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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Oct 15. 2024

따뜻한 봄날 아래 (1)

"아빠! 오늘은 아침밥 같이 먹기로 했잖아요!"


제이미가 1층 현관으로 소리치며 뛰어내려와 출근하는 아빠를 붙잡으려 한다. 


"미안해. 아빠가 바빠서 나가봐야 해. 저녁에 보자, 제이미."


쾅.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제이미는 식탁을 향한다. 


따뜻한 가족.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 집 아빠는 너무 바쁘다. 그래도 괜찮다. 제이미는 엄마가 해주신 맛있는 아침을 먹고 제 나이에 맞게 상쾌한 기분 속에서 학교 갈 채비를 한다. 


한적한 시골길 위에 꽤나 멋지게 지어져 있는 2층 집. 제이미의 집이다. 제이미는 시골 냄새와 더불어 집 앞으로 나있는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그녀는 모든 것이 깨어 있는 듯한 이른 아침, 학교 가는 이 길이 매우 즐겁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을까? 테일러 선생님은 오늘도 꽉 조인 남색 넥타이를 또 차고 오시려나? 볼 때마다 답답해 보이긴 하지만 그게 테일러 선생님인 걸?' 괜스레 새어 나오는 즐거운 웃음과 함께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오늘도 가볍다. 


제이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녀를 웃게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있을까' 흡족해하면서도 '그녀의 울음을 보는 것만큼 아픈 일이 있을까' 하고 제이미의 환한 미소를 지켜주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을 것이다. 그녀는 작은 것에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다. 작은 나비가 따라와도 수줍은 미소를 지어주고, 햇살이 따뜻한 것만으로 그 따뜻한 마음씨를 이곳저곳 심어 놓는다. 그렇게, 오늘도 제이미의 하루가 그저 행복하기를 바랬것만, 제이미는 가던 길을 가만히 멈춘 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낡은 집. 사람이 사는 곳인지도 잘 모르겠는 허술한 집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이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반쯤 숙인 채 그저 그 울음소리를 듣고 있다. 


'누가 아침부터 이렇게 서글프게 울고 있는 거지?' 


낡은 집 창문 너머로 따뜻한 온기 속에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나이 지긋한 남성이 울고 있다. 


잡화점 주인아저씨다. 


학교 앞에 있는 잡화점의 단골손님인 제이미. 엄마는 잡화점에서 학용품이나 사라며 다른 것들을 사 오시는 걸 좋아하지 않으시지만, 그녀는 그곳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신기하고 재미있어 하굣길에 꼭 들린다. 


'아저씨의 집이 여기였구나. 왜 이렇게 울고 계신 거지? 왜 이토록 목놓아 우시는 걸까?... 슬프다.' 


제이미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했다. 늘 평범했던 그녀의 아침이 어쩐지 오늘은 그리 평범치 못하게 되었다. 어쩌면 지금까지의 화창한 하루의 시작은 신이 그녀에게 주신 선물이었던 것일까? 모든 것이 그대로인 가운데 그녀의 발걸음만이 무거워지고 있었다. 착한 제이미는 그저 그대로 그 마음을 굳게 간직한 채 학교로 향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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