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은 오래 전부터 백과사전 노릇을 해왔다. 학생용 소사전은 다르지만 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말이 없다 싶을 만큼 많은 말이 실려 있었다. 도시 이름, 강 이름은 물론 역사적 인물도 올라 있으며 심지어 문학작품 이름까지 실려 있다. 백과사전인지 국어사전인지 구별이 잘 안 갈 정도이다. 많이 올라 있을수록 한번에 찾아볼 수 있으므로 좋은 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왕 오를 바에는 정보가 정확해야 한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에 관한 설명을 국어사전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돼지'를 설명하면서 '잡식성으로 온순하며 건강하다'고 했다. 돼지가 잡식성이고 온순한 건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건강하다'고 했다. '돼지는 건강하다'? 밑도 끝도 없이 돼지는 건강하단다. 돼지도 수많은 동물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노출돼 있다. 늙으면 병들고 결국 죽는다. '건강하다' 대신 '뭐든지 잘 먹는다' 따위로 기술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말이 수태한 후 335일 만에 새끼를 낳는다고 했다. 335일 이전에 혹은 이후에 새끼를 낳는 말은 없나? 말에 관해 기술한 많은 백과사전에는 말의 임신 기간이 달리 기술되어 있다. '11달'이라고 한 데도 있고 '말의 임신기간은 310~387일에 이르기까지 매우 범위가 넓으나, 대부분의 말은 330~345일의 임신기간을 가지며, 평균 임신기간은 340일이다.'처럼 상세하게 기술한 데도 있다. 왜 굳이 '335일 만에'라고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개과'가 아니라 '갯과'라고 돼 있는 것도 상식과 달라 당혹스럽지만 뜻풀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개, 늑대, 여우, 너구리' 따위가 있다고 해놓고서는 뒤에 가서는 우리나라에는 '여우, 너구리, 늑대 따위의 3속 3종'이 분포한다고 했다. 앞뒤 모순이 아닌가. 우리나라에는 개과 동물로 '여우, 너구리, 늑대'의 3종만 있고 '개'는 없단 말인가? 오히려 '여우, 늑대'는 멸종된 거나 다름없고 가장 흔히 보이는 게 개 아닌가. 혹시 야생 개만 염두에 두었나? 집에서 키우는 개는 개로 보지 않았나? 설령 백보 양보해서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는 야생 개가 없단 말인가.
'토낏과'에는 '토끼, 멧토끼, 굴토끼'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사전에 '메토끼'만 있고 '멧토끼'가 없다. '멧토끼'는 '메토끼'라 써야 할 것을 잘못 쓴 것이다.
메토끼 : 「명사」『동물』
→ 산토끼.
'인류'의 뜻풀이에 '사람과에 속한다'고 했으면 '사람과'가 표제어에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사람과'는 표제어에 없다. 사람은 영장목의 무슨 과에 속하는지 독자는 궁금하다.
'원숭이'를 '구세계원숭잇과와 신세계원숭잇과의 짐승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뜻풀이했는데 정작 표제어로 '구세계원숭잇과'는 있는데 '신세계원숭잇과'는 없다. 어느 하나만 올라 있고 다른 하나는 오르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을 리 없다. 사전은 정확성이 생명인데 정확하지 않음을 보인다. 사전은 정확하고 완전해야 한다.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을 들어선 안 된다.
구세계원숭잇과 : 포유강 영장목의 한 과. 몸은 소형이거나 중형이고 낮에 활동하며 잡식성이다. 구세계원숭이속, 마카크속, 맨드릴속, 개코원숭이속 따위가 있다. ≒긴꼬리원숭잇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