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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비 Oct 22. 2020

과거로 돌아가면 잘할 자신이 있나요?

사람은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2013년에 했던 예능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 배우님과 김희애 배우님께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이란 질문을 했습니다.



그때 두 분 모두

"나 너무 힘들게 살았나 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만약 다시 돌아가라면은 절대 싫죠."


꽃보다 누나 중




지난주 기다리던 휴가가 있었습니다. 휴가 계획이 뚜렷이 없었지만 우선 다음 주 있을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부족했던 아이들과 시간을 가지고, 요새 인기 있는 신박한 정리도 하고, 못 읽은 책도 읽고, 둘째 출산 후 2년이 지나도록 빼지 못한 살을 빼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월요일을 보낸 결과, 이 중 하나만 해도 성공이란 결론을 얻었습니다.


우선,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집은 정리가 되기는커녕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졌고, 치우는 속도보다 어지러 지는 속도가 배는 빨랐습니다. 그리고 집에만 있다 보니, 애들이 체력이 넘치는지 11시 반이 지나도 잘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먹는 양을 줄이고 나니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서, 애들을 재우다 같이 잠이 들어 버렸고 결국 책도 공부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레고 정리 하나 했다.


그래서 화요일은 아이들을 보내고,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집 청소는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난 첫째가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버티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제가 강하게 밀고 나가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가 일을 하지 않을 때,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아마, 그런 의 주저함을 아이는 분명 알았을 것입니다.


원래는 화요일은 공부를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수요일 아이들과 동물원을 가려고 하였는데,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화요일 동물원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하였습니다. 특히 둘째는 코로나로 야외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날씨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내일은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리라. 그리고 중간고사 준비를 다 끝내겠다.'

그리고는 커피의 기운이었는지, 시험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는지 새벽 4시까지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습니다. 공부 내용이 하루 이틀로 끝낼 내용이 아니다. 고등학교 3년, 공대 4년 동안 매일 같이 수학 문제를 풀었을 텐데, 미적분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미적분이 무엇인지, 편미분이 무엇인지, 변수 분리법이 무엇인지 하나씩 찾아가면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수요일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집에만 있으니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가까운 바닷가에 다녀왔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즐거워하였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저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오늘도 체력이 넘치는 아이들은 12시가 되도록 잠들지 않았습니다.



목요일은 마음을 굳게 먹고, 어린이집을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껏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것들을 치우고, 책을 조금 보고 우아하게 브런치도 먹고 나니 벌써 하원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 드디어 다음 주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을 바쁘게 보내서인지 애들 등원시키고 잠깐 침대에 누워 있어야지 했는데 눈을 떠보니 2시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저에게 강한 압박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이런 생각을 들었습니다. 이번 주 내내 심지어 지난 주말 왜 공부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제 인생을 돌이켜 보니, 저는 항상 시험 직전에 공부를 하였습니다. 매번 후회하였고, 시험에 대한 부담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었고, 부모님에게 풀었습니다. 그래도 공부를 하긴 해야 했기에 시험 기간 내내 밤을 새워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떨 때는 2주 동안 도서관에서 숙식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결국 주말이 되어 엄마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는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하였습니다. 피곤을 이기려 과자와 커피를 흡입하였습니다. 그렇게 시험 직전까지 목표한 양보다 조금 적은 양의 공부를 하였고, 실망스럽지 않은 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앞서 계획했던 아이들과의 시간은 포기했고 , 집은 난장판이 되었고, 살은 휴가 전보다 더 쪘습니다.

 

앞서 얘기했던 윤여정 배우님과 김희애 배우님께서는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사셨기에 아마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이유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과거로 돌아가더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전으로 돌아가면 공부를 열심히 할까요? 아마도 아닐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제 삶에 회사일, 육아, 공부, 집안일 등 많은 일들이 있다 보니, 그 상황에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일들을 하게 됩니다. 또 저는 저의 노력에 비해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다고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열심히 하지 않더라도 시험 전날은 밤을 새우며 하는데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왔는데 다시 하라면 정말 싫죠. 그리고 과거를 후회할 시간에 현재에 투자하면 미래에는 후회를 안 할 텐데, 현재도 과거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냥 저를 받아들이고,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며 살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은 저를 믿습니다. 어쨌든 시험 전까지는 하긴 할 것이거든요. 데드라인이 있으면 결과물이 부족할지라도 포기를 하진 않거든요. 그것도 사람은 변하지 않기에 그럴 것이란 것을 믿습니다.


내일 시험이 2과목이 남았고, 주말까지 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내일 시험 준비를 위해 남은 공부의 양이 글 쓰고 남은 시간에 할 만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얼른 공부하고 일찍 자면 더 좋을 텐데, 데드라인이 없으면 조급함이 생기지 않습니다. 여유 있게 해야 좀 더 깊이 있는 공부가 될 텐데, 매번 시험 준비만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글로 생각을 옮기고 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번에도 다짐은 합니다. 다음 기말고사는 꼭 미리미리 준비해서 시험 전날 고생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지켜질 수 있을지 자신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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