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 단체의 조찬 모임에 참석했다. 연사로 초청되어서다. '바른 말이 소통을 원활히 한다'라는 연제로 발표했다. 좀 일찍 도착해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한 저명한 변호사와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뒤 한 신사가 그 테이블로 와 인사를 나누게 됐다. 그런데 그가 건네주는 명함을 받아보니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총장이 아닌가. 황급히 뵙게 돼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 들어 있던 '총장'과는 다른 풍모에 놀랐다.
1970~1980년대의 이우주 연세대 총장, 김상협 고려대 총장 같은 분들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 각인된 '총장'의 모습이었다. 백발이 성성하고 외모에서부터 권위가 절로 풍겨져 나오는... 그런데 내게 명함을 건네준 총장은 전혀 그런 분이 아니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고 친근한 느낌을 주었다. 전혀 근엄하거나 위엄이 느껴지는 '총장' 같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움은 평범한 외모에서 그치지 않았다. 의식이 시작되길 기다리며 나눈 몇 분간의 대화에서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권위가 느껴지고 대접 받는 데 익숙한 대학 총장의 모습과는 많이 다른 면모를 그분은 보여주었다. 테이블에 올려진 커피를 커피잔에 따르더니 테이블의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로 건네주었다. 서빙을 직접 했다.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고 필요하다 싶었을 땐 폰을 꺼내 바로 검색했다. 일찍 자리에서 떠야 한다는 사정을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매너에 감동했다.
대학 총장을 직선제로 뽑은 지가 꽤 된다. 수많은 학내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총장이 선출된다. 치열한 총장 선거에서 그분의 인품이 최다 득표로 이끄는 데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매사에 진지한 자세가 그를 총장의 자리로 이끌었을 것이다. 임기가 4년인 것으로 안다.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 동안 이 국내 유수의 대학이 더욱 명성을 끌어올렸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이 대학이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뚝 서리라 기대한다. 이미 그런 수준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