니까요. 도매급으로 취급받으면서 스스로 쪼그라들었던 자폐적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
딸과 같은 어린, 젊은 세대들의 시선에서는 경외롭기까지 한 겁니다. '어떻게 한 곳에서, 같은 일을 20년~30년을 할 수 있는거지'인 겁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 주눅들지 맙시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동안 한가지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면, 그게 옳은 일이라면, 우리는 이미 생활속 달인입니다. 장인입니다. 실력자이지요.
약속이 간혹 지켜지지 않을때가 있잖아요. 이제 17살이 되는 딸과 좋은, 새 약속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 우리 딸도 아빠보다 더 멋진 고인 물이 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