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하다 보면 생기는 의문점 하나.
왜 깨끗한 물인데 물때가 생기는 걸까?
주방 싱크대와 화장실 세면대 수도꼭지 틈새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물이 고이게 되는 곳, 예를 들면 개수대 받침대나 수세미 거치대, 화장실 바닥 타일 틈, 샴푸통 바닥. 변기는 또 어떠한가. 깨끗한 물로 하루에 몇 번이고 내리는데 열흘만 지나면 거무튀튀 누리끼리.
주방 싱크대에는 흰색 직사각형의 길고 작은 수납통이 하나 있다. 주방세제와 수제미를 넣는 거치대 역할을 하는 통이다. 세제를 짤 때마다, 그리고 아무리 수세미를 꽉 짜고 털어놓아도 떨어지는 물방울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통 안에도, 통 주변으로도 물이 고이게 된다. 설거지 후 바로 헹구고 말린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이 과정이 바쁜 아침저녁으로 얼마나 번거로운지. 사실 출근 준비가 조금이라도 늦어진 날에는 설거지 조차 벅차서 겨우 밥만 챙겨 먹고 부리나케 집을 나서기 일쑤였다.
하루는 무심코 통 안을 봤는데 찰랑 거릴 정도로 물이 고여있었다. 정체 모를 무언가가 둥둥 떠다니고 모서리를 따라 노란 줄이 생겨있었다. 물때였다. 나 말고 누군가 발견해 해결하길 기다릴지, 눈 딱 감고 깨끗이 닦아 말려놓을지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어른이다'를 되뇌며 청소용 칫솔에 세제를 묻혀 통을 박박 닦는다. 이왕 칫솔에 세제 짠 김에, 수도꼭지와 배수구 틈새 잔뜩 낀 물때를 전부 문질러 닦는다. 사용한 칫솔은 아무리 청소용이라지만, 더 이상 사용 불가라는 진단을 내리고 과감히 버렸다. 어디선가 봤던 베이킹 소다 활용법을 생각해 낸다. 베이킹 소다를 여기저기 잔뜩 뿌리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그냥 확 부어야하나, 아니면 살짝 적셔야 하나. 감이 안 온다. 에라 모르겠다 이러나저러나 소독은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뜨거운 물로 베이킹 소다를 헹궈낸다.
식탁을 닦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개운함과 뿌듯함이 몰려왔다. 미루고 미뤘던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기도 했다. 전체 집에 2%도 안 될 작은 공간이지만, 그리고 며칠 못 가 다시 반복해야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해방감을 누리리.
엄청난 미션을 성공한 것 같은데, 이 감격을 나눌 이가 아무도 없었다.
역시나, 오늘도 동생들에게 카톡을 남긴다.
’내가 방금 뭐 한 줄 알아? 진짜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