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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03. 2016

수영에 빠지기 (2)

지난 삼일절에는 안양시민수영장에서 가서 오전 시간을 수영으로 보냈다. 그동안 늘 서울의 구민체육센터 25미터 수영장에서만 연습하다가 드넓은 50미터 수영장에 와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인의 수도 훨씬 많았고 한 레인의 폭도 넓어서 사람들과 부딪칠 일도 별로 없었다. 여유가 있었다.


작년 가을에 수영을 시작한 건 참 잘한 일 같다. 물을 무서워했던 내가 비록 불완전하나마 이제 수영을 할 줄 알게 됐으니 말이다. 물에 둥둥 뜬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다. 그러고 보니 지난 1월 초에 부력 보조 기구인 거북이를 배에 차고 처음 물에 떴을 때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주 일요일 자유 수영에 바로 달려갔던 일이 생각난다. 이제 맘껏 수영을 즐기리라 하고... 


그러나 가서 실망이 컸다. 자유 수영하는 날은 일절 보조 기구 사용이 금지됐던 것이다. 아니, 아예 보조 기구가 어디론가 싹 감춰지고 없었다. 오로지 맨 몸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물에 들어가 몸을 눕히자마자 내 몸은 엉덩이가 아래로 처지면서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뜨질 않았다. 낙심이 컸다. 2시간을 어영부영 보내고 돌아왔던 기억이 난다. 씁쓸함을 가득 안고...


그렇다. 모든 게 갑자기 느는 게 아니다. 차근차근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서야 한다. 그걸 모르고 뎀볐다가 낭패를 본 거다. 그래서 그 후로 조금씩 조금씩 물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했고 어느날 코치가 갑자기 부력 보조 기구 호크를 끌렀을 때 내 몸이 뜨는 걸 경험했다. 그 후로 차츰 아무 보조 기구 없이도 몸이 물에 뜰 수 있었다.


자유형부터 익히고 다른 영법을 이어서 배워나가는 남들과 달리 배영부터 할 줄 알게 됐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도 있듯이 이제 배영을 자유롭게 즐길 줄 알게 되면 어느날 갑자기 자유형도 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몸을 뒤집으면 자유형 자세가 아닌가. 물론 호흡을 익혀야 하는 과제가 더 있기는 하지만...


한때 마라톤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몸을 혹사시켰다. 풀코스 대회에 참 많이 나갔다. 결국 발목에 덧뼈라는 게 생기더니 달릴 때 통증이 느껴져 지금은 달리기는 접었다. 무릎도 썩 정상적이지는 않은데 역시 달리기를 많이 한 것과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수영은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 운동이니 여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수영장 갈 날이 기다려진다. 일요일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내 인생에서 뒤늦게 수영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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