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 인류애적인 사명감

대학원생 12주차의 일기

by 윤지민

지난 주말에는 대학생들과 함께 시흥에서 리얼관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관광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지역을 연계하여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학생들은 그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진로를 탐색하는 프로그램으로 내가 직접 기획한 프로젝트 중에 가장 애정을 쏟았던 프로젝트이다. 1박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각자 다른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며 아이들과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100% 만족도와 재참여의사가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받았더니 스스로 너무 뿌듯하기도 했다. 더 많은 학생들과 함께 이러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결국 이들이 관광의 미래이니까.


대학원을 시작하고 아무래도 제일 많이 읽게 되는 것은 '논문'이다. 사실 공부에 관심있는 것이 아니라면 딱히 읽어볼 기회가 없는 것이 바로 '논문'이다. 현실에서 일을 할 때는 논문은 그저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듣기에는 그럴싸한 이야기들이 가득한 것. 하지만 대학원의 수업은 대부분 논문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논문들을 읽다보면 새롭고 재밌는 것도 있지만, 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문들도 있다. 대부분 논문들의 공통점은 학문에 있어 너무나도 작은 진전을 담고있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같이 역사적으로 굉장하게 회자되는 논문이 아니라면 말이다. '파리학과'의 교수는 '파리의 뒷다리 발톱에 낀 때'를 전공한다는 유영만 교수의 메타포어에 무한한 공감을 하게 될 만큼 개인이 학문적 영역에서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아주 미미하고 소소하다는 것을 느낀다.


학문을 하게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된다.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아무리 열심히 해도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의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작디작은 노력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졌다. 티끌모아 태산이 만들어지듯 지금도 진행 중인 미미한 개인의 노력들이 티끌처럼 모여 미래 인류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꼭 학문 영역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논문'이라는 형태의 정형화된 기록으로 생각을 남기는 학계의 특성을 고려하면 인류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어느 영역에서나 결국에는 '기록'을 남겨야 그 가치가 오랫동안 남을 수 있고, 다음 세대가 이를 '선조들의 경험'으로 여기며 점증적으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우리의 선조들도 같은 마음으로 기록을 남겼을테고, 우리 역시 다음 세대를 위해 지금도 각 영역에서 미미한 노력들을 남기고 있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다음 세대에 대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하루라도 먼저 고민한 사람으로서 그 고민의 과정, 그리고 결과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고민이 인류의 성장에 기여하길 바라는 인류애적인 마음으로 연구하고 기록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의 과정은 더욱 치열해야하고 가치 지향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고작 첫 발걸음을 떼고 있는 나이지만, 읽을 논문이 산더미에 써야할 글이 수두룩한 학기말이 되자 '나만 잘 되면 되지'라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이 과정을 이겨내기에 '학자'에게 주어지는 임무는 너무 무겁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 더 인류애적인 사명감이 필요하다. 거창해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정도의 사명감을 가져야 아주 미미하게 전진하는 길고 긴 학문의 과정을 겪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에게는 그 정도의 사명감을 가질 준비가 되어있을까? 아직은 그저 두려울 따름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