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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Dec 26. 2019

2. 엄마 우리 계단 있는 집으로 이사 가는 거야?


토요일에 집을 보고 그다음 주 금요일로 계약 날짜를 잡았습니다. 결정을 하기까지는 일사천리였는데, 계약 날까지 정하고  나니 이제야 슬슬 이성의 끈이 돌아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제야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이제야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사비에 복비가 들어가고,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매일 차를 가지고 다녀야 하니, 기름값에 주차비도 듭니다. 원래 살던 집수리할 곳이 있었는데, 가 살 땐 두었지세입자가 들어온다면 수리를 해야 해서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다른 것보다 기존 집은 위치가 정말 좋았습니다. 어린이집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서 어린이집을 볼 수 있었고, 친구들이 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서 바로 놀러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 외 남편의 버스정류장도 가까웠고, 운동시설도 가까이에 있어 생활편의로썬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특히나 아랫집과 트러블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가 혼자 잠재적 가해자라는 틀을 감당할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내가 조금 참았다면 이 모든 수고로움을 겪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내가 지금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이 맞을까? 내가 조금 더 참았어야 했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월요일부터는 다른 형태의 스트레스가 나를 조여왔습니다.

"과연 나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인가"


그래서 월요일부터 금요일 계약 전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백 명에게는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저 전원주택으로 이사 가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반응은 "잘했다."였습니다. 가끔 좋긴 한데, 할 일이 진짜 많을걸? 일하고 애 키우고 집안일까지 다 할 수 있을까? 정도의 얘기들이 나왔습니. 가장 걱정했던 것은 부모님이었는데, 부모님은 생각보다 흔쾌히 "잘했다."라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조금씩 마음이 안정화됨을 느꼈습니다. 그래도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는 조금의 불안함은 남아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전원주택 단점"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겨울철은 난방비 백만 원 이상 나온다.

2) 여름철에는 벌레가 진짜 많다.

3) 집안일이 최소 4배는 많다.



주변에 전원주택 사시는 분들께 여쭤봤더니

1) 백만 원까지는 안 나오고 20-30만 원은 나오는 것 같다. 대신 아파트 관리비가 없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이다.

벽난로가 있다면 벽난로를 잘 이용하면 더 절감할 수 있다.

남편의 최애템 벽난로입니다.


2) 벌레는 진짜 많다. 이것은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인분은 두더지도 나오고 뱀도 나왔었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이사 오고 옆집에서는 마당에 고라니도 나왔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약을 잘 쓰면 그것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는 있습니다.


3) 집안일에 대한 반응이 각각이다.

우선 전원주택에 사시는 분들은 부지런한 경우가 많아서인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원주택 사시다가 아파트는 심심해서 못살겠다며 이사하신 분은 있었습니다.


특히 어린이집 엄마 중에 전원주택 사시는 분이 있어서 물어보니, 애들 뛰어노는 것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고 말씀해주셔서,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크게 불편한 건 없는데,
벌레, 화장실 추운 거, 집 관리하는 것이 불편해요.
애둘뛰어노는 거>>>>>>>>>>>집 관리하는 거>>>>>>>벌레, 추운 거
 이런 느낌이에요.

-전원주택 사시는 지인분


같이 집을 보고 온 아들은 그 후로 계속 물어봅니다.


엄마 우리 계단 있는 집으로 이사 가는 거야?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게 얘기를 합니다.


우리 계단 있는 집으로 이사 갈 거예요.


이로써,

저도 불안한 마음을 접고 즐기기로 결심합니다.

다락방으로 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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