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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30. 2024

때를 놓치지 않는 관심

[오늘도 나는 감탄寫] 32

지난주 있었던 화성 대참사의 원인이 속속 들어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핵심은 예고되고, 경고되었던 위험 상황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았던 게 문제인가 봅니다. 다칠수도, 죽을수도 있는데 그렇게 무시하고 방치했다는 게 참 답답합니다. 


며칠 전. 그날도 안전하게 퇴근을 잘했습니다. '이영모 씨'를 지하 주차장에서 세워놓고 우리 동 앞으로 걸어 올라왔죠. 주중에는 거의 언제나 그렇게 익숙하게 움직이는 길입니다. 도로에서 인도로 인도에서 계단으로 올라 우리 동 1층으로 향하는.  


그런데 그날에는 <작업 중, 주의>라는 노란색 입간판이 도로에서 인도로 오르는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옆으로 비껴 지나치려다 보니 세모로 다리 벌린 입간판 사이 바닥이 보이더군요. 바닥을 보면서 문득 떠올랐지요. 


꽤나 오래전 잊고 있던 아침 출근길이었습니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 살짝 구부린 채 자신의 휴대폰으로 그 길을 바라보며 자그마한 체구의 경비원께서 사진을 찍고 있었던 날이었죠. 바닥이 깨져서 인도와 화단길 사이에 살짝 패인 공간이 생겨 어르신들의 '바퀴'가 걸려 넘어질 위험이 있을까, 봐하면서 설명해 주시던. 


요즘 어르신들의 필수품 중 하나가 의자, 가방, 지팡이 기능이 겸해진 바퀴 달린 보행 보조기죠. 그 기구를 사용할 때의 상황까지 염려하시는 모습이 뜨거운 한여름에 살짝 부는 들판의 시원한 바람 같았습니다. 제볼 때는 본인도 '어르신'이신데, 연세 많은 분들의 보행을 걱정하시는 마음이 경이로웠습니다. 


9년 된 '이영모 씨'가 엊그제 20만 킬로미터를 1킬로 넘어섰습니다. 세 번째 차이지만 새 차를 사서 지구를 4바퀴나 훌쩍 넘긴 길을 달린 차는 이영모씨가 처음입니다. 그동안 사고도, 잔고장도 없이 꾸준하게 전국을 잘 달려줬네요. 


정기적인 정비에 비용을 아끼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겠다 싶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껏 큰 비용이 들어간 적도 없지만요. 돌아보면 비결은 하나였습니다. '때를 놓치지 않는 관심'. 그게 전부였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있으면, 그런 일이 있으면, 그런 사람이 있으면 모른 척하지 않기. 


우리 몸도 그렇지요. 온갖 염증과 통증으로 평상시 꾸준히 신호를 보내주는 데 몸뚱이의 주인이 무시를 하게 되면. 무시를 하는 게 습관이 되어 버리게 되면. 누구나 다 아는 삶의 지혜이지만 묵혀두어서 일이 커지는 또한 우리의 일상에 다반사죠. 


무너지는 관계, 무뎌지는 안전, 더욱 무서워지는 사람, 사람들. 이 모든 이유들이 잘 익은 치즈의 맛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서 입속에서 충분히 음미하려는 조그마한 습관을 갖지 못한 이유가 아닐까 싶어 집니다. 밋밋한 일상의 평화를 지키는 지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 안 해 버릇하면, 말해도 모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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