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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Tea May 28. 2023

일상 여행감

[일상여행4]...이미지:flaticon

#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 또는 사례. 가다, 걷다'(journey져니_영국어)

# '이동, 전달, 고행.노고(travail)'(travel트래불_영국어)

# '계속된 산책 또는 유람, 방문, 돌리다(tourner)'(tour투어_미국어)

# '나다니다, 큰 무리를 지어 이동하다'(旅行리씽_중국어)

# '도보 또는 교통수단을 통해 떠나는 것'(りょこう요꼬우_일본어)

# 두 지점 사이의 공간 또는 경로, 즉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camino)'(viajar비야하르_스페인어)

# '돌다, 돌리다, 부담하다, 유람, 항해, 기행'(viagem비아젱_포르투갈어)

# '순례, 행진, 여정, 행로, 방황'(यात्रा야뜨라_힌디어)

# '항해하다, 외유하다, 편승하다'(يسافر유사피르_아랍어) 

# '멀리 가다, 행차하다, 출타하다'(bepergian브쁘르기안_인도네시아어)

# '순례하다, 유람하다'(путешествовать쁘띠세또버츠_러시아어) 

# '누구를 향해 가다, 접근하다, 왕복하다, 동행하다'(reisen라이즌_독일어) 

# '이동, 왕복, 운반, 여정, 심부름'(voyage브아야쥬_프랑스어) 

# '유람, 여정, 항해'(viaggio비아쥬_이탈리아어)

# '소풍, 야유회, 야영, 운항, 탐방'(аялал아얄랄_몽골어) 

# '운전, 가다'(לִנְסוֹעַ낫쌰_히브리어) 

'이동, 가기, 걷기, 진행, 떠남 '(tafiya따삐야_하우사어)

# '이동, 걷기, 경치'(safar사파르_소말리아어)



언어는 해당 문화권의 생활 양식이 반영된 표현이다. 생활 양식에는 그들의 삶의 방식이 녹아 있다. 삶의 형태와 의미가 변하는 과정에 따라 만들어 지고 사라지는 언어를 통해 가치관, 세계관, 사상, 오랜 실천을 통한 삶의 방식이 경험적으로 결정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행이라는 표현 역시 일과 일상 그리고 삶의 방식에 녹아들어 있는 인간 활동중 하나인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여행이란 표현속에 녹아 있는 의미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준비하기, 이동하기, 경험하기, 느끼기, 돌아오기



그러면 우리의 여행의 의미는 어떨까. 다음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여행의 의미다. 



#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旅行여행_한국어)




다른 언어권과는 다르게 '다른 고장', '외국'으로 가는 게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맞다. 정의는 틀리지 않았다. 그것도 여행은 맞다. 하지만 다른 언어권에 있는 표현들 - 걷기, 이동, 돌리기, 수고로움, 방황 등 - 의 철학적인 의미의 접근은 담겨있지 않다. 일상과 여행, 일과 쉼을 엄격하게 구분해 온 문화적 특징때문이다. 여행은 몸을 써야 하는 수고스러운 행위임은 분명하다. 10대의 나에게 그런 행위의 출발점은 보호자의 휴가였다. '먹고 사느라' '멈춤'을 제대로 못 가졌던 부모 세대의 휴가는 그 본질이 '멈춤'이다. '멈춤'은 출근 안 하는 것, 일을 쉬는 것. 벌이를 일단 멈추고 소비하는 것. 그 모습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언제나 휴가를 꿈꾼다. '멈춤'을 상상한다. 그 상상의 힘으로 [지금, 여기, 언제나의 오늘]을 버틴다. 오늘도 우리의 일상과 여행은 그렇게 여전히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이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 나간다. -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면서 동시에 밀어내게 되는 표현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것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적인 대화'를 스스로 이끌어 내어 나를 성장시키는 모든 활동으로써의 여행에 격하게 공감한다. 내적인 대화야말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을 디자인하는 밑거름이니까. 그 결과로 누구나 자신만의 상징에 주관적인 동기를 갖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거니까.


여행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조금씩 다 다른 현실적 이유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궁극적인 이유는 하나다. '나' 찾기.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삶을 살아내기를 스스로 요구하는지. 나와 연결된 이들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재미와 의미에 가치를 부여하면서 살 것인지. 이 본질적 이유에서 본다면 반드시 다른 고장, 외국으로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닌거다. 돈들이고 시간들이고 몸써서 멀리 멀리 떠나지만 오히려 나 자신으로 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내 일상으로부터 한참을 벗어났다고 생각되지만 나의 일상이 더 또렷하게 각인된다. 다른 문화권에서 낯선 음식을 먹어보면서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더 나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보장은 주어지지 않는다. 차분하게 사유하는 여유보다 시각과 운동의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 유혹적 장소와 상황이 더 많다. 그러니 모든게 낯설은 환경에서 오히려 고립되어 소비적인 환경에만 노출되다 올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떠나서 나를 찾을 수도 있는 것처럼, 떠나지 않고도 나를 찾을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물론 나 찾기 뭐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일단 일에서 벗어나 쉬고 싶다, 라는 생각으로 여행을 갈구하기도 한다.  어제 오늘 내일처럼 하루 더 생긴 휴식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갑자기 더 생긴 잠깐의 여유라고 잠을 줄이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해야만 하는 일정속에서 쉼을 찾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자기의 루틴이 일정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찾는 게 모든 면에서 더 낫다. 다시 이어질 일상을 위해서라도. 나의 불확실한 일생을 가득 채우는 건 [지금, 여기, 언제나의 오늘]에 있는 확실하게 익숙한 나의 일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익숙한 일상의 멈춤이 아니라 그 연속되는 일상 속에서 내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상 여행 기술을 터득하는 게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찾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재미와 의미속에서 감미로운 삶의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 걷기, 사유하기, 실천하기, 설레기, 기다리기, 잘 맞아 들이기, 조금 먹기, 잘 먹기. 그렇게 나의 삶에 윤활유가 되는 새로운 생각을 해내는 기술. 그 기술을 찾아 실천하는 힘, 그리고 그 과정에서 쉼을 마음껏 누리는 기술. 그 기술의 터득이 일상 여행의 본질이지 싶다. 그 본질에 대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실천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 일과 삶과 여행이 자연스럽게 나의 일상에서 이어지기. 일상 여행으로 잘 쉬는 방법을 몸이 기억하게 만들어 주는 것, 잘 쉬는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보여 주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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