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 특강 현장에서 다시 확인한, 성과보다 먼저 정렬되어야 할 것
각자는 분명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회의는 많았고, 보고서도 쌓였고, 누구 하나 쉬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직 전체로 보면 늘 비슷한 지점을 맴돌고 있었다. 마치 여러 대의 엔진이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기계 같았다.
대전의 한 기술기반 기업에서 OKR 특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계속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한 참가자가 실습 중에 말했다.
"이 목표, 사실 우리 팀이 왜 하는 건지 잘 몰랐어요."
그는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담담했다. 그게 더 무서웠다. 조직에서 '왜'를 묻지 않는 일이 이미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조직이 목표를 가지고 있다. 부서별 KPI도 있고, 분기별 목표도 있고, 심지어 개인별 평가 지표까지 있다. 하지만 묘하게도 조직 전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흐릿하다.
이건 목표의 부재가 아니다. 방향의 부재다.
목표는 숫자로 주어지지만, 방향은 합의되어야 한다. 목표는 지시될 수 있지만, 방향은 이해되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조직이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래서 목표를 더 많이 만들고, 더 구체적으로 쪼개고, 더 자주 점검하지만 방향은 여전히 제자리다.
OKR은 바로 이 지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목표 관리 기법이 아니라, 방향을 합의하는 언어다.
Objective는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말하고,
Key Result는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Initiative는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드러낸다.
문제는 이 구조를 '문서'로만 다룬다는 것이다.
목표가 문서로 끝나는 조직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화가 없다는 것이다.
리더는 목표를 전달하고, 구성원은 목표를 받는다. 그 사이에 질문은 없고, 의심도 없고, 조율도 없다. 그저 숫자가 내려오고, 사람들은 그 숫자를 채우려 뛴다. 그러다 분기가 끝나면 또 새로운 숫자가 온다.
대화(Conversation), 피드백(Feedback), 인정(Recognition). 이른바 CFR이라 불리는 이 세 가지는 OKR을 움직이는 호흡이다. 그런데 많은 조직이 이 호흡을 건너뛴다. 목표만 세우고, 결과만 점검하고, 사람은 남지 않는다.
지시는 빠를 수 있지만, 질문은 방향을 만든다.
칭찬은 순간을 살리지만, 인정은 관계를 남긴다.
강의 중에 누군가 자신의 OKR을 한 문장으로 말해보는 순간이 있었다. 그 순간, 목표가 처음으로 '자기 말'이 됐다. 문서가 아니라 언어가 됐다. 그때부터 조직의 대화는 시작된다.
기술 중심 조직은 특히 이 문제에 취약하다. 일의 속도는 빠르고, 변화는 잦고, 성과는 숫자로 정리된다. 개발 일정은 촉박하고, 새로운 기능은 계속 추가되고, 누구도 멈춰서 "우리 지금 제대로 가고 있나?"라고 묻지 않는다.
속도가 빠를수록 방향을 잃기 쉽다. 숫자가 많아질수록 사람이 사라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목표는 '피해야 할 기준'이 된다.
OKR이 여기서 작동하려면, 그것을 제도로 도입하려 하면 안 된다. 성과를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성장을 확인하는 언어로 다뤄야 한다. 그러려면 리더가 먼저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 조직은 정말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가?"
OKR을 도입하려는 조직이 많다. 하지만 OKR을 도입하기 전에 먼저 다뤄야 할 것이 있다. 조직이 방향을 잃는 구조 그 자체다.
목표를 더 잘 세우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조직이 왜 방향 없이 뛰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숫자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누가 그 숫자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결국 성과 관리의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다. 목표가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목표가 나쁜 게 아니라, 목표를 둘러싼 대화가 없기 때문이다.
OKR은 그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일 뿐이다. 중요한 건 조직이 다시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방향 위에서 각자의 속도가 모이게 하는 것.
방향이 없으면, 속도는 그저 소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