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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Nov 11. 2020

임신 5개월의 실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짜치고도 짜친 많은 불편함들

오늘 아침 운전길, 요즘 달고 사는 등 통증에 불편감을 느끼다가 왜 그 누구도 지금까지 나를 붙잡고 임신이 이렇게 많은 어려움과 불편함을 동반한다고 말해주지 않았을까를 생각해봤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의 포인트는 다를지언정, 그 모든 임산부들이 평소와 달라진 또는 달라지는 내 모습에 이토록 큰 불편을 느끼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이 곳에 나의 불편을 고백하나니, 부디 먼훗날 혹은 가까운 후일에 임신을 할지 모르는 많은 이들에게 임신 5개월의 실체를 알리게 되기를 바란다.


1. 불룩해진 배가 주는 불편함

배가 나오는 건 즐거움이다. 티가 나고, 아이가 실제로 내 배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나도 거울 앞에서 오른쪽으로 섰다 왼쪽으로 섰다를 반복해가며 이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임신 후 배에 살이 몰리면서, 몸무게가 빠지더라도 배는 도드라지게 뚱뚱해진다. 그로 인해 눈에 띄게 배가 나오지 않는 시점이라 할 지언정 평소 입던 레깅스, 바지는 입을 수 없다. 속옷도 마찬가지다. 혹시나 빨아놓은 큰 팬티가 부족해 평소 입던 팬티를 입는 날이면 배에 빨간 줄이 생긴다. 줄이 생기는 것 자체로 불편한 것이 아니다. 그 속에 있는 아이가 갑갑한 것을 생각해보라. 내 마음에도 따라 빨간 줄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러나 배가 불룩해지는 것은 외형이 달라지는 것 외에도 수많은 불편을 대동한다. 우선, 정말 사소하게는 엎드려 자는 일이 불가능해지고 주차를 할 때는 좁은 주차장 칸이 그렇게 원망스러워진다. 옆으로 바짝 붙여대지 않은 옆 차 소유자의 사소한 센스부족도 나에게는 한숨이 된다. 아직까지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이게 순전히 배 때문인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숨도 찬다. 몇걸음 안걸었는데 벌써 숨이차기 시작한다. 특히 사람들과 함께 걸을 때면 다들 왜이렇게 빨리 걷는지, 나도 몇개월 전엔 이렇게 빨리 걸었는지, 걷는게 운동이다.


2. 몸 구석 구석에 나타나는 통증

나의 경우엔 임신을 하자마자 가슴이 그렇게 아팠다. 날마다 차이는 있지만 어떤날은 너어어어어어어어무 아프고 어떤날은 너무 아픈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해서 아팠다. 자다가 돌아누울 때는 그 통증 때문에 여지없이 깬다. 가슴에 누가 돌덩이를 넣어놨는지 움직일때마다 아프고 곧 떨어질 것만 같다. 깨 있는 동안 집에서는 양쪽 가슴을 손으로 받쳐들고 다녀야 한다. 젖꼭지는 왜 갑자기 커지고 색까지 짙어지는 건지, 어떤날엔 스치는 브라면에도 젖꼭지를 깎아내는듯 아프다.


가슴 뿐만 이려고? 당연히 아랫배도 아프다. 처음 임신인가? 라고 의심했을 때부터 아랫배가 그렇게 땡겼다. 자궁이 전에 없이 팽창하니 당연한 일이라고들 하지만, 당연스럽게 넘기기는 불편할 만큼 아프다. 이로 인해 빠르게 걷기도 뛰기도 부담스럽다. 생리통이랑은 다른 고통인데, 대수롭지 않게 느껴야 할만큼 자주 아프기 때문에 다들 등한시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혹시 뭔가가 잘못되고 있는거 아닌가?'라는 걱정할 정도의 강도로 아프다.


가슴과 배가 커지니 등도 아프다. 12주까지는 뭐든 조심스러웠기에 허리를 쭉 펴는 스트레칭 조차도 조심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도 조심스럽다. 아랫배가 몹시 땡기기 때문이다. 혹시 그것이 아이에게 무리가 갈까 걱정이 된다. 또한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슴이 커지는 만큼 무거워지니, 자연스럽게 허리가 구부정해진다. 등이 안 아플 수가 없다. 이로 인해 임신전에는 전혀 문제 없던 등을 굽혀 세수하는 것은 이제 슬슬 포기하려고 한다. 아침말고 밤에 샤워를 하기로 한다. 없던 디스크도 생길것 같기 때문이다.


3. 소변/대변에 관한 불편함들

하루에 소변을 도대체 몇번 보는지 모르겠다. 식사를 하러 가기전에, 외출전에 무조건 화장실을 가야한다. 변뇨를 참는 것도 전만큼 쉽지 않다. 내 방광이 처리할 수 있는 양 자체가 줄어든 느낌인데, 방금 화장실을 다녀왔는데도 돌아서면 금방 터질것 처럼 아슬아슬하다.


소변은 특히 밤중에 문제가 된다. 처음엔 이놈 소변을 보느라 새벽에 일어나 잠들지 못하는 일도 많았다. 나 때문에 남편도 새벽에 깨는 바람에 맞벌이 부부인 우리에겐 큰 애로사항이 아닐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작은 침대를 구입해 남편을 작은 방으로 독립을 시켰고, 나는 화장실이 딸린 큰 방에서 자고 싸는 것을 모두 혼자 감당한다. 이제는 새벽에 몇번 화장실을 갔는지 기억도 잘 안날만큼, 소변을 보면서도 잠에서 깨지 않는 스킬이 생겼다지만 이제는 호르몬 때문인지, 먹는 영양제들 때문인지 소변 냄새도 고약해진다는 새로운 괴로움이 생겼다^_^ 와 나 불편함 많네!


뿐만인가, 이 눈치없는 쉬야는 기침할때도 하품할때도 부르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고개를 빼끔 내민다. 30년동안 가릴 수 있었는데, 인간 존엄성의 기본인 그것이!!!!!! 어려워진다. 면 생리대를 항시 준비해야한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대변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어 변비와 설사를 2-3일 간격으로 번갈아가며 경험중인데, 어떤 날엔 화장실을 너무 가고싶은데 똥꼬가 찢어질것 같고 어떤 날엔 산책하다 말고 급히 집에 와야 하는 날이 있다. 남편이 진지한 얼굴로 '산모들 아기낳고 디펜드 쓴다던데 그걸 미리 쓰면 어떨까?' 라는 조롱을 하여서 웃는얼굴로 욕을 한 적이 있다.


4. 입덧,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

12주면 입덧이 끝난댔다. 12주에 나는 가장 심한 입덧을 하고 있었다. 16주에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입덧이 끝난댔다. 왜 나는 그 많은 사람들에 들지 못했을까. 토를 하는 류의 입덧을 경험하고 있는 나는 입덧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여러가지 어려움을 안고 살고 있다.


우선 당장 이 글을 쓰면서 여전히 따가운 입속 염증. 혀가 까지고 잇몸이 부어오른다. (아이에게 훗날 임플란트 비용을 꼭! 청구하고야 말것이다) 잦은 구토로 식도염이 올라와 목이 불쾌감이 있고, 특히 이 때문에 밤에 먹어야 하는 입덧약은 정말로 너무 먹기가 너무 힘들다. 먹고나면 물이 가슴팍 어디쯤에서 유턴을 하는것 같다. 가끔은 light한 트림에도 먹었던 음식의 일부가 입으로 튀어오르기도 한다.


임신후에 식사량을 조금 늘려야한다는 상식이 있다지만, 나는 임신전의 식사량의 반도 취식하지 못한다. 소화기관이 그만큼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더 많이 먹으면 여지없이 토한다. 화장실에서만 토하는게 아니다. 차에는 항상 비닐봉지가 준비되어있고, 음식점에서도 비닐을 옆에 두고 식사를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아... 혹시 시간이 지나 나의 2세야, 이 글을 보고 있니? 지금보다 더 젊은 날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런 어려움 속에도 기쁜마음으로 너를 키우고 있으니, 혹시 내가 부족함이 많은 부모 일지언정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겠니? 훗날 사춘기가 찾아온 너에게 혹여라도 '내가 언제 낳아달랬어?' 와 같은 패륜적 발언을 들을 것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뭐라 말해야할지 눈앞이 캄캄하단다.


5. 피곤증

원래 나는 잠 자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출근하는 날에도 남들보다 1시간씩 일찍 출근하지만, 주말에는 일하는 날보다 더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다. 놀아야하니까! 신나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러나 요즘의 나는 저녁 8시만 넘으면 약먹은 병아리 마냥 졸린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느라 잠을 깨니 피곤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깨 있는 동안 회사에서 농땡이도 부리고 좋은 음악도 들어가며 쉬엄쉬엄 사는데도 그렇게 졸리다. 쉬는날에 바다며 산이며 노다니기 좋아하던 나는 어디로 가고, 주말이면 그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만 싶다. 좋아하던 드라마나 영화 한편 보기도 어려울 만큼 그렇게 잠순이가 되었다. 씻기도 귀찮고 세상만사가 다 나 빼고 흘러갔으면 좋겠다. 너~무 피곤하다.



이쯤이면 두번째임신은 생각도 안하겠다고? 글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번까지는 할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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