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먹이기 협상
토요일 느지막이 일어나서
교회에 예배준비하러 가겠다는 큰 딸-
아점 (이미 아침밥은 건너뛰었고) 먹이며 협상 겸 실랑이를 한다.
나는 일단 골고루 많이 먹이는 게 목적이다.
한창 클 나이에 잘 먹고 잘 크는 게 보람이자 기쁨이지.
시간 얼마 안 남았다. 키가 정착하고 나면 입을 수 있는 원피스 사이즈가 다를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화점에서 딸아이 옷사주며 길이를 보고 아내와 자화자찬할 날을 그린다.
이런 나의 소박한 비전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딸아이는 매우 빈번하게 딱 한 숟가락씩 밥을 남기는데...
이때부터가 신경전 시작-
내가 늘 지니까, 밥을 남기는 대신에 양질의 반찬을 먹는 것으로 협상카드를 제안하곤 한다.
오늘이 그랬다
"밥 너무 많아. 남길 거야"
"다 먹지~"
"많아. 싫어"
"그럼 대신 두부 두 조각 먹고, 계란말이 클리어해 "
"이미 옆에 다른 두 조각 먹었고, 두부는 아무 맛이 없어. 밍밍해"
"(그게 몸에 얼마나 좋은 건데, 어디 그냥 그런 동네마트에서 산 건 줄 알아.. 국산콩에 딴딴하고... 일부러 고품질 두부 비싼 거로 산 건데...라는 말이 목까치 차오르지만)...
그럼 거기 젓가락으로 자른 부분 볶음 김치 올려서 먹고, 계란말이 클리어!"
"싫어 "
"...... (나의 금 같은 침묵ㅋ)"
"대신 계란말이 다 먹을게"
"알았어 (아... 계란말이 더 할걸...)"
나는 계속 생각한다.
'아.... 계란말이 더 해줬어야 해
야채 더 넣었어야 했고, 계란 몇 개 더 풀었어야 해'
.
딸아이가 외출했다. 고대기 쓰고 그냥 둬서 책상 타겠네.
그거 정리하다 보니 방에 손댈게 한 두 군데가 아니다.
두서없는 큰 딸아이 방을 혼자 정리하면서 토요일 값진 오후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