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동안 피곤했던 피로를 풀러 피서 왔습니다.
오랜만에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폈네요.
그렇게 사랑했던 것들도 약해진 기력 앞에서는 그 어느 하나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렇게 앉아서 타자를 두드리는 데에까지 정말로 오래 걸렸거든요.
몇 발자국이면 앉을 수 있는데 와서도 되돌아가고 누우면 앉고 싶은 생각에 몸을 일으켜 앉았다가도 기력이 없어 즐길 수 없기에 다시 되돌아가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요.
무더위가 기승인 것도 한 몫했네요.
기왕이면 잠을 자는 게 나을 것 같아 에어컨 바람 밑에서 뜨거운 햇빛을 뒤로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리고 꿈으로 가는 그 길 위에서 어렴풋이 내리쬐어 내 마음을 밝히는 가을 햇살이 그리고 지나간 시간들이 펼쳐졌고 그 광경이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지던지요.
시원한 바람과 청량한 햇빛이, 그 가을 하늘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매해 오는 그 가을이 곧, 오겠지요.
매일매일 달라지는 하루에 무력함을 이기고 다시 일어서서 나를 챙깁니다.
아프지 않아야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조언의 말들이 오늘따라 가슴 깊이 다가와서요.
이상해요. 모든 게 빨리 돌아가는 이 시간 위에 내 시간만 천천히 가는 것 같이 느껴져요.
사랑했던 친구들, 요즘같이 빠른 세상에 더 멀리 흩어져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소중한 인연들이 지금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
하하 호호 웃으며 행복한 시간들이 오늘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대는, 행복한가요?
아픈 곳은 없이 평안하신지요?
오늘도 나는, 아주 작은 감사한 이유 때문에 다시 일어서 하루를 펼쳐냅니다.
밤이 와도 덮이지 않는, 내일이 와도 계속 펼쳐 있을 아름답다 생각하는 소중한 마음을 내어 보입니다.
믿음으로 다져진 깊은 뿌리에서부터
아무리 작아 보여도 나에게는 전부인 나의 사랑을
신의 뜻에 닻을 내린 그 길에서만이 완전할 수 있는 소망을
오늘도 두 손들어 올려 보이며 하루를 완성해 냅니다.
언제 했던가 어렴풋한 사랑한다는 그 말과 함께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바라보며.
내 마음속에 있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사랑한다구요.
몸이 약해질 때면, 저의 마음의 종착지는 결국 한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에게 내일이 없다면?"
'아니,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그러면 지금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깨닫게 되고요.
그런 다음, 지금 가장 바라는 것, 내가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의 나를 알게 되지요.
시간은 항상 있지만 때론 늘 있진 않게 느껴지잖아요.
그렇게 오늘의 내가, 나의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나는 잠잠히 깨달아 응시하게 됩니다.
닿을 수 있다면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저는 한 발자국 내디뎌요.
그리고 나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하다 느낍니다.
이 평안함이, 이 고요한 기쁨이 그대에게도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