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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Oct 22. 2021

짜글이, FM, 편지

  어제는 잠을 많이 설쳤다. 가장 큰 원인은 거실에서 안방으로 들어오는 발광 다이오드의 발광 때문이다. 

딸아이가 공부를 하느라 많이 늦게 앉아 있었다. 주기적으로 수정체가 확대되는 반응을 인지한 대뇌피질이 활성되었다. 그 덕분에 생각들이 스멀스멀 구름처럼 기어 왔다 번개처럼 달아나기를 반복했다.


  아직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생각들, 잠이 밀어내 준 덕분에 얻은 내용이다.



@힘들다고 하는 대부분의 경우, 힘들어서 힘든 게 아니다.

힘든데 힘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힘든 거다. 나이가 얼만데, 경력이 얼만데 힘들어하면 안 된다, 는 자기 점검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또 행복하다고 하는 대부분의 경우, 행복해서 행복한 게 아니다. 같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한 거다. 행복은 힘든 것보다 훨씬 더,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 



@내가 모르는 게 있을 때는 질문을 하고 싶다. 

하지만 질문 전에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 

또한 자기 질문에 대한 예상되는 답변을 생각하고 질문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의미 있는 질문과 답변이 만날 수 있다. 



@인생은 FM으로 살아야 한다. 

재미있게(Funny), 의미 있게(Meanful). 쉼표의 의미는 '그리고'다.

재미만 있으면 허전해진다. 의미만 챙기면 진지충, 엄근지로 살게 된다. 

둘 다 사람을 밀어내는 힘을 가진다. 재미와 의미가 적절하게 뒤섞여야 한다. 

AM 라디오의 잡음이 백색소음이 될 수는 없다. 



@난 짜글이가 참 좋다. 

찌개와 볶음을 둘 다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추억이 묻어 있어서 더욱.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30여 년 전 장모님 첫 상봉 때 집밥에서도 등장했던.

아내도 짜글이를 참 잘한다. 좋아한다. 반찬이 필요 없는 밥도둑이다. 

그 힘으로 지금껏 산다.

앞으로도 나는 짜글이가 좋을 거다.

짜증 나면 글을 쓸 거다. 



@메인글보다는 좋은 답글이 나를 힘나게 한다. 

전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을 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답답할 때

전화 대신, 문자 대신, 난 답글을 길게 쓴다. 편지다.

손편지가 아니어도 좋다. 

글을 쓰면서 내가 보이고, 글을 정리하면서 그가 보인다.

편지를 건넨 이후의 관계가 더 따뜻해질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나는 편지를 쓸 거다.

답답하면 글을 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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