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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y 21. 2022

사이시옷 학습효과

세뇌는 무섭다

신문 기사에서 '교잿값'을 보고 아연했다. '휘발윳값'이야 우리말샘에 표제어로 올라 있으니 그렇다 쳐 '교잿값'은 국어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국어사전에 오른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버젓이 '교잿값'이 기사에 쓰이고 있을까. '휘발윳값', '경윳값' 등에서 얻은 학습효과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어사전(우리말샘)에 올라 있는 '당근값', '과잣값', '딸깃값', '우윳값'과 같은 말의 뜻풀이가 한결같이 '당근의 가격', '과자의 가격', '딸기의 가격', '우유의 가격'이다. '당근 가격', '과자 가격', '딸기 가격', '우유 가격'을 한 단어로 볼 수 없듯이 '당근 값', '과자 값', '딸기 값', '우유 값'도 한 단어일 수 없다. 한 단어가 아닌데 붙여쓸 수 없고 붙여쓸 수 없는데 국어사전에 올릴 수 없다.


신문 기사의 '교잿값'은 코미디다. '교재의 가격'은 '교재 값'이지 '교재값'일 수 없고 '교잿값'은 더더욱 있을 수 없다. '휘발윳값', '경윳값'이 사람들을 세뇌시켜 '교잿값'을 만들어냈다. 놀라운 것은 우리말샘에 '식자잿값', '원자잿값' 같은 말이 올라 있다는 사실이다. '식자잿값', '원자잿값'이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데 '교잿값'이 못 오를 리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휘발윳값', '경윳값', '당근값', '과잣값', '딸깃값', '우윳값', '식자잿값', '원자잿값' 등이 국어사전(우리말샘)에 올라 있다. 이런 식이라면 국어사전의 표제어 수는 거의 무한정으로 늘릴 수 있다. 시장에서 사고 파는 모든 물건에 '값'을 붙인 뒤 국어사전에 올릴 수 있지 않겠는가


사전의 표제어 수가 많은 게 자랑인가. 단어가 아닌 말을 표제어로 올려서는 안 된다. 단어 아닌 것을 단어인 것처럼 만든 뒤 사전에 표제어로 올리는 어처구니없는 짓은 중지되어야 한다. 바로잡아야 한다. '교잿값'은 헛된 짓거리의 학습효과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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