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용어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을 찾는다. 그런데 뜻풀이에 쓰인 말도 어려울 수 있다. 이때 독자는 그 말도 사전에서 찾아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만일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없다면 그 뜻풀이는 하나마나한 게 된다. 동물명 뜻풀이에 쓰인 말 중에는 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이 꽤나 있다. 사전에 실리지 않은 말이라면 뜻풀이에 쓰지 말거나 아니면 사전에 표제어로 올리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아래의 예들은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사례들이다.
'담수성', '지상성', '육식어', '연안성', '원양성', '회유성', '박모성', 등인데 '담수', '지상', '육식', '연안', '원양', '회유' 등이 사전에 올라 있고 이를 통해 대강 뜻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성(性)'이나 '어(漁)'까지 붙은, 온전한 말이 사전에 올라 있고 뜻풀이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박모(薄暮)' 같은 말은 잘 쓰이지 않는 말로서 뜻풀이에 적합하지 않다. '어둑할 때에 활동하는'처럼 좀 길더라도 풀어서 쓸 때 알기 쉽다.
뜻풀이에 쓰인 말이 사전에 다 나온다고 뜻풀이가 잘된 것은 아니다. 아래의 예들을 살펴보자.
''뻐꾹뻐꾹' 하고 구슬프게 운다'고 했다. 뻐꾸기가 구슬픈 느낌을 가지고 우는 것인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듣는 사람이 그 소리를 구슬프게 느끼는 것인지 모호하다. 새는 감정을 갖고 있어 보이지 않으므로 후자일 것이다. 그런데 새의 울음소리에 대해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모두 한결같을 수 없다. 뻐꾸기 울음소리를 모든 사람이 구슬프게 느낄까.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뜻풀이에서 '구슬프게' 같은 말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전의 뜻풀이는 시(詩)가 아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으로 쓰는 것이 옳다.
종다릿과의 새에 대해 '공중에서 잘 운다'고 했다. 새가 우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새가 운다. 그럼 '나무에서' 잘 울지 않고 '공중에서' 잘 운다는 뜻인가. '공중에서 잘 운다'는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알락달락한 검은 점'이라 했다. '알락달락하다'는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 무늬가 고르지 아니하게 촘촘하다'라고 뜻풀이된 말이다. '알록달록하다'가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의 점이나 줄 따위가 고르지 아니하게 무늬를 이룬 상태이다'로 뜻풀이되어 있으니 두 말이 비슷한 뜻임을 알 수 있다. 공통점은 '여러 가지 밝은 빛깔'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알락달락한 검은'은 모순된다. 알락달락하면서 어떻게 검을 수 있는가.
'탐식성'은 사전에 '음식을 탐하는 성질'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그럼 '탐식성이 있다'는 '음식을 탐하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식욕이 왕성하다' 또는 '먹성이 좋다' 같이 표현하면 훨씬 알기 쉽지 않은가. '탐식성'이 동물학의 전문용어로서 존재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이상은 쉬운 말로 표현해야 하겠다.
그밖에, 동물명 뜻풀이에 쓰이는 '식용하여', '식용하는데', '식용한다' 같은 말도 일관성 있게 써야 한다. 수산물은 기본적으로 식용이다. 따라서 어떤 물고기의 뜻풀이에는 위와 같은 말을 쓰고 어떤 물고기의 뜻풀이에는 이같은 말을 쓰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식용하는 물고기에는 다 쓰든지 다 빼야 한다. 일관성도 뜻풀이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잘 다듬어진 사전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