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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Jun 25. 2023

오늘을 여행하는 연습

[일상여행7]...사진:unsplash

우리는 오늘도 어제와 같은 그 길을 걷는다. 비슷한 시각에 일어나고 비슷한 순서대로 나와서 비슷하게 생각을 (안)하면서. 좋고 나쁜 습관이라는 말속에 갇힌 채. 하지만 그 길위에서는 또 새로움을 추구하는 듯 하다. 



이 길이 아닌 저 길로 한번 가 보고 싶다. 이것 말고 저것을 오늘은 한번 해보고 싶다. 좀 더 다르고, 좀 더 신나는 일이 갑자기 일어나기를 바란다. 마음껏 푹 빠져 할 수 있는 것들을 바란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묻는다. '푹 빠지고 싶은 게 뭐니?' 



그 물음끝에서는 다시, 익숙함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늘 가던 길로 걷고, 어제 앉았던 자리, 늘 먹던 자리, 늘 걷는 길, 늘 멈추어 기다리던 곳에서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 모두가 그렇다. 그런 날이, 그럴 때가 가끔 찾아온다. 어제 이전에도 반복했던 행위에서 증명된 안전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러번 앉았던 같은 자리에서, 걸었던 길에서, 멈추었던 장소에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그렇게 그런 장소는 자기와의 정서적 유대가 풍부한 곳, 안전이 확인된 곳, 예측이 가능한 곳이 되는 것이다. 집에서 느끼는 감정처럼. 일팔청춘 따님이 가끔 그런다. 집에 있으면서도 '집 가고 싶다'라고. 정서적 안락함에 대한 호소다. 



우리가 흔히 일상이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은 항상 오늘이다. 나는 항상 오늘에 있다. 오늘이 어제는 내일이었고, 내일에는 오늘이 어제가 되지만 그 어제도, 내일도 언제나 우리에게는 오늘이다. 우리의 삶의 형식은 항상 오늘이다. 



그 오늘은 언제나 여기에 있다. 내가 있는 곳이 항상 여기다. 그렇게 각자의 여기에서 각자의 오늘을 살아가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그런 우리의 오늘을 잠시 멈추고 다른 '여기'로 옮겨보는 게 여행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셋 중의 하나의 상황에 놓여 있다. 언제나. 나의 오늘을 여기에서 만나는 사람, 다른 오늘을 다른 여기에서 만나고 있는 중인 사람 그리고 만날 예정인 사람. 



여행의 본질은 낯선 것을 보고, 먹고, 만나는 행위가 아니다. 그 낯설은 상황을 다시 자신의 오늘, 자신의 여기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바로, 그 시간만큼, 그 공간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그때가 언제이고, 그곳이 어느 곳이건 우리는 살아가는 중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잠깐 낯선 상황에 나를 자발적으로 데려다 놓는 이유는 분명하다. 살아가는 중에 새로운 영감이나 삶의 전환점을 경험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여행은 낯선 여기에서 익숙한 나와 나의 오늘을 새로운 시각으로 발견하는 행위이다. 자신들 속에 여전히 살아 남아 있는 어른이가 된 어린 자신을 발견하고, 위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위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살아보는' 행위를 구체화하는 게 필요하다. 살아본다는 것은 일정 기간의 오늘과 여기를 머무르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서 새롭게 만난 곳이 원래 지니고 있는 것들에 내가 녹아 들어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유하는 여행이 아니라 소리나게 먹고 놀면서 그곳의 오늘을 혼란스럽게 만든 관광객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 오늘과 여기가 많아지면,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히려 큰 손해다. 아주 멋지고 소중한 기회를 돈쓰고, 몸쓰고, 시간 들여서 제대로 날려버리는 거니까.  



그런 면에서 아주 익숙한 여기, 오늘에 제대로 살아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서의 오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보는 연습, 그게 우리 삶을 진정한 의미에서 제대로 '살아보는'게 아닐까. 이 연습이 없으면 어디론가 떠난다고 이것이 주어지지는 않을테니까.





...한줄 / 우리 삶의 형식은 언젠가는 반드시 오지 않을, 반복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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