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을 하고, 이사 날짜를 정하고 나니 시간이 정신없이 빠르게 흘렀습니다. 달력에 "이사"라고 적어놓고 하루하루 지워 가니 조금씩 기대가 커졌습니다. 막상 결정하고 하니 하루빨리 이사 가고 싶어 졌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달력에 표시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이삿날이 되습니다. 저희 이사는 금요일이었고,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반포장 이사였습니다. 결혼 후 3번째 이사였지만 이삿짐센터를 이용한 이사는 처음이었기에, 짐이 꽤 많은데 이 많은 짐을 어떻게 옮길지 궁금하였습니다.
아침 7시가 되니 약속한 대로 저희 집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이삿짐센터 분들 총 5분이 오셨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시더라고요. 정말 빛의 속도로 포장이 되는 것이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저랑 아이들은 방해가 될 것 같아서 우선 아이들은 어린이집 등원을 시켜 주었습니다. 등원하면서 얘기해 주었습니다.
"이따 하원 할 때는 계단 있는 집으로 가는 거야"
어린이집에서 보입니다. 아들이 선생님이랑 친구들에게 "저기 우리집이야. 우리 오늘 이사야." 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아침 7시에 시작한 이사는 12시도 채 안돼서 끝났습니다.
저희는 반포장 이사로 예약을 해서 이사 후 정리는 저희의 몫이었지만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반포장 이사 (이사 후 짐은 저희가 직접 풉니다)
하원 하러 가니 아침에 계단 있는 집으로 가기로 약속을 해서 인지 아들도 신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놀이터에 가겠다고 하는 아들도 오늘은 집으로 바로 가겠다고 합니다.
집에 아이들과 들어오는 순간 비록 집 전체가 짐으로 덮여 있었지만, 아파트와는 다른 자유로움이 온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콩콩 뛰었습니다.
"아들아 여기선 이렇게 뛰어도 돼."
아파트에 살 땐 아들에게 뛰지 말라는 얘기를 하루에 10번 이상은 했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장난감을 떨어트릴까, 감시하며 조마조마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사오니 그런 것이 전혀 없어졌습니다.
아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50번은 물어본 것 같습니다.
엄마 여기서는 뛰어도 돼?
그걸로 저는 지금까지 이사를 할지 말지 고민했던 것들, 전원주택의 단점 등이 다 녹아 없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사 전에 지인이 얘기해준 것처럼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단점은 다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너무 좋습니다.
전원주택 1개월 차가 생각하는 전원주택의 장점은
1) 청소기, 세탁기, 건조기 등 뭐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세탁하고 건조까지 밤 9시 전에 끝내기 위해서 아침에 세탁기에 옷 넣어놓고 5시 에 끝나도록 예약을 하고, 퇴근하고 빨래를 세탁기에서 꺼내서 건조기에 넣고는 애들하원 하러 갔습니다. 혹시라도 퇴근이 늦어서 하원을 바로 하고 애들이 놀이터 가고 집에 가면 건조기 돌릴 시간이 없어서 널어서 말리거나 그다음 날 빨래를 다시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9시 전 세탁기 돌리는 것"이 저에게는 꽤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청소기도 9시 전에 돌려야 했기에 주중에는 청소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만 청소를 했었습니다.
2) 애들이 뛰거나 뭔가 떨어트리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그 시간에 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애들이 혹시라도 뛸까 봐 애들이 혼자 잘 놀더라도 지켜보거나, 신경을 쓰고 있어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소리가 나면 "조심해"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 부분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육아가 훨씬 수월해졌고, 그 시간에 제 일을 할 수도 있습니다.애들도 위험하지 않은 한에서는 더욱 자유롭게 놀이할 수 있었습니다.
3) 음악소리, 말소리에 대해서도 자유로워집니다.
저는 음악 듣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전에 살던 아파트는 아파트의 문제였던 건지 '화장실에 있으니 이웃집 소리가 다 들리더라'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직접 컴플레인을 받은 적은 없지만 혹시나 하고 괜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큰 소리 내면 '작은 목소리 예쁜 목소리'라고 하며 주의를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선 큰 소음을 제외하곤 신경 안 써도 되니 너무 좋습니다.애들이랑 밤마다 노래 부르고, 춤춰도 됩니다.
이렇게 파티분위기도 만들 수 있습니다.
남편의 취미인 드럼 설치, 이번 기회에 저도 기타 배우고 있습니다.
3) 차에서 내려서 바로 현관입니다.
차에서 내려서 바로 집으로 "도어 투 도어"가 가능합니다. 차에 있는 짐을 옮기거나 할 때도 쉽습니다.
4) 나만의 주차공간
전에 살던 아파트는 주차공간도 없어서 조금 늦게 온날은 주차자리를 찾기 위해 몇 바퀴 돌았고, 어떤 날은 주차자리가 없어서 밖의 주차장에 주차를 했습니다. 큰 것은 아니어도 애들 있고 짐 많은 저에게는 꽤 스트레스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주차 걱정 없습니다.
5) 나들이가 가능한 정원
바로 밖으로 나가면 정원이 있어서 언제든 소풍 온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비록 겨울에는 조금 춥지만, 봄이 되면 점심은 야외에서 먹을 수 있을 것 같고, 혹시나 캠핑이 가고 싶을 때는 집 밖으로만 나가면 캠핑도 가능합니다.
6) 아파트와 같은 가격에 훨씬 넓은 공간
기존 집보다 훨씬 넓은 데다 2층으로 되어 있으니 면적만 본다면 엄청 큰 집에 살고는 있지만, 가격은 아파트와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훨씬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게 되니 마음만은 부자가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채로운 활동이 가능하니 재미도 있습니다. 애들에게는 구석구석 숨을 공간이 많다 보니, 집안 전체가 놀이터입니다.
7) 자연이 함께하는 하루하루
아침에 눈뜨고 창밖을 바라보면, 바로 자연이 보이는 것도 너무 좋습니다.
8) 관리비가 없다.
저는 평생 아파트에 살다 보니 "관리비"에 의문을 제기해 본 적이 없는데요. 전에 살던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서는 관리비 관련 글이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매달 내는 돈에 너무 관심이 없었구나 싶기도 했었습니다. 또 간간이 관리비 관련 뉴스들을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그러나 주택은 관리비가 없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까지는 단점을 못 찾겠습니다. 집이 조금 춥긴 하지만 올해 겨울이 아직 많이 춥지 않다 보니, 못 살 정도는 아니고, 요새 집들은 잘 지어졌는지 난방하거나 벽난로 떼면 진짜 따뜻합니다.
1개월 살아보고 좋다, 나쁘다 얘기하기는 이르지만 아직까지는 이사하기 잘했다 생각되고 있습니다.
단점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을 할지, 더 많은 장점이 생겨날지 더 탐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