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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Jun 09. 2023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승낙을 한 때에는?

'보류'는 일본어 오역이었다

민법은 어렵게 씌어 있어도 알고 보면 단순한 내용일 때가 많다. 제450조 제1항은 지명채권을 양도할 때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채권을 남에게 양도하면서 채무자에게 알리지 않는다면 채무자는 자기가 모르는 엉뚱한 사람이 자기에게 채무를 갚으라 해도 갚을 이유가 없다. 아주 당연한 이치다. 채권 양도에 있어 채무자에 대한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중요함을 제450조는 분명히 하고 있다.


제450조(지명채권양도의 대항요건) ①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기타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통지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에 의하지 아니하면 채무자 이외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다음 조인 제451조 제1항은 이렇다.


 제451조(승낙, 통지의 효과) ①채무자가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조항은 이해하기 대단히 어렵게 씌어 있는데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그 하나는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이 무슨 말인지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가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자인 '양도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생략된 내용이 있어서 쉽게 이해되지 않을 뿐 생략된 내용을 보충하고 보면 그리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문제는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이다.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제450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은 무슨 말인가? 이때의 '보류'는 무슨 뜻인가? 보류는 保留인데 국어사전에 '떤 일을 당장 처리하지 아니하고 나중으로 미루어 둠'이라 뜻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은 '이의를 미루어 두지 않고 전조의 승낙을 한 때에는'이라는 것인데 이의를 미루어 두지 않고 어떻게 승낙을 하나? 이의를 미루어 두지 않는다는 것은 승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어서 이의를 미루어 두지 않고 승낙을 할 수는 없다. 모순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451조 제1항의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는 일본 민법을 번역하면서 오역한 것이다. 일본어로 '남기다'에 해당하는 말을 '보류하다'로 엉뚱하게 번역한 것이 제정된 지 68년이 지나도록 지금도 그대로이다. 2015년과 2018년에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민법 개정안에는 '보류하지'가 '제기하지'로 바뀌어 있었지만 국회가 민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아 허사로 돌아갔다. '이의를 보류하지 아니하고'는 '이의를 남기지 아니하고'라 하든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라 하든 바로잡아야 한다. 기막힌 일이 68년째 그대로다. 이 땅의 수많은 법조인들은 이 조항을 어떻게 이해하고 지내 왔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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