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이 주는 기쁨

전기차 구입의 기록

by 김지엘

최근에 전기차를 한 대 구입했다.

희한하게 일반 기름 떼는 차를 타고 다니면 피곤한데,

전기차는 피곤하지 않더라.



장거리 운전이라도 할라 치면

아무리 외제차에 승차감 좋더라도

나는 피곤했다.

그냥 '부릉부릉~' 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받는 느낌.

지금 집에서 타는 메인카도 정말 좋은 차라고 소문이 자자하다

아내가 주로 타고 다닌다

나는 내연기관에는 크게 흥미가 없다.



'기름이 타고 있구나.'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 살면서, 이렇게 기름을 써도 되나'

20대 처음 운전할 당시부터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곤 했으니

진정한 애 늙은이.

난 나라를 아끼는 국민... 이라기보다 그냥 '부릉부릉'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인 거지.





제주도에 여행 가면 늘 전기차를 타곤 했다.

전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자체가 휴식이고 힐링이었다.

표선, 남원 지역을 드라이빙하며

우측, 좌측에 귤밭을 두고 전기차를 달리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부자가 된 기분에,


조용하게 숲길로 진입을 하거나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전기차 할인을 받고는

이게 뭐라고 그렇게 기쁜 마음도 들더라.


내게 전기차는

부담 없고, 간편하며, 휴식이자 힐링의 코어로 여겨져 왔다.


자연스럽게

한 대 갖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소호사무실을 출퇴근으로 오가고 있었다.

구청에서 만든 사무실인데, 지은 지 얼마 안 된 건물이라

무척 쾌적하고 깨끗하다.

나는 글을 쓰거나 사업을 기획하거나 강의를 만들기 위해

최근 매우 자주 사무실에 갔다.


근데 교통이 안 좋다.

일단 집에서 사무실이 멀고, 오가는 버스도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올해 여름이 이렇게 뜨거울 줄이야.


아내는 나를 안타깝게 여겼다

전기차는 사고가 많으니 절대 안 된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내가 버스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나 보다


전기차 구입을 허락하더니

속도감 있게 차를 알아보러 다녔다.

올여름이 가기 전에 좀 시원하게 출퇴근하는 게 목적이라면 주요한 목적이랄까.


아내는 두 달 세 달 걸려서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말고

당장, 다음 주라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차영업소 대리점을 6군데 정도 훑었나 보다


자꾸 알면 알수록

눈이 높아지는 거지.

더 좋은 차 갖고 싶은 거지.


나는 목적을 분명히 하며 아내에게 말했다

"차종 상관없어. 그냥 전기차 이기만 하면 돼!"





아내의 눈이 다시 적정선으로 도착할 즈음,

그렇게 찾고 찾던 똑똑한 영업사원 한 명 걸리지 않아 힘들어할 즈음,

여전히 똑똑한 영업사원은 아닌데

차가 조건이 괜찮아서

계약을 하게 되었다.

건너 건너 알게 된 영업사원이었나 보다.


처음에는 그냥 저렴하고 작은 중고전기차면 나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신차를 구입한 거다. 그것도 올해 버전의 좋은 차로..

나는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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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회 수련회 준비로

아내가 교회 가는 일이 빈번했다.


방학이긴 해도

아이들은 학원을 오간다.


픽업할 일이 많다는 거.


나는 픽업이 너무 싫은 사람이었다.

그냥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근거리에 아이들 픽업 가는 아내가 못마땅했었다.


지금은 내가 군소리 없이 간다.

그냥 부담이 없다

스~윽 갔다 오면 된다.


햐....

이런 일이 다 있냐며

아내가 놀라워하더라.


아침에 운동하러 갈 때도 스~윽 간다.

큰 아이 논술학원 픽업 갈 때도 스~윽 가서 데려온다.


날 더운데, 땀 빼지 말자.

어차피 운동은 헬스장에서 하는데,

귀갓길 걸어오다가 다시 땀범벅되어서

운동하며 스트레스 풀고, 땀범벅에 다시 스트레스 쌓지 말자.


물건, 물질에 마음두지 않고 살아왔던 나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난 물건욕심 없다.

뭘 그리 사고 싶은 마음도 없고, 둬봐야 다 짐이다.라는 생각...


사람이 지식과 지혜가 중요하지.

내가 돈 주고 사는 건 책, 음식 이런 거다.

내가 참 재미없게 산다고 아내가 늘 말하곤 했다.





그랫던 내가

전기차를 타며, 생애 처음으로 물질을 얻은 기쁨을 누린다.

스~윽!

난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매일 제주도 해안가 드라이빙 하는 기분.


물질이 내게

그것도 차가... 나에게 기쁨을 주다니.

내가 이런 걸 좋아하다니...


이게 바로

삶 속의 발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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