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장에는 주어와 서술어가 있다. 주어와 서술어는 서로 맞아야 한다. “새가 하늘을 난다.”는 자연스럽지만 “평화가 하늘을 난다.”라고 하면 문장은 문법적이어도 말이 안 된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평화는 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동사와 목적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나는 밥을 먹었다.”는 자연스럽지만 “나는 담배를 먹었다.”는 말이 어색하다. 담배는 먹는다고 하기보다 피운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어와 서술어, 서술어와 목적어는 가장 잘 어울리는 것끼리 연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색함을 피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차세대 기술 혁신 시대’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일 수 없다.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대는 ~시대이다’라고 하거나 ‘4차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이 핵심이다’ 등과 같이 써야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의미가 호응해서 자연스럽게 읽힌다.
다음 예에서도 주어와 서술어는 의미가 호응하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무리한 헌재 압박은’이 주어이고 서술어는 ‘선동에 나선’인데 ‘헌재 압박’이 선동에 나설 수는 없다. 선동에 나서는 것은 사람이어야 한다. 다음과 같이 고쳐 쓸 때 자연스러워진다.
다음 예를 보자.
‘발전하는 북의 핵·미사일 위협’은 ‘북의 핵·미사일 위협이 발전한다’에서 변형된 꼴이다. 그런데 ‘위협이 발전한다’는 어색하다. 자연스러운 표현이 있다. ‘발전하는’ 대신에 ‘커지는’이나 ‘거세지는’으로 바꾸면 어색함은 사라진다.
‘이번 사건이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이라고 했는데 사건이 ‘들을’ 수는 없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도록 다듬을 필요가 있다.
즉 ‘이번 사건이’를 ‘이번 사건으로’로 바꾸거나 ‘듣는다면’을 ‘낳는다면’으로 바꾸면 나아진다.
‘두 나라 관계가 으르렁거리고 있다’가 되었는데 ‘관계’가 으르렁거린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다. ‘두 나라가 으르렁거리고 있다’라고 하거나 ‘두 나라 관계가 험악하다’처럼 서술어를 주어에 맞게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
타동사와 그 목적어 사이의 호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다.
‘혼신을 걸다’는 어색하다. ‘혼신을 다해’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희망 고문’을 강요한다고 했다. 고문은 하거나 가하지 강요하지 않는다. 강요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시키는 것이다. ‘희망 고문을 강요하는’은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희망 고문을 하는’이라고 하면 된다.
다음 예에서는 ‘ICBM을 성공하면’이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짐작은 가지만 서로 호응하는 말끼리 연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문제는’과 호응하는 말도 없어서 문법적으로도 어그러졌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고쳐야 반듯해지면서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음 예에서는 ‘수사 의뢰를 요청키로’라고 했는데 ‘의뢰를 요청하다’가 무슨 뜻인지 분명하지 않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은 가지만 문장 자체는 의아함을 낳는다.
‘의뢰를 요청키로’가 아니라 ‘의뢰를 하기로’라고 하거나 ‘수사를 요구하기로’라고 해야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다음 예에서는 ‘새 검찰총장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걸다’가 도치되었다.
그러나 ‘~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걸다’가 정상적인 말이 아니다. ‘기대’, ‘기대하는’을 써서 다음과 같이 고칠 때 깔끔해진다.
주어와 서술어, 서술어와 목적어 사이에만 호응이 잘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밖의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만세운동에 참석했던’에서 ‘참석했던’이 ‘만세운동에’와 잘 호응하는 말이 아니다. ‘참석했던’ 대신에 ‘참여했던’이나 '참가했던'이라고 할 때 무리가 없다.
‘A의 B’라고 할 때 A와 B도 의미가 호응해야 한다.
‘중국의 잘못된 처신’에서 ‘중국의’와 ‘처신’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은 사람이 아닌 나라이고 처신이란 말은 ‘사람의 처신’으로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신’을 ‘행동’이나 ‘대응’, '선택' 같은 말로 고칠 필요가 있다.
부사와 서술어도 의미가 호응해야 한다.
‘노골적으로’는 의도 있는 행동에 대해 쓰는 부사어다. ‘드러나다’라는 동사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 아니다. 따라서 서로 잘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노골적으로’라는 말 대신 ‘생생히’ 같은 부사로 바꾸어 쓰는 것이 낫다. '노골적으로'는 '드러내다'와 같은 동사와 어울린다.
문장은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어 이루어진다. 어떤 단어든 잘 호응하는 단어가 있다. 글을 쓸 때에 서로 잘 호응하는 단어끼리 연결해야 문장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쉽게 이해된다. 그렇지 않으면 뜻이 모호해지기 쉽다. 뜻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