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의 1구간부터 12구간까지가 북한산 자락에 있고 13구간부터 20구간까지는 도봉산 자락에 있다. 12구간과 13구간의 경계는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이다. 그러나 북한산둘레길에서 북한산 자락이냐 도봉산 자락이냐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 그것은 인위적인 구분일 뿐 둘레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10구간인 내시묘역길은 은평구 진관동 방패교육대 앞에서부터 고양시 효자동 공설묘지까지로 3.5km에 이른다. 내시묘역길 중간에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원효봉 끝자락에서 효자동 마을길을 지나 큰길 부근에 이르러 10구간은 끝나고 11구간인 효자길이 시작된다.
길이가 3.3km인 효자길은 처음에 4차선 도로인 북한산로의 인도를 지난다. 그리고 길가에 관성사(關聖祠)가 있다. 관성사는 중국 촉한의 관우를 모신 사당이다. 대단히 넓은 땅을 가진 음식점 안에 관성사가 있다. 도로의 인도에서 곧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면서 효자길은 참으로 운치 있는 산책로로 바뀐다. 숲은 빽빽히 우거지고 조용하기 그지없다. 잘 정비된 산책로는 경사도 심하지 않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효자길은 도중에 밤골을 지난다. 밤골에서는 북한산 숨은벽능선으로 가는 등산로가 시작된다. 숨은벽에 오르는 길은 능선길과 계곡길이 있다. 효자길은 능선길과 한동안 겹치다가 갈라진다. 그리고 사기막계곡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났다가 북한산로에 이르기 전에 다시 산으로 향하면서 끝난다. 그리고 12구간인 충의길이 시작된다.
사기막골 입구 부근에서 시작되는 충의길은 길이가 3.7km로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까지이다. 충의길 역시 효자길과 마찬가지로 무척 호젓하다. 깊은 산중에 들어온 느낌에 젖게 한다. 상장봉이 충의길에서 가까우나 올라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충의길은 막바지에 4차선 도로인 북한산로와 합류한다. 큰길을 따라 걸으면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에 이르고 충의길은 끝난다.
교현리 우이령길 입구는 12구간 충의길과 13구간 송추마을길의 경계이기도 하지만 21구간 우이령길의 끝이기도 하다. 즉 세 구간이 만나는 곳이다. 12구간에서 13구간으로 가려면 그냥 직진해야 한다. 길가에 세워진 지도 안내판에는 13구간이 마치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것처럼 그려져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13구간인 송추마을길로 가는 길은 없으므로 교현탐방지원센터까지 올라와서는 안 되고 큰길에서 바로 이어서 직진해야 한다.
길이가 5km인 송추마을길은 꽤 길기도 하거니와 대로의 인도를 이용하기도 하다가 산길로 바뀌기도 한다. 오봉탐방지원센터에서는 오봉과 여성봉에서 내려오는 등산로와 만나고 이어서 송추마을 상가 지구도 지난다. 한동안 송추마을길은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옆을 지나는데 고속으로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상당하다. 송추마을길은 울대리 원각사 입구에서 끝나고 이어서 14구간인 산너미길이 시작된다.
산너미길은 원각사 입구에서 안골계곡까지 2.3km인데 사패산 아래 산속에 난 길로 숲이 울창하고 통행하는 사람은 드문 편이다. 가장 높은 곳은 해발 350m 가깝고 들고양이 같은 야생동물들이 부시럭거리기도 한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울띄교, 갓바위교, 사패교 등이 있다. 고개를 지나면 갑자기 전망이 탁 트이면서 의정부 시내가 펼쳐진다. 저 멀리 수락산의 능선이 보이고 북쪽으로는 천보산도 지척에 있는 것 같다.
산너미길은 안골계곡 가까이에서 끝나고 이어서 안골길이 시작된다. 안골길은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4.7km로 꽤 긴 편이다. 안골계곡을 가로질러 산으로 오른 뒤 직동공원쪽으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직동공원부터는 도심 속의 공원으로 숲속에 스피커를 통해 음악이 흐른다. 공원 안에 자리한 통나무집은 이국적이다. 그 후로 안골길은 굴을 지난 후 간선도로인 서부로와 나란히 나 있고 회룡탐방지원센터까지 이어진다.
북한산둘레길 21개 구간 중에서 11구간과 12구간은 가장 호젓한 편이라 여겨진다. 인적이 드문 데다 자동차 소음이 거의 없다. 이따금 마주치는 짧은 출렁다리가 건널 때 재미를 느끼게 한다. 온통 산길인 14구간 산너미길은 적막함에 약간의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다. 사패산 아래에 있다. 15구간 안골길에서는 아름다운 공원을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