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May 22. 2021

마켓컬리를 떠납니다

2017. 08 ~ 2021. 05

이 포스팅은 유난히 고민을 많이했던것 같아요.

퇴사보다는 이별에 가까운 경험이라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할지 막막해서 그런것인지,

의도하지 않은 오해로 동료들에게 상처가 혹여나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런것인지,

다만 개인적으로 서운하거나 억울한 마음보다는 감사한 마음만 남은 아직도 저에게는 애틋한 경험이었기에 이 무지막지했던 경험을 굳이 숨기고 챕터를 마무리하는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이들어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왜 마켓컬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냐면


결국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할만한 내용이 이 부분일거라, 이 내용부터 짚고 넘어가면 좋겠네요.

지금 그렇게 잘나가고 있는 컬리를 왜 지금 굳이 나오느냐는 질문들을 주변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것 같아요. 비즈니스적으로 본다면 매우 멋진 성장곡선을 그려왔고 앞으로도 더더욱 높은 성장곡선을 컬리는 그리게 될거라 믿어 의심치는 않아요.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될거라는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해가 안간다고 생각할 수 있을것 같긴 하네요.


그런데 막 엄청난 비밀이 있는게 아니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켓컬리의 성장속도와 수준이 저의 성장수준을 초월했기 때문에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이제는 비켜줘야 하는 타이밍이 된것 같다"정도인것 같아요.

(유투브 채널 '존잡생각'에서 언급된 스타트업 물리의 법칙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drBdnrlsq9o 

'스타트업 물리의 법칙' 출처: https://review.firstround.com/hypergrowth-and-the-law-of-startup-physics)


저도 지금까지 컬리 이전 조직에서는 조직의 성장속도나 수준이 저 자신보다 높다고 느껴본적은 솔직히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위에 얘기한 저 메세지를 조금 소화하는데 시간이 걸리기는 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대로는 저의 리더십이 가지고오는 리스크가 점점 커질것 같았고... 더 솔직히는 이제 제가 빌딩한 우리팀은 너무 멋있어져서 저보다는 더 멋있는 리더가 이끌어주는게 더 빠르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조직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물론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위와같은 생각이 들었을때 퇴사를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저는 조직의 수장이었고, 전사적인 관점에서도 맡고 있는 책임도 절대로 작지는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관점보다는 조직의 관점을 우선순위에 놓고 고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또 리더이기 때문에 더 자신에게 엄격하게 진단하고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하다보니 저런 결론에 도달한거 같아요.  


'퇴장을 하는 타이밍'은 사실 정답이라는것은 존재할수가 없고, 누군가에게는 빠르고 누군가에게는 늦은 시점이 될수도 있을것 같아요. 하지만 모두가 늦은타이밍이라고 생각할때 퇴장 하는 모습은 동료로서 그리고 리더로서 절대로 보이고싶지 않다는 개인적인 강박도 분명히 있었던것 같기는 하네요... 그리고 다양한 관점에서 보았을때 지금즈음 타이밍이 마지막까지 순수하고 진정성있는 동료의 모습으로 떠날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일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물론 근거는 전혀 없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에서 나온 결정이었어요.


(이 이야기를 팀원들과 커피챗을 하면서 나눴을때, 사실 대부분은 제가 비겁한 변명을 하는것으로 보지는 않을까 염려를 하기도 했었는데 팀원들이 다 이해해주고 수긍도 해주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감사했어요. 팀빌딩 항상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끝까지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동료와 함께했다고 생각하니 팀빌딩이 안된건 또 아닌가봐요.)



물론 지친것도 있기는 하고요


마켓컬리에서는 정말 안해본게 없는것 같아요.

짧지만 개발총괄도 해봤었고(지금도 이건 생각만하면 아찔하네요),

CISO도 해봤었고 (다들 아니라고는 하지만 감옥갈까봐 조금씩은 항상 쫄아있었던것 같고),

물류 시스템 기획도 해봤었고 (이거하다가 지병하나 얻었던것 같고)

커머스 시스템도 기획과 팀빌딩도 해봤었고, (이거하다가 다른 지병하나 또 얻었던것 같고)

Product Designer팀, QA팀, 그리고 데이터 농장팀(Advanced Analytics)도 팀빌딩하고 리딩해봤었고요...

거의 과도기에 관리가 필요했던 프로덕트 연관 조직들은 한번씩 함께 일해봤던것 같아요.

(참고로 위의 모든 조직들은 리더와 매니저가 있고, 현재 안정화 되어있습니다. 오해하실까봐요)


모든 지점에서 제가 선택한 도전들이기는 했지만...

리더로서 경험이 부족한 저는 관리를 해야하는 상황에 실무를 너무 많이 했고,

그 실무역시 업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도 했고,

다양한 안정화 수준을 가지고 있는 팀들을 병렬적으로 관리하려니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치고...

그러다보니 정말 쉬고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기는 하더라고요.

(작년에 결혼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 두번 미루고 신혼여행도 제대로 못다녀온것도 분명 데미지에 추가하기는 해야할것 같긴하네요)


다만 몸이 많이 지친건 개인적으로 반성을 많이 하기는 했어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들다면 더더욱 운동/체력관리를 더 열심히 했었어야 했는데, 그저 일만 바라보고 달리다보니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타이밍조차 놓쳐버린것 같아서 그게 지금도 속상하기는 하네요.

다음 커리어에서는 정말 체력관리는 의식해서 습관처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ㅎㅎ;;)

 


마켓컬리는 멋진 동료들과 무지막지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매우 많이 있어요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제가 왜 컬리를 떠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셨겠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어요. 위에서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저의 퇴장이 불필요한 오해나 부정적인 메세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을뿐더러, 프로덕트를 포함한 마켓컬리는 그 어느때보다 멋진 팀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제가 감히 리딩하기 부담스러울 정도로요).


제가 마켓컬리에 와서 저 혼자만 해낼수 있을까 말까 했던 과제들을 이제 우리 동료들은 2021년도 상반기에만 몇개씩 런칭을 하고 있어요. 도메인 중심적으로 전문성을 함양하여 주체적으로 일하는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키워가던 조직은 이제 듬직한 리더와 매니저님들과 함께 도메인 전문성을 넘어 전사적으로 중요한 과제들을 목적중심적으로 해결하는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프로덕트의 기회영역 및 기술부채를 해결하는 주제등의 도메인 중심적인 과제들외에도 비즈니스 임팩트와 직결된 다양한 서비스 고도화 과제 및 실험을 중심으로 고객경험을 계속 진화시키는 Conversion 목적 조직까지 다양한 목적조직들을 운영하고 또 상시로 신설되고 있어요.

물론 목적중심적인 Cross-functional team으로만 일을 하는 과정에서 동일 직무를 공유하는 동료의 부재에서 오는 실무적이고 정서적인 피로도 및 silo화되는 조직구조에서 파생되는 조직문화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서 최근 마켓컬리에서는 직무중심적인 조직인 '홈'과 목적중심적인 '팀'으로 조직체계를 전사적으로 도입하기도 했어요.  

(참고로 커머스 기획조직의 리더인 안규민님이 소개하는 마켓컬리 Commerce Platform 조직에 대한 글들은 https://brunch.co.kr/magazine/kurly-cp 여기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어요. 드립을 하시는 감성이 아재개그과라 그렇지 나쁜사람은 아니에요) 


더이상 마켓컬리는 저나 특정인물의 '하드캐리'를 통해서 운영이되고 성장을 하는 조직이 아니에요. 다만 적어도 프로덕트 조직에서는 팀원 한사람 한사람이 하드캐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주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거에요. 과거의 그 어떤 시점들보다 매력적인 기회들이 많이 있고 커머스에서 단언코 이제 선두주자라 이야기할 수 있는 마켓컬리에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고 꼭 지원해주세요!

(지금 봐도 저 성장곡선은 소름돋기만 하네요.

이미지 출처: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40115072374414 )



P.S.

좀 쉬고 이직할 예정이긴 하지만 넥스트 커리어는 정해져있는 상황이라 채용관련 제안은 감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