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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Feb 27. 2018

국어사전과 동물명 2

사람들은 용어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는다. 그런데 뜻풀이에 쓰인 말도 어려울 수 있다. 이때 독자는 그 말도 사전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없다면 그 뜻풀이는 하나마나한 게 된다. 동물명 뜻풀이에 쓰인 말 중에는 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이 꽤나 있다. 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이라면 뜻풀이에 쓰지 말거나 아니면 사전에 표제어로 올리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아래의 예들은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사례들이다.


'담수성', '지상성',  '육식어', '연안성', '원양성', '회유성', '박모성', 등인데 '담수', '지상', '육식', '연안', '원양', '회유' 등이 사전에 올라 있고 이를 통해 대강 뜻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성(性)'이나 '어(漁)'까지 붙은, 온전한 말이 사전에 올라 있고 뜻풀이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박모(薄暮)' 같은 말은 잘 쓰이지 않는 말로서 뜻풀이에 적합하지 않다. '어둑할 때에 활동하는'처럼 좀 길더라도 풀어서 쓸 때 알기 쉽다.


두루미-목  

「명사」『동물』
조강의 한 목. 주로 담수성이며 목과 다리가 길다. 12과 200여 종이 있으며, 두루밋과, 느싯과, 뜸부깃과 따위가 있다. 


느싯-과  

「명사」『동물』
조강 두루미목의 한 과. 지상성(地上性)으로 달리는 데 적응되었고, 꽁지를 과시하거나 목주머니를 팽창하며 구애한다. 동북아시아, 아프리카, 남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 24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느시가 있다.


꺽지  

「명사」『동물』
꺽짓과의 민물고기. 몸의 길이는 20cm 정도이고 모양은 옆으로 납작하며, 옅은 녹갈색 바탕에 7~8개의 검은 가로무늬가 있다. 입과 주둥이가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약간 길다. 식욕이 왕성한 육식어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맑은 계류의 바위틈이나 자갈 틈에 산다.


도미  

「명사」『동물』
도밋과의 바닷물고기를 통틀어 이르는 말. 몸은 타원형으로 납작하며 대부분 붉은색을 띠고 비늘은 둥글고 크다. 연안성의 어류로 바다 밑바닥에 산다.


대구-목  

「명사」『동물』
조기강의 한 목. 몸은 중형에서 대형이며, 대부분 원양성이다. 대구과, 민탯과, 수염대구과 따위가 있다.


멸치  

「명사」『동물』
멸칫과의 바닷물고기. 몸의 길이는 13cm 정도이며, 등은 검푸르고 배는 은빛을 띤 백색이다. 몸은 길고 원통 모양이며 비늘은 둥글둥글하다. 연안 회유성 물고기로 플랑크톤을 주로 먹고 산다.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부엉-이  

「명사」『동물』
올빼밋과의 솔부엉이, 수리부엉이, 칡부엉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야행성이거나 박모성(薄暮性) 종이 많지만 쇠부엉이같이 낮에 활동하는 종도 있다. 전 세계에 23속 130여 종이 알려져 있다.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다 나온다고 뜻풀이가 잘된 것은 아니다. 아래의 예들을 살펴보자.


뻐꾸기  

「명사」『동물』
두견과의 새. 두견과 비슷한데 훨씬 커서 몸의 길이는 33cm, 편 날개의 길이는 20~22cm이며, 등 쪽과 멱은 잿빛을 띤 청색, 배 쪽은 흰 바탕에 어두운 적색의 촘촘한 가로줄 무늬가 있다. 때까치, 지빠귀 따위의 둥지에 알을 낳아 까게 한다. 초여름에 남쪽에서 날아오는 여름새로 ‘뻐꾹뻐꾹’ 하고 구슬프게 운다


''뻐꾹뻐꾹' 하고 구슬프게 운다'고 했다. 뻐꾸기가 구슬픈 느낌을 가지고 우는 것인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사람이 그 소리를 구슬프게 느끼는 것인지 모호하다. 새는 감정을 갖고 있어 보이지 않으므로 후자일 것이다. 그런데 새의 울음소리에 대해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모두 한결같을 수 없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모든 사람이 구슬프게 느낄까.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뜻풀이에서 '구슬프게' 같은 말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전의 뜻풀이는 시(詩)가 아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 옳다.


종다릿-과  

「명사」『동물』
조강 참새목의 한 과. 머리 꼭대기 깃털이 길며, 목과 부리가 짧다. 잡식성으로 공중에서 잘 운다. 종다리, 뿔종다리 따위가 있다.


종다릿과의 새에 대해 '공중에서 잘 운다'고 했다. 새가 우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새가 운다. 그럼 '나무에서' 잘 울지 않고 '공중에서' 잘 운다는 뜻인가. '공중에서 잘 운다'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명사」『동물』
꿩과의 새. 닭과 비슷한 크기인데, 알락달락한 검은 점이 많고 꼬리가 길다. 


'알락달락한 검은 점'이라 했다. '알락달락하다'는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 무늬가 고르지 아니하게 촘촘하다'라고 뜻풀이된 말이다. '알록달록하다'가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상태이다'로 뜻풀이되어 있으니 두 말이 비슷한 뜻임을 알 수 있다. 공통점은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알락달락한 검은'은 모순된다. 알락달락하면서 어떻게 검을 수 있는가. 


곰치  

「명사」『동물』
곰칫과의 바닷물고기. 몸의 길이는 60cm 정도이며, 누런 갈색 바탕에 검은 갈색의 불규칙한 가로띠가 있다. 뱀장어처럼 가늘고 길지만 살이 많으며 두껍고 비늘이 없다. 날카로운 이가 발달하였고 탐식성이 있다. 한국, 일본, 필리핀 등지에 분포한다.


'탐식성'은 사전에 '음식을 탐하는 성질'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그럼 '탐식성이 있다'는 '음식을 탐하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식욕이 왕성하다' 또는 '먹성이 좋다' 같이 표현하면 훨씬 알기 쉽지 않은가. '탐식성'이 동물학의 전문용어로서 존재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상은 쉬운 말로 표현해야 하겠다.


그밖에, 동물명 뜻풀이에 쓰이는 '식용하여', '식용하는데', '식용한다' 같은 말도 일관성 있게 써야 한다. 수산물은 기본적으로 식용이다. 따라서 어떤 물고기의 뜻풀이에는 위와 같은 말을 쓰고 어떤 물고기의 뜻풀이에는 이같은 말을 쓰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식용하는 물고기에는 다 쓰든지 다 빼야 한다. 일관성도 뜻풀이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잘 다듬어진 사전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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