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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22. 2018

맞춤법을 지켜야 신뢰를 얻는다

   글을 쓰면서 맞춤법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맞춤법에 맞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사람조차도 간혹 맞춤법을 틀릴 때가 있다. 그러니 평소에 맞춤법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짧은 글에서도 맞춤법을 많이 틀리기도 한다. 혼자 읽고 마는 일기에서라면 맞춤법을 어기더라도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지만 남에게 읽히는 글이라면 맞춤법에 맞게 글을 써야 한다.


   왜 맞춤법에 맞게 글을 써야 하는가? 맞춤법을 지키는 건 너무 당연해서 이런 의문 자체가 뜬금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맞춤법이 틀린 글을 읽으면 독자는 절로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반감이 생긴다. 글쓴이가 맞춤법을 몰라서 틀리게 썼다고 생각되면 글쓴이가 교양이 없고 국어 지식이 부족하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되고 글쓴이가 맞춤법을 아는 것 같은데도 틀리게 썼다고 생각되면 성의 없이 글을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바른 맞춤법은 독자에 대한 기본 예의다. 맞춤법이 틀리면 글에 대해 신뢰감이 떨어진다. 또 다른 어디서 맞춤법이 틀린 데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4년은 최순실에게 국가 권력을 갖다 받친 잘못된 시절이었다.  


   이 문장은 한 신문에서 가져왔다. 신문 사설에 이런 오류가 나타난 건 놀랍다. 글을 읽는 독자는 절로 얼굴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다. 맞춤법은 사회적 약속인데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맞춤법’이란 말에 대해 잠깐 돌아보자. ‘맞춤법’ 이전에 쓰던 용어가 ‘철자법’(綴字法)이었다. 한자 용어를 버리고 1930년 무렵에 만들어낸 새말이 ‘맞춤법’이었던 것이다. 맞춤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답을 찾느라 골똘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 맞춤법은 곧 철자다. 철자는 스펠링이고 스펠링은 약속이다.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맺어진 약속이다.


   한글은 다른 알파벳 문자와 달리 음절별로 모아쓴다. 그래서 생긴 문제가 연철[連綴, 이어서 적기]이냐 분철[分綴, 나누어 적기]이냐 하는 것이다. ‘사람이’라고 적을 것이냐 ‘사라미’라고 적을 것이냐, 또 ‘먹어서’라고 적을 것이냐 ‘머거서’라고 적을 것이냐 하는 문제다. 이에 대해 한글이 창제된 15세기 당시에는 명확한 원칙이 없었다. 20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엄격한 원칙이 확립되었으니 1933년에 조선어학회에서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쓰는 맞춤법은 바로 그때 만들어진 것이다.


   ‘사라미’가 아니고 ‘사람이’, ‘머거서’가 아니고 ‘먹어서’를 쓰도록 했다. 즉, 체언과 조사를 구별해서 적고, 용언의 어간과 어미도 구별해서 적도록 했다. 분철을 원칙으로 한 것이다. 분철 원칙은 한글 맞춤법에서 가장 중요하다. 분철함과 동시에 체언과 어간을 ‘고정’해서 적는 것이 한글 맞춤법의 핵심이다. 어간 ‘먹-’에 어미 ‘-는’이 붙으면 발음이 저절로 [멍는]이 되지만 어간을 고정해서 적는다는 원칙 때문에 ‘멍는’으로 적지 않고 ‘먹는’으로 적는다. 즉 어간은 ‘먹-’으로 고정함으로써 글을 읽을 때 뜻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글 맞춤법이 없었다면 한글이라는 편리한 문자를 가지고도 지금 우리는 매우 혼란스러운 문자생활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1) “사람이 늘 이렇게 죽만 먹고 살 수는 없지.”

(2) “사라미 늘 이러케 중만 머꼬 살 수는 업찌.”     


   (1)처럼 쓰지 않고 (2)처럼 쓰고 살았을지 모를 일이다. (2)는 소리를 잘 보여주지만 뜻을 파악하는 데는 여간 불편하지 않다. (1)은 비록 소리나는 대로 쓰지는 않았지만 뜻을 파악하는 데는 아주 좋다.


   (2)가 아니라 (1)과 같은 방식을 맞춤법으로 채택하면서 대신 받침 글자가 많아졌다. 16개의 홑받침 말고도 겹받침이라는 게 생겼다. 겹받침은 모두 11개다. 용언의 어간과 체언을 고정하기 위해서 이런 겹받침이 필요하게 됐다.


   한글 맞춤법은 받침을 정확하게 쓰지 못해 틀리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겹받침이 주의를 요한다. ‘넓다’에서 파생된 말을 생각해 보자. ‘널따랗다’, ‘널찍하다’, ‘넓적하다’, ‘넓적다리’ 등은 특히 틀리기 쉽다. ‘널따랗다’, ‘널찍하다’도 ‘넓다랗다’, ‘넓직하다’처럼 적어 모두 ‘넓-’으로 통일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약속은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 따라야겠다.


   ‘어떡하면 좋아?’나 ‘어떡해?’를 ‘어떻하면 좋아?’나 ‘어떻해?’로 적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톱깎이’는 ‘손톱깍이’, ‘손톱깍기’, ‘손톱깎기’로 적지 않도록 해야 하고 ‘떡볶이’도 ‘떡볶기’로 적지 않아야 한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을 가리키는 ‘늦깎이’를 ‘늦깎기’나 ‘늦깍이’로 적는 것도 잘못이다.


   된소리를 적을 때도 유의해야 한다. ‘손뼉’을 ‘손벽’으로 적은 사례가 발견된다. ‘손뼉’이 맞다.     


손벽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와 ‘’도 틀리기 쉽다.     


여수·순천 사건, 제주 4·3 사건, 보도연맹 사건 같은 대한민국 건국 전야의 갈등과 반대 움직임을 일일히 나열하며 대한민국이 마치 '태어나선 안 될 나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맞춤법은 어디까지나 편의를 위한 약속일 뿐 만고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약속이 바뀌면 변하는 것이다. 마치 좌측통행을 하던 시절에는 길 왼쪽으로 걷는 것이 옳았지만 우측통행으로 바뀐 지금은 길 오른쪽으로 걷는 것이 옳은 것과 마찬가지다. 비록 맞춤법이 불변의 진리는 아니라 하더라도 엄연히 약속인 만큼 준수하는 것이 옳다.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는 것은 글쓰기의 기본 요건이다. 독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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