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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Feb 25. 2016

수영에 빠지기

지난 가을부터 시작한 수영 레슨을 오늘로 그만두었다. 집이 이사를 하면서 수영장이 멀어지기도 했고 1주일에 이틀이나 오후 시간을 뺏기는 게 아까워서다. 하지만 수영을 전혀 못하던 내가 지난 몇 달간 애쓴 보람이 있어 수영에 재미를 붙이게 됐으니 여간 다행이지 않다. 


올 1월초까지만 해도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이른바 '음파발차기'('음' 하고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파' 하고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면서 발은 계속 차는 것)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코치가 답답하게 느껴졌던지 1월초 어느 날 누워서 해보라고 권했고 누워서 발을 저으니 몸이 가라앉지 않고 죽죽 뒤로 나가지 않는가.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감격스러웠다. 그 날부터 배영만 했다. 


그렇지만 처음엔 배에다가는 거북이(부력 보조 기구)를 차고 손에는 킥판을 쥐고 했다. 킥판을 좀 더 작은 '땅콩'(땅콩처럼 생겨서)으로 바꾸고 좀 이따가는 '땅콩'보다 더 가벼운 자그만 막대로 했다. 그것도 익숙해졌다 싶었을 때 막대마저 던져버리고 맨손으로도 해보았다. 문제는 배에 찬 거북이였다. 거북이 없이 순수히 내 몸만으로 떠야 했으니 말이다. 한번 시도해보기는 했지만 거북이를 떼버리니 허우적거리며 금세 몸뚱이가 가라앉아 버렸다. 낙심이 컸다. 난 언제 거북이를 뗄 수 있을까. 완전하게 배영을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2월 중순이었다. 거북이를 배에 두르고 여느 때처럼 배영을 하고 있었는데 코치가 갑자기 내 등 밑으로 손을 잽싸게 넣더니 거북이의 호크를 끌러 버리지 않는가. 코치는 왜 예고도 없이 그랬을까. 아무튼 내 몸에서 거북이는 힘 없이 풀려나갔고 거북이 없이 내 몸은 발이 휘젓는 대로 계속 밀려 가고 있었다. 실로 경이로웠다. 거북이 없이도 갈 수 있구나. 나도 내 혼자 힘으로 뜰 수 있구나. 


하지만 손에는 자그만 막대를 쥔 채였다. 비록 길이가 10센티 남짓한 작은 막대지만 그걸 손에 쥐고서 배영을 했다. 거북이를 뗐으니 유일한 버팀목은 그 막대였다. 막대를 버리고 온전히 내 몸만으로 해보았지만 이내 물을 먹고 가라앉아버렸다. 그러나 그런 허우적거림도 곧 극복할 수 있었다. 결국은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막대도 던져 버리고 오로지 내 발 젓기만으로 물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발만 저으니 속도가 잘 나지 않아서 코치는 팔 젓기를 집중 지도했다. 팔이 자꾸 구부러지는지 팔을 쪽 곧게 펼 것을 주문했다. 너무 빨리 팔을 내리지 말라고도 했다. 코치의 지시를 의식하면서 팔을 곧게 편 채 서서히 팔을 물 속에 넣는 연습을 해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아직 매끄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대로 배영을 하게 됐다. 아무 보조 기구 도움 없이 발과 팔 힘만으로 물을 헤쳐 나갈 수 있게 됐다.


지난 몇 달 사이에 내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차츰차츰 물에 내 몸이 익숙해져 갔던 것이다. 물과 내 몸뚱이 사이에 교감이 생겼다. 물을 무척이나 무서워했던 내가 꾸준히 노력한 보람이 있어 물과 꽤 친해졌다. 사람 몸의 70%가 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니 사람은 물과 친해질 조건을 이미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물을 자주 접하고 살지 않아서 물을 두려워하는 것일 뿐.... 레슨은 이제 끝났지만 주말 자유수영에 종종 나갈 참이다. 감을 유지해야겠고 물을 더욱 친숙하게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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