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비가 세차게 쏟아지더니, 저녁 무렵엔 맑은 하늘이 펼쳐졌습니다.
오늘 날씨를 흐렸다고 해야 할지, 맑았다고 해야 할지 잠시 망설여졌습니다.
때때로 나의 하루도 그런 것 같습니다.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밤이 될수록 쳐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우울하게 열었던 아침이 서서히 빛을 되찾아 행복한 저녁으로 이어지는 날도 있습니다.
오늘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뿌찌근한 몸으로 시작한 오전, 매일 하던 집안 일도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 힘없는 마음은 내 하루와 아직 오지도 않은 내일까지 힘을 빼는 듯했습니다.
조금만 욕심을 부리면 내 하루는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합니다.
좋은 것으로 채우려다 결국 내 몸만 힘들게 하는 나를 발견할 때면, 어리석은 나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사실 주어진 것 안에는 쓸모없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 제각각의 쓰임과 가치가 있는데, 나의 욕심은 그것들을 보지 못하게 가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욕심을 뒤로 밀고 마음을 고쳐 먹으니, 바로 내 옆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그 가족을 위해 하는 작은 청소와 깨끗한 환경, 그리고 맛있는 저녁.
내가 사랑했던 수많은 책들과 글을 쓸 수 있는 노트북,
성경과 혼자 앉아 묵상하는 나의 책상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주어진 것은 없었습니다.
지나온 시간들, 순간들, 기억들, 추억들, 그리고 현재 함께하는 이 순간까지, 모두 당연한 건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이 그 자리에서 자신을 지킬 때,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아름다움을 꽃피워 냅니다.
오늘 하루도 흐렸던 시간이 존재했지만, 지금 이 밤 나의 하루는 분명히 '맑음'입니다.
내일도 그랬음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도 맑음",
그렇게 매일이 맑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밤을 적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