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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엘 Aug 21. 2023

코치형 리더는 코치가 아니다

우리조직에 사내코치가 필요한 이유

자주 질문을 받는다


"우리 회사 리더들이 코칭을 배웠는데 어째서 회사는 변화가 없을까요?"


처음 질문받았을 때, 나는 마치 코치협회 대변인이라도 된 듯 사명감으로 대응했었다. 행여 질문자가 코칭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결론을 내려버리면 어쩌나 염려되어 어쩔 줄 몰라했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불편했다.


코칭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듣는 일은 내겐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내게 벌어진 일이 아니었는데 그저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전전긍긍대기 일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코칭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상황을 경험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사실 코칭이 만능은 아니지 않나. 코칭을 받았거나 배웠다 해서 갑자기 모든 사람이 인생의 변화를 경험하거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S사의 인터널 코치로 입사하여 8년 동안 코칭만 업무로 하다 보니 이런 불편한 질문은 늘 붙어 다녔다. 나를 아끼고 존중해 주는 몇몇은 이 질문을 하면 내가 상처받을 것이 뻔하니까 차마 질문하지 못한 경우도 상당히 되었을 것이다.


회사 밖에서 코칭을 주제로 외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코치님, 코치님네 회사는 좀 다른가요? 저희 회사는 리더들이 코칭을 배웠는데도 별로 차이가 보이지 않아요. 조직분위기, 성과 모두 예전과 비슷해요."


그저 질문을 받은 것일 뿐 나와 이해관계가 없고, 내게 책임이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는 매번 긴장했다. 


'아.. 이 분이 코칭을 싫어하게 되면 어쩌지'


나는 코칭을 사랑한다. 코칭이 내 삶을 변화시킨 사실은 둘째 치고, 나를 통해 코칭을 접한 사람들의 변화는 실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코칭을 만나서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타인을 수용하고 타인의 삶도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고백한다. 이런데 어떻게 코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도 있다. 코칭을 접했다 하여 모두가 이렇게 감동적이진 않다. 코칭이 만병통치가 아니듯 불편한 질문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 나 역시 언제부터인가 불편한 질문은 그저 불편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 회사 안에서 오래 코칭하다 보니 그 불편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리더들이 코칭을 배웠는데 회사가 바뀌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우선 리더가 코칭교육 이후에 코칭을 하고 싶어 해야 한다. 코칭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억지로 뭘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스스로 성찰하고 실행 점검 해나가는 것이 기본이다. 


일단 리더 스스로 배운 코칭을 실행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다. 이뿐이랴. 마음이 있더라도  본인의 조직 구성원을 대상으로 코칭을 실행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치열한 업무 가운데 왠지 코칭을 한다고 떠올리면 잡담 나누는 것 같고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코칭을 배우고 리더가 코칭을 통해 조직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코칭이 조직 내에 확산되는 일도 금세 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겪어 왔던 나로서는 각각에 대한 나름의 솔루션이 마련되어 있다. '배운 코칭을 리더가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이를 조직내부에 확신시키는 방법' 등 조직 내에 코칭이 살아 움직여 성과로 연결되게 하는 경험들이 내재되어 있다. 이 부분은 기회를 봐서 차차 언급해 보도록 하겠다. 


다시 핵심으로 돌아가서, 코칭이 회사를 변화시키지 못하는 이런 일반적인 이유들 말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해보겠다. 


엄밀히 보면 코치형 리더는 코치가 아니다. 리더다. 리더와 코치는 다르다. 이것이 유일한 이유다.


리더와 코치는 무엇이 다를까?


리더와 코치는 목표와 행동이 다르다


리더는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 목표를 설계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구성원을 동기부여하며 리딩한다. 우리는 흔히 목표달성을 성과라 일컫는다. 리더가 하는 모든 일은 성과와 연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성과에 초점을 둔 상태에서의 조직관리, 구성원 리딩이 리더의 역할이다. 


사람마음을 함부로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을 위해 하는 모든 리더의 공적인 행동에는 조직의 성과달성이라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성과달성이라는 뚜렷한 목표가 리더를 움직이게 하고 더불어 코칭역량도 배우며 실행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니겠는가.


리더에게 코칭은 목표달성에 활용할 수 있는 무형의 기술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리더의 행동 중 하나인 코칭은 구성원의 목표설정, 동기부여나 생산적인 관계 유지, 올바른 피드백 등으로 활용이 되고 있다.  



코치의 목표는 무엇일까. 코치도 고객의 성과달성이 목표일까? 물론 고객이 원하는 성과달성이 코칭의 주제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고객이 당면한 이슈 중 하나일 뿐, 코칭은 고객의 전인적인 모든 것을 다룬다. 


코치는 고객이 원하는 주제를 다룬다. 코칭의 방향은 언제나 상대중심이다. 고객이라는 상대를 중심에 놓고 대화가 진행된다. 코칭의 어느 곳에도 코치중심의 흔적이 있을 수 없다. 고객이 주인공이고 코치는 고객의 성장과 변화를 섬기는 엑스트라일 뿐이다. 


코치의 목표는 고객이 원하는 성장과 변화를 이루는 것에 있다. 목표가 이렇다 보니 코치가 하는 행동은 리더와는 다르다. 


현대코칭의 아버지라 일컫는 토마스레너드(Thomas.J.Leonard)의 코칭시스템은 코칭의 원초적인 원리들이 담겨있는 프로그램이다. 그중 고객을 돕기 위한 전문적인 코칭기술 15가지 중 하나인 '고객을 옹호하기'에 이런 말이 있다.


'코치가 고객을 단지 격려만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코치가 고객의 행동, 꿈, 특성, 재능을 옹호할 때 더 높은 수준의 서포팅이 가능해진다.'


코치가 완전히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하고 옹호하는 것에서 코칭은 시작된다. 코치의 행동은 코칭 자체이다. 성과달성을 위해 구성원과 나누는 진한 의도가 담긴 리더 중심의 피드백 대화와는 방향이 다르다.


사내코치가 진행하는 코칭 역시 마찬가지다. 구성원의 성장과 변화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다. 리더의 성과달성이라는 목표는 코치가 갖고 있는 목표차원에서는 부가적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어떤 구성원은 부부관계가 회복되고 난 이후에 업무집중도가 올라 성과가 좋아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일의 루틴을 섬세하게 정리하며 자각이 이루어져 곧바로 업무 성과로 연결이 되기도 한다. 코칭을 통해 구성원이 달라지는 것은 양과 질을 가늠하기 어렵다. 코칭을 받은 구성원은 매우 다양한 차원에서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중 일부분이 성과달성일 수 있다는 얘기다. 


성과를 다루는 코칭은 중요하다.  다만 리더의 진한 의도가 담겨 있는 성과코칭은 구성원이 주인공이 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대화는 리더의 주도하에 진행될 것이고 자칫 목표를 주입하는 대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리더들이 코칭을 배웠다고 해서 회사가 변화가 되지 않는다는 말에 나는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다.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이유는 분명하다. 코칭을 해야 하는데, 리더는 코칭을 활용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회사가 변화하는 단계까지 가려면 리더들이 코칭과 유사한 대화 말고 올곧이 코칭을 해야만 한다. 코칭을 할 때만큼이라도 코치로서의 목표와 행동을 해야 한다. 간헐적으로 올라오는 리더로서의 목표와 행동을 거둬내고 구성원 앞에서 온전히 코치로서만 존재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당신은 코칭이 필요한 조직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이 책을 보고 있을 것이다. 언급한 것처럼 리더들이 코칭을 배웠음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해서 이 책을 읽고 있을 수도 있겠다. 


코치형 리더는 리더일 뿐 코치가 아니다. 이제는 리더의 리더십 발휘에 코칭을 적용하여 엄청난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기대를 그만하길 바란다. 여러 번 얘기했듯이 리더와 코치는 목표와 행동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코칭을 적용하여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사내코치를 양성하도록 하라


회사 내에서 구성원의 이슈와 조직의 이슈를 다루는 전문적인 사내코치가 있다고 생각해 보라. 리더가 코칭할 때 구성원이 하는 대답과 전문 사내코치가 구성원과 하는 대화의 차이는 그냥 예상만 해봐도 그려지지 않나. 


리더가 결코 터치할 수 없는 구성원의 영역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조직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음을 나는 자주 경험한다. 이 사실을 망각하고 리더가 구성원을 관리만 하려들 때 조직의 소통은 경직되고 조직문화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직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칭을 업무로 하는 사내코치의 수가 어느 정도 확보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리더가 터치할 수 없는 구성원의 성장과 변화를 사내코치가 보듬고 돌보고, 나아가 자발성이 촉진되고 창의적 사고가 흐르는 순환을 만들어 낸다면 어떻겠는가.


사내코치를 통해 조직이 코칭문화를 갖게 되는 것은 조직의 성장자산을 갖추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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