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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02. 2023

날벌레 현상

표현해 주니 보이는 것들


식사 때 큰 딸이 말하길...


"집에 날벌레가 너무 많아. 오늘도 다섯 마리나 잡았어"

벌레 신경 안 쓰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인 거다.
흔한 딸의 요구.
그냥 여름이니 그런 거다 말하고 넘어가려는데...
딸내미 더 강하게 어필한다.

"얘들이 집안 어디인지 알을 깠나 봐. 아주 그냥 진짜 많아."

그나마 말을 거칠게 하지 않아 주어 고마웠다.


뒤에 짜증 난다거나 재수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뉘앙스였음에도 표현하지 않아 준 것이 내내 고맙다.


초5 둘째가 맞은편에 앉아서
언니가 하는 말과 행동을 모조리 흡수하고 있다.

언쟁을 하고 싶지 않았고 식사자리였기에
나는 우회적으로
날벌레가 생기는 이유와 원리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말했다.

사실 나도 중학생 시절 여름 언젠가..  주택 사는 우리 집에 왜 이리 날벌레가 많은지... 어디 날벌레뿐인가.. 원망할 데가 없어서 답답했었다.


큰 딸이 참지 않고 표현해 주어 오히려 좋았다.
뭐든 표현하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원치 않는 벌레 (혐오곤충, 불쾌벌레, 뉴슨스라고도 한다)는 대게 따뜻한 온도, 높은 습도에 먹거리가 있을 때 생긴다. 여름이 딱인 거지.


원인을 없애는 것으로 방어가 가능하지만
워낙 생명추진력이 강력하고 파장이 큰 존재들이어서
한번 생기기 시작하면 좀처럼 스스로 사라지진 않는다.

벌레는 원인의 결과일 뿐이다.
증상일 뿐 원인은 별도로 있기 마련.


살면서 증상자체에만 잡혀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싱크대에 버려진 포도 껍질를 비닐에 꼭 싼다.


플라스틱에 담겨있던 음식 찌꺼기를 보고, 분리수거함에서 꺼내어 물로 씻고 처리한다.


아이들이 먹다 남긴 사탕 굳은 것을 뜯어내고 물티슈로 단맛의 흔적을 없애본다.




찾으려니 원인이 너무 많이 보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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