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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중 Oct 31. 2023

결혼식에서 일어난 일

온라인 잡지의 이야기

스마트폰에서 우연히 재미있는 잡지 기사를 발견했다. Herald Weekly라는 온라인 잡지였는데 읽다 보니 빨려 들어가면서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야기였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시골 도시 파고(Fargo)에 사는 마사는 남편 피터와의 사이에 아들 마크를 두었다. 그런데 피터가 먼저 세상을 떠났고 마사는 마크를 키우며 살았다. 마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가서 직장을 얻었다. 마사는 아들과 자주자주 통화했다. 그것이 꽃집을 운영하며 혼자 사는 그녀의 낙이었다.


아들에게서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으며 여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했다. 그리고 결혼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했는데 여자친구로부터 승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마크가 여자친구 할리를 바꾸어 주어 할리와 통화도 했다. 결혼 준비가 착착 진행됐다. 할리의 부모와도 통화를 했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날 수는 없었어도...


뉴욕에 사는 마크와 할리가 뜻밖에 결혼식을 마크의 고향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하겠다고 해서 마사는 여간 기쁘지 않았다. 결혼 날이 가까워져 왔다. 결혼식을 위해 드디어 아들 마크와 며느리가 될 할리가 왔다. 결혼식날에 할리의 아버지 과 어머니 도 도착했다. 아들도 2년만에 만났고 할리, 잭, 앤은 물론 처음이었다.


그런데 마사가 그동안 통화만 했던 할리를 만나 포옹하고 그녀의 손을 잡았을 때 마사는 심장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할리의 손등에 있는 반점을 보고서였다. 아니 이 아이가 그럼 20여 년 전 잃어버린 내 딸? 딸이 두 살 때 남편과 앨라배마로 여행을 갔다가 부부는 딸을 잃어버린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 딸의 손등에 반점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표정이 굳어버린 마사를 보고 할리는 영문을 몰랐다.


마사는 안 되겠다 싶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할리를 물리치고 사돈인 잭과 앤을 조용한 방으로 불렀다. 그들에게 물었다. "딸을 입양했느냐?" 하고... 잭과 앤은 깜짝 놀랐다. 마사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어떻게 그 사실을 아는지 말이다. 마사에게 캐물으니 마사가 과거를 이야기했다. 20여 년 전 가족여행을 갔다가 딸을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사방팔방으로 찾았으나 못 찾았다고... 이번엔 잭과 앤이 말했다. 자기들도 여행을 하다가 미아가 된 아이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도 보호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그 아이를 데려와 키웠노라고...


창 밖에서 마사와 부모의 대화를 할리가 듣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자기가 입양된 딸이라니! 마크의 어머니가 자기 친어머니라니! 밖에는 하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말이다. 이를 어쩌나. 남매인 줄 알게 됐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나. 할리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잭과 앤 또한 똑같았다. 그런데 마사만이 차분했다.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말이다.


마사가 잭과 앤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내 아들 마크도 입양한 아들입니다." 하고... 딸을 앨라배마주에 여행 갔다가 잃은 후로 상심한 부부는 사내아이를 입양해서 키웠다는 것이다. 그 아이가 바로 마크였고... 그러니 결혼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마크와 할리는 생물학적으로 남매가 아니니까. 완전 남남이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암담함은 이렇게 해서 극복되었고 결혼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이 이야기를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나왔다. Fargo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는 없는 도시다.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도시다. 그러니까 이 기사를 쓴 이는 복선을 깔았다. 이 이야기가 실화가 아님을 은근슬쩍 흘린 것이다. Fargo가 노스다코타주에 있는 도시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가 거짓임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는 하도 같은 지명이 많아 노스캐롤라이나에도 자그마한 Fargo라는 마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파고 공항이라고 했는데 공항은 아무 데나 있지 않다. 결국 Fargo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없다는 얘기다.


Herald Weekly라는 온라인 잡지는 2015년에 만들어졌다고 홈페이지에 소개돼 있었다. 그리고 기고자(contributor)들 명단이 실려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이름이리라. 물론 실화를 기고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사와 할리, 마크, 잭, 앤의 이야기는 실화가 아니어 보인다. 사건의 연도도 전혀 표시돼 있지 않고 올라 있는 사진도 다분히 연출된, 너무나 그럴 듯한 사진이어서 실화가 아님을 감 잡았다. 영화 한 편 잘 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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