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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Dec 23. 2019

1. 우리 전원주택 살아볼까요? - 프롤로그

1. 이사하자.

"우리 이사 가자"


남편에게 선언했습니다.


"나 이 집에서 더 이상 못살겠어."


생각해 보면 저의 문제였습니다. 누구에게 탓을 돌리고 싶지 않아요. 남편은 저의 반응에 이렇게 얘기했죠?


"미쳤어? 싫어 내 집에서 내가 왜 나가. 난 여기서 계속 쭉 살 거야."


그러나 한번 생각을 정한 저의 마음을 돌리기에 남편은 역부족이었습니다.


시작은 그렇습니다.


아파트의 정보를 듣고자 가입한 '입주민 카페'가 저에게는 독이었습니다. 이사한 날부터 아랫집에서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릴 뚫는 소리가 너무 커서 아기가 잠을 못 자고 있습니다."


"발소리가 너무 큽니다. 슬리퍼 신고 다닙시다."


솔직히 이삿날 그런 얘기를 하면 어쩌자는 건가 싶다가도,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저번에 살던 집에서도 몇 번 층간소음으로 "조금만 조심해 주세요"라는 얘기를 들은 터라, 새가슴이 되어 저는 또 댓글에 이렇게 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이사하느라고 소음이 발생하네요. 최대한 조용히 하겠습니다."


그 후로도 잊힐 때쯤만 되면 아랫집에서는 글을 썼습니다. "소음이 윗집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라는 얘기를 쓰긴 했지만 솔직히 바로 윗집으로 조심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입주한 새 아파트에 '소리잠 장판(LG하우시스에서 층간소음 방지로 나온 장판입니다)'로 다 깔았습니다. 그리고 알집 매트를 5개 정도 사서 애들이 다닐만한 곳에는 다 깔았어요.


그래도 잊혀질 때쯤이면 글이 올라왔습니다.


"9시 이후 쿵쿵 소리에 잠을 못 잤어요."


그 글에 저는 또 한 번 가슴이 철컹했어요. 그날은 저도 9시부터 아기를 재우면서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지만, 아기가 물을 마시겠다고 밖에 몇 번 왔다 갔다 했거든요. 설마 그 소리가 그렇게 컸을까? 싶었지만 얼른 과일을 사서 밑에 집에 내려갔죠. 저희 집 매트 다 깔아놓은 것 사진 찍어서도 가져갔습니다.


"물론 소음이 꼭 윗집만은 아니지만, 어제는 밖에서 보니깐 그 집만 불이 켜져 있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천장 쿵쿵 쳤는데, 모르셨어요?"


그 말에 연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부터였습니다. 집에 사는 것이 편하지 않고, 오히려 지옥 같았던 것이요.


후 되도록 이면 집에 안 있으려 했어요. 친구네 집에, 놀이터에, 마트를 돌아다니다가 애가 잘 때쯤 들어왔습니다. 그분이 안방에서 애들을 재우는 것을 알았기에 저는 애가 안 잘 것 같으면 9시 이전에 안방에 들어가지도 않았어요. 그리고 아들에게 "조심해, 뛰지 마, "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 것 같습니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글이 올라왔지만 그 후론 저도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마주치면 항상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카페에 글을 쓰지 마시고 저에게 직접 얘기해 달라고 만날 때마다 말씀드렸습니다. 알겠다고, 괜찮다고 다 아기 키우는 데 이해한다고 말은 그렇게 해 주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출장으로 일주일 집을 비우고 있을 때 저녁 7시쯤 한번 너무 시끄럽다고 올라오셨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알겠다고 했고요.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저희 집에 저희는 없고, 청소해 주시는 이모님만 계신 날 낮 4시에 조금은 화난 듯이


"아무리 주말이라도 너무 시끄러운 것 아닌가요?'라는 글을 쓰셨습니다. 이번에는 남편이 못 참고,


"저희 집에 지금 아무도 없고, 이런 거 카페에 글 쓰지 마시고 층간소음 분쟁 위원회에 신고하세요"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 날 저는 애들이랑 친구네 집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요, 순간 제 이성의 끈이 끊기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오빠 미쳤어?"라고 분노의 전화를 남편에게 했죠.


"내일 당장 부동산에 집을 내놓을 테니 그렇게 알아"


그리고는 진짜 다음날 바로 부동산에 갔습니다. 부동산에 저의 지금까지 사정을 전부 얘기를 드렸더니, 아저씨께서는 지금 전세가 아예 없고, 매매만 있고, 좋은 위치는 아니라고 얘기하시면서 밑에 집과 잘 해결해 보는 것은 어떻겠냐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즈음 제가 안면마비가 오기 시작했거든요. 구토 증상도 가끔씩 나타나고요.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니라고 저는 무조건 1층으로 이사를 가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특히 그즈음 매주 주말마다 아들 친구네 집 세집을 놀러 갔었는데요. 전부 다 1층 집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너무 부럽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애들에게 뛰지 말란 소리 안 하고, 매트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꿈만 같이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그 주 주말 이 동네 1층 매물을 보기로 약속을 하고 네이버 부동산을 둘러봤습니다. 처음에는 신축 아파트로만 알아봤는데,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매물이 정말 없었어요. 그래서 오래된 아파트까지 선택지를 넓히고 몇 군데 전화를 해봤는데 한 부동산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빌라는 어때요? 진짜 괜찮은 거 있는데요?"


그 순간, 그래 내가 왜 아파트만 생각했을까? 하고는 전원주택도 찾아봅니다. 그때 전원주택 "전세"가 한건 있는 겁니다.


바로 전화했더니 오늘도 볼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남편은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손해 볼 것이 뭐 있냐고, 구경이라도 가보자고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오전에는 아파트 1층 매물을 보고, 오후에는 전원주택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전원주택은 "구경"만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1층 아무거나 사자는 마음이었습니다. 1층 매물이 더 저렴하기 때문에 잘하면 저희 집 전세 주고, 1층을 살 수 있는 가격이었거든요.

근데 마음에 드는 집이 없는 것입니다. 의욕은 정말 바로 계약금 내고 싶었는데, 부동산 사장님도 너무 안쓰럽게 생각해주셔서, 저도 고민이 되었습니다.

몇 달만 기다리면 좋은 매물이 나올 것 같다고도 해주셨어요.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하곤, 전원주택을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겁니다. 제가 상상한 것에 5배 정도는 더 좋은 거예요.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할게요."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남편도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생각해보고 연락 줘요."라고 했지만, 저는 "저희가 하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싶어 방을 동동 굴렀죠. 그리고는 그날 약속이 있어서 과천으로 가는 길에 남편을 설득했습니다. 남편도 집을 본 후로는 조금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 부동산에 전화해."


그렇게 저희의 이사는 결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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