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말을 써야만 법에 권위가 서나
'사채의 모집이 완료한 때에는'은 '사채의 모집이 완료된 때에는'이라 해야 맞고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는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라 해야 맞다. 그런데 정작 '하다'를 써야 그나마 말이 되는 자리에 '되다'를 쓴 경우도 있다. 상법 제486조는 다음과 같다.
'이권이 흠결된 때에는'이라고 했다. 여기서 이권(利券)이란 이자채권을 줄인 말로서 무기명증권을 가리킨다. 문제는 '흠결된'이다. '흠결되다'라는 말이 있어야 '흠결된'이라고 할 수 있는데 '흠결되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흠결하다'라는 말만 국어사전에 있을 뿐이다. '흠결하다'는 '일정한 수효에서 부족함이 생기다'라 뜻풀이되어 있다.
'흠결된'이 아니라 '흠결한'이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흠결된'이든 '흠결한'이든 낯설기는 마찬가지다. 쉬운 말을 써야 한다. '이권이 흠결된 때에는'이 아니라 '이권에 부족함이 생긴 때에는'이라고 하면 어떻겠는가. 어렵고 낯선 말을 써야만 법에 권위가 선다고 믿는 걸까. 국민 누구나 법을 지키기를 바란다면 법조문 자체가 알기 쉬운 말로 씌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