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일'이 되는 삶에 대하여

대학원생 9주차의 일기

by 윤지민

다들 황금연휴라는데 난 뭘 했는지 모르겠다. 연휴 내내 밀린 일과 과제(!!!)만 하다 보낸 것 같다. 아니, 정확히는 과제에 대한 스트레스만 받다가 보낸 것 같다. 아, 1박2일 군산에 바다낚시를 다녀오긴 했다만, 이번 여행은 취재의 성격이 더 컸다. 황금연휴답게 내 타임라인은 지인들이 국내외 곳곳에서 올린 여행기가 가득했다. 가상관광콘텐츠에 대한 텀페이퍼를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가 페이스북을 보면서 '이런 것도 버츄얼 투어리즘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행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그들의 콘텐츠는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최근 다녀온 '여행다운 여행'은 신혼여행 이후로는 없는 것 같다. 여행을 너무나 좋아해 몇개월째 떠나지 못할때면 저절로 몸이 근지러워져 집을 나서던 나였건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변해버렸다. 나 스스로 '세계여행'이라 이름붙인 긴 여행을 완수하고 돌아온 이래, 여행에 대한 갈망을 어느 정도 소진하기도 했거니와, 여행이 일이 되면서부터 '여행 그만가고싶다'는 마음과 '진짜 여행다운 여행을 가고싶다'는 마음이 모순처럼 얽힌다. 지금의 나는 '여행'으로부터 출발했는데 언젠가부터 '여행'을 대하는 관점과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나는 여행이 좋아서 여행을 했고, 여행을 하며 만나는 사람들이 좋았고,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었고, 그들이 더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흐르고 흘러 마침내 관광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왜 여행을 떠날까, 사람들이 여행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뭘까? 등의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답을 찾고있다. 아이러니한건 이런 고민을 시작함과 동시에 내게 진정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드는 것만 같다.


요즘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창립을 위해 힘을 더하고 있다. 대의적으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신념과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배우는 관광 분야 거버넌스나 시민조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 계시는 분들을 만나면 다들 여행이 좋아서 이 쪽 일을 시작했는데 정작 본인은 언제 마지막으로 쉬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반적인 관광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남들 노는 연휴기간이 제일 바쁠때라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의 여가를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일수록, 스스로 더 여가를 즐길 필요가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남들을 더 잘 놀게 만드는 일'의 직업병일 수도 있다. 정작 내가 놀 때조차 모든 것이 일로 보이는 걸 어쩌나싶다. 학계에 발을 들이고 연구가 '일'이 되니 논문도 결국 콘텐츠나 마찬가지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할 때는 어디를 가나 모든 것이 카드뉴스로, 영상으로, 블로그 포스팅으로 보이던 직업병과 마찬가지로, 기본도 없는 초보 연구자 주제에 요즘은 어디를 가나 모든 것이 연구주제로 보인다. 내가 생각해도 참 우스울 정도다. 어쩌면 이런 게 관광학의 매력이겠다. 내 주변의 모든 여행이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호기심을 파고들 여유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말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일'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재충전'의 방법 중 하나로 여행을 선택한다. '여행'이 일의 대상이 되어버린 나는 요즘 '일'과 '재충전'이 구분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삶을 꿈꾼다. 과연 가능할까?


관광커뮤니케이터 윤지민으로 쿨까당 국내여행 꿀팁편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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