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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24. 2022

시골 풍경

대중교통은 있는가

어제는 안성의 서운산에 다녀왔다. 서운산은 경기도 안성과 충북 진천의 경계에 있지만 서울에서 가자면 성환에서 가는 게 편하다. 성환은 충남 천안시에 속한다. 전철을 타고 평택을 지나 성환역에서 내렸다. 성환에서 서운산 입구인 청룡저수지에 가려면 버스를 타고 입장에 가서 갈아타야 한다.


성환까지는 전철이 자주 있고 이따금 급행전철까지 있으니 불편이 없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성환에서 입장 가는 160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정류장의 전광판에는 160번이 아예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분명 네이버에는 160번이 간다고 돼 있는데 전광판에는 없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그런데 전광판에 없던 160번이 갑자기 표시가 뜨더니 3분 뒤에 도착한단다. 여간 반갑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160번을 타고 입장까지 갈 수 있었다. 버스는 쏜살같이 달려 입장에 닿았다.


입장에서가 문제였다. 입장은 성환보다 훨씬 시골이다 보니 버스정류장에 전광판 같은 건 아예 없었다. 청룡저수지 가는 232번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 길이 없다. 네이버 교통편에 들어가 보니 '정보 없음'이다. 그럼 운행을 않는단 말인가. 그건 아니었다. 버스 정류장에 어떤 사람이 서 있기에 물어보니 12시 40분 차를 기다린다고 했다. 그는 232번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과연 12시 40분에 버스가 왔다. 텅 빈 버스에 그와 나 두 사람이 올라탔다. 그는 곧 내렸고 그 후로 버스 안은 운전기사와 나뿐이었다.



버스 운전기사 자리 뒤에 운행시간표가 붙어 있어 사진을 찍었다.



232번의 시간표를 알 수 있었다. 배차 간격이 1시간 반 또는 두 시간 반이었다. 하루 7번 다님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배차 간격이 뜸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타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면 배차 간격이 그렇게 뜸할 수가 없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렇게 한두 시간에 한 대씩 있는 버스지만 차 안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텅 비다시피했다.


세상이 달라졌다. 서울 같은 대도시의 대중교통은 미어 터질 듯하지만 수도권을 벗어나면 도무지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없으니 대중교통이 발달할 리가 없다. 이제 누구든 나들이를 갈 때 차를 운전해서 가는 게 당연하게 됐다. 


재미있는 풍경이 있다. 주말에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에 외국인들이 그리 많다는 것이다. 이곳이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다. 평일에는 회사, 공장에서 일하다 주말에는 쉬니까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전철도 그렇고 버스는 더욱 그렇다. 서운산 정상에서도 외국인들을 보았다.


얼마 전 한 미국인이 "미국이 그립지 않은 9가지 이유"라는 글을 미국 신문에 기고해서 화제가 됐다. 9가지 이유 중 하나가 '한국의 편리한 대중교통'이었다. 깨끗하고 저렴하며 사용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반만 동의한다. 대도시의 대중교통은 편리하기 그지없지만 조금만 대도시에서 멀어져 보라. 대중교통 불모지가 한국이다. 왜? 이용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 인구가 집중되면서 도시에서 멀어지면 사람을 찾기 힘들다. 대중교통이 없는 게 당연하다.


어렸을 적엔 국민 대부분이 농촌에서 살았다. 지금은 아니다. 농촌의 학교는 일부만 살아남고 대부분 없어졌다. 그나마 학급당 인원 수도 많지 않다. 어디든 시끌벅적했는데 사람이 잘 안 보인다. 대신 외국사람이 참 많아졌다. 세상이 이리 달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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