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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Sep 09. 2022

두줄이 준 해방감

오늘은 추석전날이다.

새벽녘 잠결에도 큰 충격을 받은것 같은

두통때문에 잠을 깼다.

2시 40분, 잠든지 세 시간이  체 되지 않았다.   오한도 느껴지고 가슴도 눌린 듯 답답했다.


식구가 잠 깨지 않게 화장실에서 조용히 키트검사를 했다. '적어도 아마  오늘까지 50번은 넘었을 것'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선명하게 두 줄이었다.  직업상 수십번의 확인에도 결국.  교실에서 매일같이 격리, 해제를 서너명씩 릴레이할 때도 지나갔는데.


두줄임을 확인하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오전 7시가 조금 넘어 문자가 날아 들었다.

○○이가 다시 확진되었다는 학부모의 알림이었다. ○○이는 어제, 그제 옆에 바짝 붙어 모니터로 이 대학 저 학과 그런 전형으로 상담을 했던 우리반 학생이다.


방학때부터 이어진 상담이 2학기 개학하고 매일 대여섯명씩 거의 한달을 달려온 입시 상담 때문이지 싶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러다 문득 태어나 처음으로 추석때 움직이지 못하고 집에 있어야 한다,  부모님을 뵙지 못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오한과 두통, 가슴통 사이로 이유없는 해방감이 뒤섞여 올라왔다.


육체의 작은 고통을 통해 내안의 여전히 나의 자유의지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다 불현듯,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없고 스승이 될 수 없으면 친구가 아니라는 고 신영복 교수의 말씀이 펄떡거리는 두개골 사이를 흘러 지나쳤다.


소식을 들은, 몇달전 확진되었던 친구가 전화를 했다. 늘 추석연휴 하루는 만나 한잔 하는 초중고 고향  친구다.

"친구야, 쉬라는 거야. 즐겨. 진짜 연휴를"


자식은 자식을 키우면서도 결국은 부모가 될 수는 없는가 보다.  엄마가, 어머니가 전화를 하셔서 그러신다.

"아무 걱정말고 그냥 푹 쉬어. 아무 문제 없으니까"


그 말씀 속에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안도한다.

'며칠전 아들이 출국한 뒤라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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