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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응대근로자의 애환

어떤 텔레마케터들은 일방적이다

by 김세중

오늘날 고객응대근로자는 참으로 많다. 달리 감정노동자라고도 한다. 직접 얼굴을 맞대고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도 있고 전화를 통해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도 있다. 고객의 폭언, 희롱, 폭행 등으로부터 상처 받는 근로자들이 여간 많지 않을 것이다. 급기야 법률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들이 만들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한 여러 법에 그런 내용이 있는 줄 안다. 고객응대근로자들에게 남 모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기분 좋을 때도 있겠지만...


그런데 고객만 가해자이고 갑일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음을 오늘 경험했다. 이른바 텔레마케터들이 그렇다. 텔레마케터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이들은 전화 받는 사람을 당혹하게 한다.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나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는 거 같다. 전화번호는 이미 알고 있고 "000 씨죠?" 하는 걸 보면 이름도 알고 있고, 거기에 "사는 곳이 어디시죠?" 해서 주소까지 확인하려고 한다. 거기까지는 그러려니 한다. 그 정도 정보야 금융기관에서 다 알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 내가 무슨 카드를 갖고 있는지를 알고 있질 않나 "그 계좌로 도시가스 요금을 납부하면 만 원을 넣어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 하는 게 아닌가. 만 원을 미끼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끌어내려고 하는 게 분명하다. 이게 웬 떡이냐 하며 그렇게 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 난 그런 전화를 받고 우울해지고 부아가 났다. 만 원을 정말 넣어 주는지도 알 수 없지만 괜히 만 원을 넣어 주겠는가. 더 큰 이득을 그쪽에서 취하니까 넣어 주겠다는 거 아니겠는가.


정색을 하고 항의를 하니 그냥 묻는 건데 왜 그러느냐고 오히려 날 나무라는 투다. 그러나 "만 원을 넣어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와 "만 원을 넣어 드리려고 하는데 괜찮으시죠?"는 내 귀엔 완전히 다르다. '괜찮으세요'는 중립적인 질문이지만 '괜찮으시죠?'는 제의를 받아들이라는 종용이요 압박이다.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자기는 그냥 물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듣는 나는 불쾌하다. 만 원 줄 테니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건데 왜 내가 거기 응해야 하나. 급기야 소리를 높이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쪽이 기분 좋았을 리 없없을 것이다. 아마 나같은 사람을 종종 만날 것이다.


텔레마케터들이 자기 뜻을 이루기 위해 상대방을 윽박지르듯 말하는 것은 그렇게 했을 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종용하고 몰아가는 식의 말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는 점을 알면 좋겠다. 고객응대근로자에 대한 사람들의 폭언도 문제지만 텔레마케터들의 막무가내식 말투도 문제라 생각한다. 텔레마케터의 활동을 막을 법적 장치까지는 어렵겠지만 이런 전화에 시달려야 하는 것도 고역이다. 웬만해서는 낯선 전화를 안 받는데 어쩌다 실수로 받았다가 서로 기분만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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