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성별
나는 딱히 뱃속 아이가 특정 성별이었으면 하고 바란 적이 없다.
처음엔 그냥 '아이도 나도 편하게 크고, 키우려면 아들이 낫지 않을까? 나처럼 예민한 딸이 태어나면 서로 힘들지 않을까' 해서 아들이 낫나 싶었다가 딸인 조카가 귀여움을 떠는걸 보면 '역시 귀여운건 딸인가' 싶기도 하고, 또 다음날은 송일국네 삼둥이 영상을 인스타에서 보고 '역시 아들인가!' 하다가 다음날엔 사랑이 영상을 보고 '역시 딸인가!' 싶은 그런 간지러운 혼돈의 나날을 보냈드랬지.
아이 성별을 알게 될 거라 기대하고 병원에 갔던 16주에는 왠지 딸이 좀 더 귀여운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나 답게 '어머 나 아들이면 서운한거 아니야?' 라는 너무나 급진적이고도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며 검사실에 들어갔다.
왠걸, 영상을 보니 전문가가 아닌 나도 뭔가(?)가 보이는것 같았다. 또 보이고, 또 보이고.. 선생님이 아기 다리길이를 잴 때 머리 둘레를 재려고 초음파를 이리저리 옮겨 짚을때 마다 남성의 '그것'처럼 보이는 것이 자꾸 보이는 것 아닌가!
- 선.. 선생님 혹시? 아이가..?
- '씩씩'하네요^_^
그 순간, 웃음이 팍하고 터졌다.
- ㅎㅎㅎ너무 귀엽네요 선생님, 너무 귀엽다. 그쵸? 너무 기분 좋네요ㅎㅎㅎㅎㅎ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에게 아들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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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들이 생긴다.
오빠를 닮아 성격이 유하고, 오빠가 어머님께 하는 것 처럼 엄마인 나에게도 친절하고, 따뜻하고, 사려 깊은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에 자신감이 가득차서 주변 상황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면을 오빠에게서 닮으면 좋겠다.
동시에 나도 아이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아이를 믿고, 아이가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도, 남들에 비해 눈에 띄게 뛰어난 점이 없어도 '이 아이는 성격이 좋은 아이'라고 믿고, 아이가 즐거워 하는 일을 찾는 날을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나에게 아들이 생긴다.
성별을 안다는건 그 성별이 무엇인지가 중요하기보다는, 내가 배에 품고 있는 아이에 대해 뭔가 중요한 걸 하나 더 알아간다는데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이 아이가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즐거웠던 것 처럼, 앞으로도 한동안 이 아이에 대해서 알아가는 걸 즐거워 하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