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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Dec 12. 2022

용기 있는 국회의원

김웅 의원은 왜 홀로 민법 개정에 반대했을까

지난 12월 8일(목) 오후 국회 본회의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법률안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서 본회의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표결이 이루어졌고 대부분 통과되었습니다. 법률 개정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질적으로 심사가 이루어지지 본회의는 그저 형식적일 뿐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토론은 없이 표결만 이루어질 뿐입니다.


표결에 오른 법률안 중에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있었습니다. 표결이 이루어졌는데 민법은 재석 254인 찬성 245인 기권 8인 반대 1인이었고, 행정기본법은 재석 250인 찬성 241인 기권 8인 반대 1인이었습니다. 그리고 반대 1인은 모두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었습니다.



그럼 김웅 의원은 왜 혼자 반대표를 던졌을까요? 김웅 의원이 누굽니까? 그는 검사 출신의 국회의원입니다. 국회의원이기 전에 법조인입니다. 저는 김웅 의원이 그 많은 국회의원들 중에서 유일하게 민법과 행정기본법 개정법률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이렇게 추측해 봅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민법 제158조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를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로 바꾼 것이 핵심입니다.


제801조 제목 '약혼 연령'을 '약혼 나이'로, 제807조 '18세'를 '18세'로, 제817조 '年齡違反婚姻等의 取消請求權者'를 '나이위반 혼인 등의 취소청구권자'로, 제837조 제3항 '의사(意思)·연령과'를 '의사(意思)·나이와'로, 제1061조 '滿17歲'를 '17세'로 바꾼 것은 극히 사소한 것입니다.


핵심인 제158조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출생일은 산입'하는 것은 그대로가 아닙니까? 이미 현행 민법에서도 만 나이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로 표시'하는 것은 중언부언이요 군더더기 아닙니까? 표현이 좀 친절해졌다 할 뿐 내용이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맹탕'인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랐다니 말이 됩니까? 김웅 의원은 그렇기 때문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친절하게 표현이 바뀌었으니 굳이 개정에 반대할 거까진 없지 않았느냐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김웅 의원이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민법에는 정말 시급히 개정해야 할 조문이 한둘이 아닙니다. 오자가 있는가 하면 (지시를 받),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와 같은 엉터리 비문이 그대로 있습니다. 국회가 할 일은 내버려두고 엉뚱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용기 있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야 합니다.


오타가 버젓이 있고 문법 오류가 도처에 넘치는 민법이 바르게 개정되기를 기대합니다.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민법은 반듯하게 새로 탄생해야 합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습니다.


                                                                                   '민법의 비문' 저자 김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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