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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Sep 27. 2019

 돼짓값? 솟값?

사이시옷은 단어에만 써야 한다

종편의 뉴스채널에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강화도로까지 번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된 뉴스였는데 자막에 '돼짓값', '솟값'이라는 표기를 접하고서였다. 돼짓값? 솟값? 나로서는 이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표기다. 그리고 머리가 띵해졌다. 


오래 전부터 사이시옷의 맹목적 남발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국어사전에 '등굣길', '출셋길', '하굣길' 따위가 올라가 있는가 하면 동식물의 분류명은 '갯과', '솟과', '가짓과', '소나뭇과'라 되어 있어 눈을 의심케 했다. 도대체 사이시옷이 뭐길래 저렇게까지 마구잡이로 사이시옷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늘날 자동차 보급이 대중화되다 보니 사람들은 기름값의 동향에 민감하다. 그래서 뉴스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 변동을 자주 다룬다. 이런 뉴스에서 흔히 보는 말이 '휘발윳값', '경윳값'이다. 농산품의 가격도 뉴스의 단골 메뉴다. 그러다 보니 '채솟값', '배춧값'이라는 말도 기사에서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어떤 물건에 ''을 붙이면 그것은 모두 단어인가? 그 답을 얻으려고 하기 전에 '가격'을 붙이면 어떤지 살펴보자. '휘발유'에 '가격'을 붙인 '휘발유가격'은 단어인가? '경유'에 '가격'을 붙이면 '경유가격'은 단어인가? 단어가 아니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휘발유가격', '경유가격'은 없다. 그리고 누구나 '휘발유 가격', '경유 가격'처럼 띄어쓴다. 단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과 ''은 뜻이 같은데 ''이 붙은 '휘발유값', '경유값'은 단어일까? '가격'이 붙으면 단어가 아니므로 띄어써야 하고 ''이 붙으면 단어여서 붙여써야 할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과연 표준국어대사전에 '휘발유'에 ''이 붙은 말, '경유'에 ''이 붙은 말은 올라 있지 않다. 즉 '휘발윳값', '경윳값'은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다. '휘발유 값', '경유 값'이라 적어야 마땅하다는 뜻일 것이다. 


'돼지', ''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돼지 값', '소 값'이라 적는 것이 옳은데 붙여서 적으면서 사이시옷까지 넣기에 이르렀다. 사이시옷은 넣어야 할 경우에만 넣어야 한다. '돼지 값'이라 적는 것이 옳은데 공간을 줄이기 위해 '돼지값'으로 붙여 적는 것까지는 몰라도 '돼짓값'은 어이없는 표기다. 왜냐하면 사이시옷은 합성어에만 붙일 수 있게 돼 있고 합성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돼지값'은 단어가 아니다. 단어가 아니므로 '돼지 값'처럼 띄어쓰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고 '돼지값'으로 붙여쓰는 것까지는 용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돼짓값'은 어이없다. 편하라고 쓰는 사이시옷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돼짓값'을 보는 마음은 여간 불편하지 않다. '돼지고깃값', '휘발윳값', '채솟값'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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