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못지않게 필요한 민법 개정
김진표 국회의장이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본격적인 개헌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습니다. 1987년에 만들어진 현행 헌법은 35년이 지난 오늘날의 실정에는 잘 맞지 않는다는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든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문제가 많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제21대 국회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입니다. 내년 4월 10일에 총선이 실시되니까 21대 국회가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는 것은 2023년 한 해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무쪼록 국회의장이 21대 국회에서 개헌을 이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꼭 그렇게 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헌법 개정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헌법이 민법보다 형식상 상위에 있는 법임은 틀림없지만 많은 법학자들이 헌법보다 민법이 실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민법이야말로 모든 법률의 근본이라는 것입니다. 국가의 기틀을 담은 헌법은 총 130조인데 사람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한 민법은 무려 1118조까지 있는 방대한 법률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민법인데 우리 민법은 어떻습니까? 일반 국민과 국어학자들의 무관심 속에 지금 민법은 말이 안 되는 비문법적인 문장이 넘쳐나고 일본어를 잘못 번역한 문장도 숱하게 많습니다. 놀랍게도 심지어 오자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법률이 가장 혼란스럽고 보기 딱한 모습인데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외면하고 있습니다. 민법 개정이야말로 국회의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뤄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님에게 과연 그런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헌법 개정과 달리 민법은 국회의 의결로 개정됩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민법전을 말끔하게 정비한다는데 대통령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국회는 민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1950년대 극빈하던 시절 허술하게 만들어진 민법이 65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라니 어인 일입니까. 국회의 분발을 촉구합니다. 진정 선진국임을 자부하려면 보기 처참할 정도의 험한 민법을 반듯하게 바로 세워야 합니다. 헌법 개정과 함께 민법 개정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