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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Mar 22. 2023

제목의 함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났나

필자는 2017년 신문의 사설을 내용이 아닌 표현의 측면에서 분석한 <품격 있는 글쓰기>라는 책을 냈었다. 신문 사설은 논설위원이 쓰는 글로서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이들이 쓴 글이므로 완벽에 가깝고 모범이 되는 글로 생각하기 쉽다. 오죽하면 '신문은 선생님'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신문은 매일 시간에 쫓겨 제작되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 있겠다. 그런 실수, 오류를 모아서 책으로 펴냈었다. 


한 신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이란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어느 대학 총장이 쓴 글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함께 앞으로 예상되는 일들에 대한 전망도 곁들였다. 대체로 글의 논지에 대해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이 칼럼의 제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이란다. 


무엇을 유산이라 하는가. 국어사전에 실린 유산(遺産)의 뜻 중에 "앞 세대가 물려준 사물 또는 문화."가 가장 가까워 보인다. '앞 세대'란 말이 보여주듯이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 '유산'이란 말을 쓸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민시대의 유산', '조상이 남겨준 유산' 등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지난 시대의 일인가. 아니다. 지금 진행 중이다. 전쟁은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1년이 넘도록.


그리고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도 알 수 없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항복할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종전선언을 할지 아직 모른다. 그런 마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이라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고 의아함을 금할 수 없다. 만일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은 무엇일까'라고 했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글은 제목이든 본문에서든 의문을 불러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아리송한 대목은 읽는 이를 힘들게 하고 난감하게 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유산'이라는 제목을 칼럼 필자가 정했는지 신문사에서 정했는지는 모르겠다. 


칼럼과 관계 없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생명은 회복될 수 없다. 또 얼마나 많은 생명이 스러져야 하나. 오늘도 몇 사람이 죽을지 모른다. 어서 평화를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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