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어떤 전쟁을 치르며 살고 계신가요

by 내가 지은 세상
“Be kind, for everyone you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 Ian Maclaren (1850–1907)


누구나 자신만의 힘겨운 전쟁을 치르며 산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종종 듣는 유튜브 강의강사가 인용한 말이었다. 어느 날 강의의 첫마디로 들려준 이 말에 유독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였다. 그래, 요즘 내 삶이 힘드니까 다들 알아줘요 나한테 친절하게 대해줘요 하는 바람에서였을까, 아니면 나만 힘든 거 아니고 다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안도하는 마음에서였을까.


내가 작년 연말에 치른 전쟁은 이랬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가을이 지나고 있었다. 창사 이래 가장 이례적이라고 하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이 있었다. 내가 속한 조직의 거의 모든 사람이 희망퇴직 권고를 받았다. 희망퇴직에는 누구나 혹할만한 거액의 위로금이 걸려있었다. 희망퇴직을 하지 않고 남을 경우 현재 조직에 남을 수 있을지, 전혀 관련 없는 다른 조직이나 지방으로 강제 발령이 날지 알 수 없었다. 불안한 분위기 속에 많은 동료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각자 살 길을 찾아 다른 부서로 옮긴 동료들, 남기로 결정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끝내 강제 발령이 난 동료들까지, 사람들은 물밀듯 빠져나갔고 회사 분위기는 아수라장이었다. 한 달 만에 조직의 40%에 달하는 인원이 빠져나갔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나가고 나서도, 일부를 대상으로 하는 희망퇴직 권고가 몇 차례 더 있었다. 수많은 작별인사를 하며 사람들을 떠나보냈고, 대부분의 업무는 마비되었다.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인수인계를 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고, 남겨진 사람들은 여기저기 진행되다 만 과제를 떠맡고 어쩔 줄 몰라했다.


한참 희망퇴직과 조직개편이 진행되던 중, 나는 일단 남기로 마음을 결정하고 여느 때와 같이 회사에 출근했지만, 이미 모든 업무는 중단된 상태이고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안한 수다만 이어갔다. 일은 없고 지금 맡은 업무를 앞으로 내가 계속할 수 있을지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할지도 알 수 없다 보니, 시간이 남는 김에 현황이라도 정리해놔야겠다 싶었다.


내가 맡은 업무 중, 개발 부서 주도로 외주 업체와 1달간 진행하는 프로토타입 개발 건이 있었고, 기획자를 붙여달라고 해서 참여하게 된 참이었다. 업체와 계약이 성사된 후 참여하면 된다고 했고, 계약이 난항이라고 해서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행 상황을 알아야 현황 정리라도 해둘 것 같아,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미팅을 요청했다. 그런데 나를 보자마자 하는 첫마디가 "이거 혹시 기획에서 받아가기로 하셨나요?"였다. 상황을 들어보니, 아주 높으신 분으로부터 과제 진행 지시가 떨어져서 하기는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검토해 보니 당위성이 전혀 없는 과제라 난감하다고 했다. 위에서 지시해서 진행하는 건데도, 우리와 협업 경험도 없고 신뢰도도 없는 작은 업체라 구매팀에서 업체 등록도 안 해주고 예산 사용도 허가를 안 해줘서 진행이 안되고 있다고 했다. 법무팀에서는 믿을 수 없는 업체이니 계약서에 아주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상세히 넣으라고 가이드했다고 한다. 그래서 계약 전이라도 기획자와 요구사항을 정리해야 했는데, 어딘가에서 전달이 안되어 팀장님과 나는 마냥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담당자를 찾아간 것이 트리거가 되어, 담당자는 바로 다시 팀장님을 통해 기획자 참여를 요청했고 나는 계약서에 넣을 상세 요구사항을 요청대로 정리해서 전달해 주었다. 내가 먼저 연락 안 했으면 과제가 애매한 상태로 떠돌다가 폭탄이 되어 내게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락하길 잘했다 싶으면서도, 담당자는 그저 이 과제를 넘길 대상을 간절히 찾던 중 나를 발견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함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담당자도 어지간히 그 일이 난감하고 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를 본 첫마디가 기획에서 받아가기로 해서 찾아온 거냐는 거였다. 그런데 나는 또 기획 요구사항만 정리를 할 것이지 왜 일정을 수립하고 개발 구조까지 정리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 일이 나에게 떠밀려올 거라는 걸 아는 사람처럼... 어떨 때 보면 나는 시간이 남는걸 못 참는 것 같다. 시간이 있을 때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으면 좋으련만, 꼭 뭐라도 해서 일을 만든다.


희망퇴직과 조직개편 쓰나미가 지나간 후 나는 다행히 원하는 대로 기존 조직에 남게 되었다. 남은 인원을 가지고 조직과 업무를 정리하는데도 한참 걸렸다. 하지만 그 과제는 윗분의 지시로 시작된 거라 중단되지 않고 계속 진행이 되었다. 내가 찾아간 이후, 담당자는 아마도 그 일을 자신이 계속하지 않고 넘기게 될 것 같다고 자주 얘기했다. 나는 팀장님께 담당자가 업무를 우리 쪽으로 넘기려고 하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팀장님은 안된다며 개발 과제이니 우리 쪽으로 넘어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아 곧 양쪽 임원들이 제멋대로 협의를 해버렸고, 결국 그 과제를 기획팀에서 내가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뜨거운 감자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이전 담당자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은 게 11월 말이었다. 거의 해가 다 지나가고 있어서, 올해는 예산만 받아두고 실제 과제 진행은 내년 1분기에 해야 할 것 같다고 논의를 했다. 계약이나 구매 프로세스를 진행해 본 적이 없어 그게 가능한 것인 줄 알았다. 예산팀에 확인해 보니 올해 예산이면 반드시 연내에 실제 과제 진행 및 완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올해가 몇 주 남지도 않았는데 1달짜리 외주 계약 과제를 올해 개시하고 마무리한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나는 일단 할 일을 빠르게 정리해 보았다. 지금 당장 풀어야 할 것은 '세금과 예산 문제'였다. 세무팀 검토 결과, 계약 금액에 원천징수세 16.5%가 붙게 되는데 업체에서는 세금을 부담할 수 없다고 한 상황이라 원천세만큼의 예산을 더 받아야 했다. 하지만 예산팀에서는 예산을 올려 주기는커녕 조직개편으로 사업 방향성이 달라졌는데, 기존에 허락해 준 예산도 꼭 써야 하냐는 입장이었다. 그러면 연말이라 시간이 없기도 하고 예산도 더 필요하니, 내년에 예산을 새로 받아 진행하자고 의견을 냈다. 하지만 담당 임원은 난감해하며 내년 예산 계획은 이미 끝났고 과제를 반드시 진행은 해야 하는 상황이라, 과제 기간과 범위를 줄여서라도 연내에 진행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하는 수없이 업체와 여러 번 논의를 해서 과제 기간을 줄이고 개발 범위도 줄이는 대신, 기존 예산 안에서 원천세를 자사가 아닌 업체에서 부담하기로 협의했다.


예산팀에는 조직개편이 된 지금도 유효한 과제가 맞으며 기존 예산 금액 안에서 진행할 테니 허가해 달라고 했다. 예산팀에서 수락했고 나는 바로 지출품의서를 올렸다. 그런데 갑자기 임원이 꼬투리를 잡았다. 동일한 과제 금액 내에서 원천세 부담 주체가 자사에서 업체로 변경된 게 아니라, 과제 범위가 줄어 과제 금액도 같이 줄어든 것뿐 원천세는 여전히 자사에서 부담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예시를 들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계약 금액 1억으로 명시, 세금(2천만) 부담 주체를 업체로 명시 -> 자사 예산 1억(내가 정리한 안)

2) 계약 금액 8천만 원으로 명시, 세금(2천만) 부담을 자사로 명시 -> 자사 예산 1억(임원이 생각한 안)


2) 번이 맞는데 왜 1) 번으로 잘못 정리하고 미스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며 지출품의 결재를 반려시켜 버렸다.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뭐라고 하는데 너무 당황해서 '담당님 말도 맞기는 하죠'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론만 얘기하면 1) 번이든 2) 번이든 어떤 개념으로 정리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였다. 예산팀/법무팀/세무팀에 모두 문의를 해봐도 어떻게 정리하든 전혀 상관없고 심지어 왜 굳이 2) 번으로 정리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내가 유관부서와 확인한 내용을 정리해서 말씀드리니, 그제야 당황해하며 동일한 내용으로 다시 지출품의를 올려달라고 했다. 나는 너무 열받고 화가 나서 회사 구석에 가서 울고 불고 한참을 화를 삭이고 나왔다. 올해가 1달가량 남은 상황에서 아무도 납득하지 못하는 과제를, 예산 정리도 안되어있고 계약도 되지 않은 외주 과제를, 연내에 진행하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 했으면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가만히는 있어야 하는데 훼방을 놓고 앉아있으니, 너무너무 화가 났다.


오래 화내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과제를 진행해야 했기에 하루하루를 소중히 써야 했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산더미 같이 쌓인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진행해 나갔다. 예산 협의, 세무 사항 체크, 지출품의 작성 및 결재, 업체 최종 송장 요청, 구매 요청, 계약서 양사 확인 및 수정, 서명 및 날인을 통한 서면 계약 체결, 계약서 원본 보관 신청, 과제 kick-off 미팅 진행, 업체 개발 환경 세팅 지원... 이 모든 과정을 2주 안에 끝냈으니 상당히 정신이 없고 바빴다.


연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떠나는 첫 해외여행도 예정되어 있었는데, 정말 천운으로 위의 프로세스를 마치고 업체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을 시작하는 시기에 떠나게 되어, 잠깐의 틈을 타 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행에서 복귀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다음날부터 업체에서 과제 산출물을 쏟아내어 또 검수하고 수정 요청을 해나갔다. 그래도 그 업체도 참 대단한 게, 내부 개발에서도 단기간에 절대 쉽지 않을 거라던 과제를 열흘 만에 개발해서 전달해 주었다. 덕분에 충분히 테스트하고 수정 요청을 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렇게 12/26일 금요일, 계약 종료와 함께 최종 산출물을 전달받았고, 12/29일 월요일 사전에 미리 작성해 둔 검사조서와 전표를 결재 전송만 하면 끝나는 거였다. 그런데 시스템 상 전표에 대금 지급 기산일(대금을 언제까지 지급할지 계산할 때 기준으로 삼는 날짜)이 현재일로부터 +3일 이후로만 입력이 되는 것이었다. 3일 이후면 내년으로 넘어가버리는데 연내 처리할 예산인데 내년 날짜로 입력해도 되나 싶었다.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원래는 전표 상 모든 날짜가 같은 달인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내년 날짜가 들어가도 되는지는 구매팀에 문의하란다. 구매팀에 문의하니 세무팀에 확인하란다. 여러 담당자를 거쳐 세무팀에 확인해 보니, 다행히도 지급 기산일은 내년으로 넘어가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전표를 작성하고 결재 전송을 했는데, 세무팀에서 기존 세무 검토 결과를 첨부하라고 한다. 결재 반려하고 전표를 다시 작성해서 전달해야 하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결재 중인 문서에 들어가서 증빙 문서만 추가하면 된다고 했다. 이런 기능도 있구나... 정말 이 참에 사내 시스템을 속속들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문서를 추가하고 다시 세무팀에 연락하니, 전표에 원천징수세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결재 반려되었다. 세금 코드를 원천징수세로 변경을 하니, 시스템에 원천세 내용을 작성하라고 안내가 뜨는데 작성란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또다시 구매팀에 문의해야 한단다. 구매팀에 문의하니 세무팀에 문의하란다. 세무팀은 다시 시스템 담당자에게 문의하라고 했다. 아무도 처리 방법을 모르면 난 어떻게 해야 된단 말인지. 다시 시스템 담당자에게 상황을 전달하니 전체 시스템 헬프 데스크에 연락해 보겠다고 했다. 헬프 데스크를 통해 원천징수세 세금 코드 입력 시 내용을 작성할 수 있는 란을 임시로 만들어준다고 했다. 나는 원천징수세 세금 코드를 입력하고 내용을 작성해서 다시 전표 결재 전송을 했다. 이 과정을 겪고 나니, 아침 7시부터 결재 요청하려 했던 전표를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요청할 수 있었다. 휴우 어쨌든 이제 내가 할 건 다 끝났구나 결재만 기다리면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무팀에서 '제한 세율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한다. 조세 조약을 근거로 업체가 최소 세율을 적용받기 위한 필수 서류라고 했다. 별게 다 있구나. 서류를 작성하고 업체에 보내, 확인하고 서명해 달라 요청했다. 12/30일 다음날, 업체로부터 받은 서류를 세무팀에 넘겼다. 전표는 4명의 결재자가 모두 승인을 해서 무사히 발행이 되었다. 이제 자금팀에서 업체에 대금 지급만 해주면 되었다. 드디어 모든 절차가 끝났다. 과제 진행하는 내내 체해서 얹혀있던 속이 싸악 내려가는 것 같았다.


밤잠을 푹 자고 12/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아침, 오늘은 쉬니까 아이 등하원 도와주시는 엄마에게도 오지 마시라고 했다. 보통 연말에는 밀린 휴가를 쓰느라 다들 며칠씩은 쉬는데, 나는 휴가를 등록해 놓고 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는 단 하루 남은 휴가를 어떻게 알차게 보낼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아이를 등원시키고 집에 돌아오는 길, 자금팀으로부터 문자 하나가 왔다. '외화 지급 신청서'를 작성하라는 요청이었다. 이건 또 뭔지. 어디서 뭘 하라는 가이드도 없는 한 줄 문자였다. 허겁지겁 집에 돌아와 자금팀에 문의하니, 담당자가 따로 있고 휴가라고 했다.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줄 테니 가이드를 받아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가이드를 받아보니 내가 권한이 없는 시스템에 들어가서 처리를 해야 했다. 권한을 요청하는 동시에 지원팀에도 연락을 해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지원팀에서 도와준다고 했고, 자금팀을 통해 '외화 송금 사유 코드'만 받아서 전달해 주면 된다고 했다.


가이드 문서를 보니 송금 사유는 국가에서 엄격히 규제하는 부분이라 (아마도 외화를 거짓 사유로 송금하는 경우가 있어서) 정확히 기입하라고 되어있다. 코드를 꼼꼼히 살펴보고 후보를 추려서 자금팀에 이 중에 어떤 코드를 선택해야 하는지 문의하니, 그냥 알아서 하면 된다고 한다. 지원팀에 전달하니 정확한 코드를 자금팀에서 줘야 한다고 한다. 계속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서로 책임을 미루고 다른 팀에 문의하라고만 한다. 자금팀에 다시 정확한 코드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은행에 직접 문의해봐야 할 것 같다며 송장을 달라고 했다. 은행에서 준 답변에는 여러 개의 후보 코드가 있었고 본 과제에 가장 맞는 코드를 선택해서 지원팀에 전달하니, 사내 시스템에서 해당 코드는 조회가 안된다는 것이었다.! 조회가 가능한 코드는 본 과제에 맞지 않는 코드뿐이다. 다시 자금팀에, 은행에서 전달준 코드 말고 조회 가능한 코드 중 가장 맞는 것으로 선택해도 되는지 문의를 했는데 답이 없다. 네다섯 번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문자에도 묵묵부답이다.


어쩔 수 없이 메일 이력을 뒤져 은행 담당자를 직접 찾아 은행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연결이 안 된다. 은행 대표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바꿔달라 했다. 담당자가 고객 응대 중이라 끝나고 연락하라는 메모를 남겨주겠다고 했다. 오늘이 12/31일 말일이고 당일 작성해서 넘겨야 한댔는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한 시간 정도 후에 은행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통화해 보니, 조회 가능한 코드 중 맞는 사유가 있다면 선택해도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지원팀에 전달하니 이동 중이라 오후에 시스템에 올리고 회신 준다고 한다.


늦은 오후, 외화 지급 신청서 작성 및 업로드 완료했다고 지원팀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와... 이제 진짜 끝났다, 끝났다~~!!!


그렇게 12월 31일이 저물어갔고, 나는 연말 휴가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1월 2일 새해 첫 출근날 자금팀에 확인해 보니, 회사 계좌에서 대금이 지출되었다고 한다. 업체에 지출 사실을 알리고 입금되면(외화 송금이라 시간이 걸리므로) 알려달라고 했다. 다음날 새벽, 업체로부터 입금되었다고 메시지가 와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과제를 결국 연내에 해냈다. 잠깐 미워했던 임원도 지나가면서 '어떻게 그래도 과제를 잘 끝냈다 정말 수고했다' 한마디 해주고 간다. 나 자신아 고생했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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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회사에서 1년 내내 반복된다. 이런 기획 과제가 줄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또다시 산더미 같은 일들을 챙기며 빠뜨린 것 없나 잘못되는 것 없나 일정 내 할 수 있나 마음 졸이고 여기저기 문의하고 요청해 가며 업무를 해나간다.


이런 상황일수록 나는 더욱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예민해지고 남과 나를 분별하며 미워하기 일쑤다. 하지만 형태와 내용만 다를 뿐 모두가 이런 고군분투를 하며 산다고 생각하면... 정말 모두에게 친절해야 한다. 모두에게 각자의 고난과 사정이 있음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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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매일 어떤 전쟁을 치르며 살고 계실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모든 타인들에게, 누구든 어디선가 마주친다면 좀 더 '친절'하게 대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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