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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사랑하기를, 매일이 생일 같기를.

by 이지희


"보통 몇 시에 일어나세요?"


"5시 반쯤 일어나요."


나는 이십 대 때부터 새벽 5시에 기상했다. 누군가 물으면 습관처럼 같은 대답을 했다. 그런데 요즘엔 7시, 8시, 가끔 5시에 일어난다. 기상 시간이 들쭉날쭉해져 더 이상 "5시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이제는 '무리'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오늘은 눈을 비비고 꿋꿋이 새벽 기상을 실천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나의 생일이기 때문이다.


매해 생일이면 새벽에 일어나, 태어난 순간부터 오늘까지의 날들을 되돌아본다.

감사 기도를 드리다 보면, 매일 같았던 하루와 매년 찾아오는 생일 속에서도, 여전히 깨어서 감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울컥해 눈물이 쏟아진다.

다시 깨어 있고 싶다. 다시 살아 있고 싶다.

내년 생일까지 주어진 시간을, 또 한 번 새롭게 깨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이번 생일은 사랑하는 가족들, 오랜 친구들, 그리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의 축하와 함께 행복하게 보냈다. 거듭 오는 진심 어린 메시지들은 내 마음을 두드렸다. 나를 기억해 주고, 나의 생일을 온 마음 다해 기뻐해 주는 그 마음들이 내 마음을 덮어 왔다.


그렇게, 말보다 듣는 귀가 열린 오늘, 나는 나를 둘러싼 크고 작은 혹은 깊고 잔잔한 관심과 사랑이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관심들이 떠올랐고, 무심했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이기적인 나의 모습이 더 부끄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던 그때, 나는 다시금 나에게 주어진 이 일상과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었다.


멀어졌던 새벽이 고요한 울림의 그 시간이 다시 내게 가까워졌다.

매일 주어졌지만 자느라 몰랐던 나의 새벽, 언제든 일찍 깨면 다시 볼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그 고요한 시간을 다시 찾게 된 것이 다행스러웠고 감사했다.


새로운 길만을 바라왔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았다.

이미 주어진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다.

또 한 번, 사랑의 힘을 느낀다.


새로운 것도, 이미 주어진 것도 '사랑'의 길 위에서는 다 통한다.

그러기에 나는 매일의 같은 하루를, 생일과 같이 특별한 마음으로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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