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볼 여유가 없다면 현재에 충실하게

대학원생 11주차의 일기

by 윤지민

이번 주는 지방일정이 많았다. 5월은 확실히 행사가 많아서인지 불러주시는 곳이 많다. 감사할 따름이다. 학교를 시작하면서 수업을 항상 우선순위로 두고자 다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 동서남북 종횡무진하자니 과제는 과제대로 밀리고, 체력은 체력대로 떨어졌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남편도 처리할 일이 많은 한 주를 보내느라 서로 바빴기에 일요일이 되어서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 삶의 무조건적인 우선순위는 가족이기에 서로와 함께하는 시간을 항상 소중하게 여기기로 다짐했다.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미술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엄마는 우리 가족 중 제일 바쁜 사람이다. 강의에, 상담실 운영에, 작품활동에, 책 집필에, 스터디 등등 나보다도 더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투덜대다가도, 신이 잔뜩 난 목소리로 하고싶은 일 이야기를 하는 엄마를 보면서 나는 농담을 반쯤 섞어 '왜 나한테도 할 일만 많이 만드는 유전자를 물려줘서 똑같이 고생을 시키냐'고 말했다. 엄마는 '나도 환갑이 눈 앞인데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나 역시 엄마의 나이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자니 나라고 딱히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솔직히 좀 두렵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어도 언제나 신이 날만큼 하고싶은 일이 있다는 건 그래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슬로우의 인간욕구단계 이론에서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상위욕구이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뒤집힌 모양의 욕구 피라미드, 즉,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장 원초적인 욕구로 인지되어지고는 한다. 지금의 나는 대체 어떤 욕구의 차원에 서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공부를 한다는 건 물론 자아실현의 욕구가 가장 크다. 하지만 평소의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동기는 오히려 재정적 안전을 향한 욕구이거나 사회적인 소속감을 향한 욕구,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싶은 욕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자아실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차원의 욕구가 동시에 작용하기에 삶의 모습 또한 다양화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이 모든 욕구를 한번에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는 건 기본적으로 욕심이 너무 과한 것인가하는 자기 성찰을 하게 된다.


교수님께 '박사 후 진로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학교를 입학할 때는 나름대로의 계획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 학기가 채 되지않아 내가 과연 그런 생각을 했었던가 싶을 정도로 기억이 희미하다. 나도 정말 모르겠다. 하루하루 할 일이 많아지니 그저 내일을 준비하기 바빠 미래에 대한 고민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YOLO(You Only Live Once)의 정신은 어쩌면 더 멀리 볼 여유가 없기에 당장 직면한 현재에 충실할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에 쫓기며 오늘을 사는 삶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는 이 일기를 매주 쓰다보면 언젠가는 알게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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