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담Tea Jun 15. 2023

속도에 대한 이해2

사진:unsplash

(이 글은 https://brunch.co.kr/@jidam/434에서 이어집니다.)


속에 있는 말을 조금이라도 내뱉으면 사는 게 쉽지 않지요. 나름대로 절제하면서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산다고 하는데도 후회막급일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말을 줄여나가다 보면 말로 상처를 주고받는 일은 적어지지 싶습니다. 


하물며 솔직하는 살아 내는 것도 부담스럽지요. 뭐, 공격적으로 솔직한 게 아니더라도. 너 죽도 나 살자는 취지의 솔직이 아니더라도.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할 때가 꽤나 있습니다. 당신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도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항상 너 편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어떤 상황인지 다 알겠다 등.


분명 악의는 없지만 순수한 내면의 소리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싶을 때가 가끔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소중한 진심일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오늘 출근길. 늘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차로 앞. 3차로를 달리던 검은색 소형승용차 뒷범퍼에 눈길이 가 닿습니다. 요란하게 튜닝한  소형 승용차입니다.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선입니다



앙증맞은 범퍼를 전부 다 이 문장으로 채워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참 편안해지더군요. 아, 솔직하다. 저 차는 언제나 치고 나가겠구나, 옆에 가지 말아야겠구나, 먼저 가라고 양보해야겠구나, 그렇구나, 하고. 


너무나도 솔직해서 참 좋습니다. 갑자기 툭하기 밀치고 들어오지 않아서 편안합니다. 서로의 주장을 확실하게 표현해서 안정적이기까지 합니다. 다 각자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그러는 사이 그 속도와 방향에서 부딪히는 일이 적어질 수 있는 솔직함이니까요.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시간을 되돌릴 순 없나요 조금만 늦춰줄 순 없나요 눈부신 그 시절 나의 지난 날이 그리워요 오늘도 그저 그런 날이네요 하루가 왜 이리도 빠르죠 나 가끔은 거울 속에 비친 내가 무척 어색하죠 정말 몰라보게 변했네요 한때는 달콤한 꿈을꿨죠 가슴도 설레였죠 괜시리 하얀 밤을 지새곤 했죠 


어쩐지 옛사랑이 생각났죠 당신도 나만큼은 변했겠죠 그래요 가끔 나 이렇게 당신 땜에 웃곤 해요 그땐 정말 우리 좋았었죠 하지만 이대로 괜찮아요 충분히 사랑했죠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겠죠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언제쯤 세상을 다 알까요 얼마나 살아봐야 알까요 정말 그런 날이 올까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죠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 할테죠 알수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죠 언젠가 내 사랑을 찾겠죠 언젠가 내 인생도 웃겠죠 그렇게 기대하며 살겠죠 그런대로 괜찮아요 아직도 많은 날이 남았죠 난 다시 누군가를 사랑 할테죠 알 수 없는 인생이라 더욱 아름답죠 - <알 수 없는 인생>(이문세)



요즘 따님이 열여덟 따님이 부쩍 자주 듣는 노래입니다. 나이를 드시다 보니 이제는 비트만큼 가사가 마음에 와닿는다고 너스레입니다. 같은 생각, 같은 고민, 같은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동갑내기들보다 다양한 나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와중에 어깨 너머로 주워듣는 인생을 배우는 속도가 훨씬 더 빠르긴 한가 봅니다. 


살다 보니 분명한 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확신입니다. 변덕스러운 봄, 변화무쌍한 지금, 뜨거워질 여름, 몸과 마음을 감싸 안아 줄 가을, 체온 유지가 생명이라는 걸 경험하게 될 추위를 지나면서 몸나이의 속도는 자연스레 유지될 테니까요. 오늘도 솔직하게,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으면서 내 방향의 지시등을 열심히 켜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모두 건행!

작가의 이전글 돌빵이지만 다시 출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