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의Ole Witt
그렇게 맨밥을 두 숟가락 더 구겨 넣듯이 하더니 그제야 눈을 쳐다봐 줍니다. 벌겋게 충혈된 눈가 주변으로 맨 살이 군데군데 벌게져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하고 눈으로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울먹이면서 그럽니다. 아빠, 어제 또 한 명의 아이돌이 죽었데. 또 한 명이. 이틀 전에도 방송을 했는데,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 성격 참 밝았는데, 동생도 아이돌인데, 둘이 같이 얼마 전에 방송에 나왔었는데.
그러면서 사진을 검색해 보여줍니다. 따님이 검색하는 사진마다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미소가 참 아름다운 스물 다섯 청년입니다. 스물다섯. 아이들로는 적지 않은 나이라지만 어리디 어린 나이입니다. 그 나이를 거의 다 가득 채우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얼굴을 알린 지 몇해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힘들지 않은 나이가 없을 테지만 무엇이 그리 힘들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반에 있는 아이돌 데뷔조 벼리(가명)가 훅 하고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 학교 점심 무대. 모 버스킹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한 학생회 주최 콘서트가 열린 날입니다. 내가 꼭 보러 와야 한다고 점심시간에 일부러 찾아와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텃밭에 들렸다가 그 옆 체육관에 잠깐 들렸습니다. 다행히 어두컴컴한 체육관에 막 들어서는데 멀리서도 벼리를 알아보겠더군요. 5개 팀 중 세번째 팀. 채 5분도 걸리지 않은 무대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클래스가 다른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관객인 아이들은 함성과 휘파람이 섞인 박수가 다음 팀이 올라올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 벼리는 월요일 방과 후에 엔터테인먼트 건물 앞에서 쓰러졌습니다. 매일마다 연습을 하러 서울로 다니는 중입니다. 연습생 4년을 거쳐 작년 말 데뷔조로 발탁이 되었다고 들떠서 상담 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냥 혼자의 마음이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아이라는 공문이 정식으로 나를 찾아오기도 한 벼리입니다.
그 아이돌 사망 소식이 있던 날, 벼리는 등교를 하지 못했습니다. 한번도 학교를 빠지지 않은 성실한 아이입니다. 엄마가 대신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몸이 안 좋은지 일어나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불속에 있는 벼리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전해집니다.
사람은 한 사람만이라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만 줘도, 다시 한번 힘을 내게 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평소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아침마다 만나는 가족, 아이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과 말이지요. 그래서 모두가 다 다시 시작하는 힘을 조금 더 내었었으면 하는 아픔이 한가득입니다. 오늘처럼 비오는 토요일. 우리 모두의 비긴 어게인을 위해 잘 충전해야 겠습니다. 잘 들어주면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